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빛나는 밤에], 루시드폴의 귤이 밝힌 새로운 길

아이즈 ize 글 고예린 2015. 12.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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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고예린

2015년 12월 11일 금요일 새벽 2시, CJ오쇼핑 채널에 뮤지션 루시드폴이 귤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귤이 빛나는 밤에](이하 [귤밤])라는 제목으로 루시드폴과 유희열, 이민웅 쇼호스트가 40여 분간 CD와 동화책, 엽서, 직접 키운 귤을 포함한 루시드폴의 정규앨범 7집 [누군가를 위한,]의 한정반을 판매했다. 루시드폴은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가 없는 CD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2년 동안의 나라는 뮤지션의 음악적, 혹은 인간적 기록”을 전달할지를 고민한 결과로 이렇게 다양한 구성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듣고, 읽고, 먹을 수 있는 이 ‘공감각적 패키지’는 9분 만에 예정된 수량이 모두 매진되었고, 루시드폴의 연관검색어에는 ‘완판남’이라는 수식어가 더해졌다.

유희열과 루시드폴이 “국숫집에서 국수 먹다가” 착안한 아이디어라는 홈쇼핑 방송은 안테나 뮤직의 모두에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고민들을 안겼다. 루시드폴이 쓰고 등장한 귤 모자는 방송국 분장실에서 찾아냈고, 옷깃에 붙인 귤 브로치는 스타일리스트가 핸드메이드로 직접 짰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귤이었다. 귤을 따는 것부터 포장하는 과정까지 안테나 뮤직의 아티스트, 스태프, 대표까지 모두 제주도에 내려가 진행했다. 음반을 사는 사람들에게 온전한 상태로 귤을 보내기 위해 종이 완충재, 망고 망, 에어캡 등 모든 완충재마다 과거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던 매니저가 다섯 번씩 던져 가며 테스트했다. 완충재를 결정하느라 수없이 왕래해 방산시장 판매자들과 친해질 정도였다는 안테나 뮤직의 안효진 실장은 “15일에는 앨범 런칭만큼이나 귤이 깨지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에 잠이 안 왔다”고 전했다.
홈쇼핑 방송의 출연진 역시 처음에는 루시드폴과 유희열, 정재형 정도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모두가 당연히 나가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결국 페퍼톤스와 정승환, 권진아, 이진아, 샘 킴까지 안테나 뮤직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함께 방송에 출연했다. 대표인 유희열까지 뛰어들었지만, 방송 플랫폼을 찾기엔 쉽지 않았다. 알려진 대로 GS, 롯데 등 여러 홈쇼핑 채널에서 거절을 당했다. [귤밤]이 방송된 CJ오쇼핑의 공세현 PD는 ‘프라임 타임’이 아닌 새벽 두 시에도 29,900원의 앨범 1,000장은 홈쇼핑 채널의 평소 매출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TV가 노후된 매체라고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테나 뮤직에서 CD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비슷한 고민이 이쪽(홈쇼핑 채널)에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수익성이 아니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무언가를 해보자는 관점으로 다가간 결과, 분초를 다투며 매출을 신경 써야 하는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상품이 매진된 이후의 30여 분을 온전히 루시드폴의 라이브와 앨범 소개, 토크라는 방송 콘텐츠로 채울 수 있었다.

안효진 실장은 [귤밤]을 준비하던 과정에 대해 “일이 아니라 우리끼리 너무 즐겁게” 했다고 말했고, 유희열은 방송에서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두 사람의 말은 서로 다르지만 어떤 측면에선 모두 맞다. 2010년 4월 [안테나 뮤직 배 보컬경연대회 大실망쇼]가 당시 안테나 뮤직의 아티스트들이 한껏 정신을 놓고 즐긴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30초 만에 1,200석을 매진시킬 만큼 팬들에게서도 반응이 좋았던 것처럼, [귤밤]은 안테나 뮤직이 언제나 그랬듯 자신들의 음악을 믿어주는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팬들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은 결과다. 그리고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를 통해 몇 년간 꾸준히 젊은 아티스트들이 유입된 안테나 뮤직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제 음악 공동체보다 기획사의 그것에 가까워졌다. 그렇기에 [귤밤]은 아이돌 가수처럼 굿즈나 화보집의 일종으로 CD를 판매하기 어려운 안테나 뮤직이 새로운 형태의 앨범과 이를 홍보할 플랫폼을 찾아내며 활로를 개척하는 일이기도 했다. [귤밤]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화제가 된 루시드폴의 이번 앨범은, 그들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그다음으로는 “루시드폴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을, 그가 아닌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안테나 뮤직처럼 싱어송라이터들이 모이는 회사도,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대에 발을 들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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