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수 노린 특급호텔 '바가지 요금' 기승
크리스마스 등 한해를 마무리짓는 연말이지만 국내 특급호텔들의 ‘바가지 마케팅’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외식 수요가 몰리는 점을 악용, 뷔페 가격과 객실 요금을 대폭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 한끼 식사 비용이 1인당 15만원을 넘어섰고, 객실요금은 1박에 5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특급호텔 투숙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조선호텔, 롯데호텔, 신라호텔, 그랜드하얏트호텔 등의 객실과 뷔페 레스토랑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평상시보다 50% 이상 올렸다.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비즈니스 디럭스룸(1박 기준)’의 이날 가격은 35만900원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인 24∼25일 가격은 40% 오른 48만4000원이다. 이날 1박에 37만5000원인 ‘이그제큐티브 디럭스룸’은 하루 뒤인 24, 25일은 50% 오른 55만6000원으로 뛴다.
부산 웨스틴 조선호텔도 평상시 38만9600원인 ‘이그제큐티브 디럭스룸’을 24, 25일 이틀은 49만8000원을 받는다. 이 호텔 객실은 바닷가 조망권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다.
신라호텔도 이날 35만900원 하는 객실(디럭스룸)이 24일과 25일에는 59만2000원으로 조정됐다. 그랜드하얏트호텔 역시 41만원1400원 하는 객실이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는 50만8200원으로 오른다. 이 호텔은 남산 조망권에 따라 객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뷔페 가격은 평균 50% 이상 올랐다. 조선호텔 뷔페 ‘아리아’는 평상시 디너 가격이 12만원에서 24, 25일 이틀 저녁은 15만원으로 올렸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는 평상시 디너 가격이 10만2000원이지만 24, 25일 이틀간 저녁은 15만9000원이다.
장충동 신라호텔 ‘더 파크뷰’는 디너 가격을 기존 10만2000원에서 15만9000원(12월 18∼31일)으로 올렸다.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테라스’는 평소 주말 디너 가격이 8만원대이지만, 24, 25, 31일 저녁에는 13만2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웨스틴 조선호텔 관계자는 “12월에는 뷔페에서 제공하는 메인요리가 늘어나는 등 메뉴가 추가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객실만 놓고 보면 추가로 업그레이드된 게 없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호텔들의 행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특별한 날이라고 가격을 올리거나 메뉴를 임의대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수요자가 많다고 공급자가 고무줄처럼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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