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길따라 멋따라> 역사의 숨소리 고이 간직한 '의주길'

송고시간2015-12-19 07: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벽제관지·용미리 석불입상·화석정 등 문화재 산재

고양 삼송역∼파주 임진나루 '의주길' 50.6km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양 삼송역∼파주 임진나루 '의주길' 50.6km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조선시대 사신과 상인들이 중국을 오고 가던 '의주길'은 역사의 숨소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지금은 자유로와 통일로(국도 1호선)가 의주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의주길은 도성과 지방을 잇는 6간대로 중 제1대로로 가장 중요한 도로였다.

조선시대 사신은 한양 도성의 서쪽 문인 돈의문(敦義門·서대문)을 나와 홍제원∼구파발∼벽제관지∼혜음령∼분수원∼파주향교∼화석정∼임진나루∼동파나루∼개성∼의주를 거쳐 중국을 오고 갔다.

경기문화재단이 2013년 10월 고양∼파주구간 옛 의주길을 복원, 역사탐방로를 조성했다. 복원한 곳은 고양 삼송역∼임진나루 50.6㎞ 구간이다.

고려시대 불상 용미리 '마애석불'
고려시대 불상 용미리 '마애석불'

(파주=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임진강변에 지은 경기도무형문화재 제61호 화석정. 율곡 이이의 5대 조부가 1443년 지은 정자로, 율곡 선생이 유년시절과 말년을 보낸 곳이다. 화석정은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하던 중 한밤중에 강을 건너기 위해 정자를 태워 불을 밝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15.12.19 <<파주시 제공>>
wyshik@yna.co.kr

옛 의주길은 대부분 포장이 이뤄졌지만 대체로 원형이 잘 보전돼 있으며, 의주길 주변에는 옛 이야기를 간직한 문화유적이 많아 가족과 함께 둘러볼만 하다.

복원된 의주길은 고양부터 파주까지 5개의 탐방로로 구성됐다.

제1길은 지하철 3호선 삼송역부터 벽제관지까지다. 현재는 삼송역에서 통일로를 타고 달리다 서울시립승화원을 지나 의정부 방향으로 국지도 39호선을 타야 한다.

옛길은 서울시립승화원 뒤쪽으로 길이 나 있었으나 지금은 군부대가 있어 갈 수 없다.

삼송역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여석현(숯돌고개)이라 불리던 곳이 나온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원군을 이끈 이여송이 평양성전투에서 승리한 뒤 의주대로를 따라 남하하다 왜에 크게 패한 벽제관전투의 현장이다.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에 있는 사적 제144호 벽제관지(碧蹄館址)는 중국 사신이 한양에 들어오기 하루 전 머물던 곳이다.

제2길은 벽제관지를 출발 파주 광탄면 용미3리까지 이어진다.

고려시대 불상 용미리 마애석불
고려시대 불상 용미리 마애석불

(파주=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옛 의주길 인근에 보물 제93호 '마애이불입상'이 있다. 마애이불입상은 거대한 천연 암벽에 몸통을 새기고 머리를 따로 만들어 올린 2구의 마애석불로, 고려시대 불상양식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자식이 없던 고려 선종이 바위에 불상을 새기고 절을 지은 뒤 왕자를 얻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2015.12.19 <<파주시 제공>>
wyshik@yna.co.kr

의주대로는 지방도 78호선을 따라 고양과 파주를 잇는 혜음령을 넘지만 복원한 탐방로는 고양관아가 있던 고읍 마을을 지나 관청령을 넘는 구간으로 산책로를 만들었다.

혜음령 인근에는 사적 제464호 혜음원지(惠蔭院址)가 있다. 혜음원지는 1122년 고려 예종 때 건립된 국립숙박시설로, 왕의 행차에 대비해 별원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터만 있다.

혜음령 아래 용미3리는 명군이 벽제관전투에서 패한 뒤 물러나 주둔했다고 해서 '호병' '호병골'이라고 불렸다.

제3길은 쌍미륵길로, 광탄면 용미3리에서 신산5리까지다. 지금의 지방도 78호선 노선과 같다.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보물 제93호인 마애이불입상을 한번 찾아볼만 하다. 마애이불입상은 거대한 천연 암벽에 몸통을 새기고 머리를 따로 만들어 올린 2구의 마애석불로, 고려시대 불상양식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자식이 없던 고려 선종이 바위에 불상을 새기고 절을 지어 왕자를 얻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려시대 때 동북 9성을 축조한 윤관 장군의 묘가 나타난다. 이곳은 조선시대 대표적 명문가인 파평 윤씨와 청송 심씨가 400년 '산송'(山訟·묘지에 관한 다툼)을 벌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신들의 숙소 '벽제관' 터
사신들의 숙소 '벽제관' 터

(고양=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에 있는 사적 제144호 벽제관지(碧蹄館址)는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한양에 들어오기 하루 전 머물던 곳이다. 중국 사신들은 이곳에서 의관을 갖춘 뒤 도성으로 향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2015.12.19 <<고양시 제공>>
wyshik@yna.co.kr

제4길 파주고을길은 광탄면 신산5리부터 파주읍을 지나 문산읍 선유삼거리까지, 제5길 임진나루길은 선유삼거리에서 화석정을 거쳐 임진나루까지 이어진다.

대표적 유적인 화석정(경기도무형문화재 제61호)은 율곡 이이의 5대 조부가 1443년 임진강변에 지은 정자로, 율곡 선생이 유년시절과 말년을 보낸 곳이다.

화석정은 10만양병설을 주장한 율곡 선생의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은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하던 중 한밤중에 강을 건너기 위해 정자를 태워 불을 밝혔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화석정은 그후 후손에 의해 다시 세워졌으나 6·25 전쟁 때 불에 타 1966년 파주지역 유림들이 다시 복원했다.

화석정에서 임진강을 따라 500m가량 하류로 내려오면 의주길 중 임진강 관문인 임진나루가 나온다. 성문이 있었으나 6·25전쟁 때 파괴됐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19일 "옛 의주길은 풍부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역사문화 체험과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이라며 "주말 나들이 삼아 가족과 함께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wyshik@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