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길따라 멋따라>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도를 걷다

송고시간2015-12-26 07: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눈 닿는 곳마다 유적…역사 살아 숨쉬는 큰 섬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언덕, 저 갯가, 풀 한 포기, 돌 한 덩어리에 역사의 사연이 서리고 끼치지 않은 것이 없다'

가곡 '가고파'의 작사자로 유명한 노산 이은상 선생은 강화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에는 눈 닿는 곳마다 유적(遺蹟)이 있다. 그 덕에 '지붕 없는 박물관' 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 강화를 지킨 성곽…눈 앞에 펼쳐진 물길

강화와 육지를 잇는 강화대교를 건너면 바로 왼편에 야트막한 성곽이 펼쳐진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갑곶돈대다.

'돈대를 훼손하면 큰 재앙을 입는다'는 전설 덕에 축조된 지 300년이 지났지만 어느 정도 원형을 유지했다.

<길따라 멋따라>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도를 걷다 - 2

담쟁이가 다닥다닥 붙은 성곽을 따라 걸으면 새파란 물빛이 하늘과 만나 아스라이 펼쳐진다.

강화와 김포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바다 '염하(鹽河)'다. 좁은 물길이 강과 같다 해서 '염하'라는 이름이 붙었다.

돈대를 지나 시원하게 뚫린 해안순환도로를 지나면 사적 제227호인 광성보가 나온다.

광성보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당시 프랑스·미국 함대와 우리 군의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던 장소다.

우리 군을 진두지휘했던 어재연 장군과 그의 동생 어재순의 뜻을 기리는 쌍충비와 순국무명용사비가 있다.

당시 전투에서 순국했지만 신원을 알 수 없던 51명의 무명 용사가 잠든 '신미순의총'도 광성보 아래편에 자리했다.

광성보를 이루는 3개 돈대 가운데 용두돈대의 절경은 손꼽힌다. 이 돈대는 용머리를 닮아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해협을 따라 용머리처럼 쑥 내민 암반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길따라 멋따라>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도를 걷다 - 3

돈대에 올라서면 물이 빙빙 도는 여울목이 발 아래 펼쳐진다.

사계절 내내 파도가 험하게 치기로 유명한 손돌목의 비경이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바다 풍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길따라 멋따라>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도를 걷다 - 4

◇ 섬 남편의 풍경…해변과 산을 품은 화도면

광성보를 지난 발길은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섬 남쪽으로 향한다.

화도면 동막리 동막해변에는 하얀 백사장을 품은 소나무숲이 푸르게 우거졌다.

이 바닷물이 빠지면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강화 갯벌이 끝 모르게 펼쳐진다.

너비가 5천950만㎡에 달하는 이 갯벌은 생태를 그대로 보존한 '보물 창고'다.

<길따라 멋따라>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도를 걷다 - 5

뻘흙에 손을 '푹' 넣어 헤집으면 칠게, 가무락, 쌀무늬고둥,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태 동물이 꼬물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도 뻘에 터를 잡았다.

저녁에는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꼭 봐야 한다. 태양이 검푸른 바다를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떨어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여행의 백미(白眉)다.

해변에서는 강화도의 대표 산인 마니산의 봉우리가 보인다. 높이는 469m로 낮지만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마니산 능선을 오르다보면 고즈넉한 절 분위기가 관광객을 반긴다.

<길따라 멋따라>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도를 걷다 - 6

전등사·보문사와 더불어 강화도의 3대 고찰인 정수사(精修寺)다.

신라 선덕여왕 시기 회정선사가 마니산의 참성단을 참배하고 "불자가 가히 정수할 곳"이라 해 사찰을 세웠다.

법당 곁에 놓인 우물에서 물 한 모금을 머금으면 눈앞에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근해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어선들과 인천공항을 잇는 영종대교가 펼쳐진다.

◇ 인류의 역사 담은 돌무리 '고인돌'

섬 북편 하점면 부근리로 들어서면 강화 고인돌군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탐방로가 있다.

강화 고인돌 세계유산 등재 15주년을 기념해 만든 코스다.

1.2km에 걸친 탐방로를 천천히 걷다 보면 강화의 자랑인 고인돌 무리 14기가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남한에서 가장 큰 고인돌인 탁자식 고인돌이 평지에 우뚝 서 있어 고고한 역사의 흔적을 간직했다.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과 고인돌이 조화를 이뤄 겨울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부근리 고인돌에서 500여m 떨어진 강화역사·자연사박물관까지 둘러보고 나면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를 음미하게 된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강화 역사를 담은 박물관은 청동기·고려·조선시대 전시관, 열린 바닷길 이야기, 고인돌의 땅 등 다양한 전시관으로 꾸며져 가족들과 찾기에도 안성맞춤이다.

chams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