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애 더 낳으라던 정부, 곳간 비어 육아휴직수당 지급 중단

이지현 2015. 12. 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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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배정예산 7300억원 소진 육아휴직수당 지급중단통상임금 범위확대에 육아휴직자 확대 영향 겹쳐고용부 "12월중 지급 불가능, 내년 1월부터 정상화"

[이데일리 이지현·김도년 기자]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워킹맘 A씨는 서울고용센터에 육아휴직수당을 신청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그동안 분유값에 기저귀값하며 유아 용품을 구매한 비용을 신용카드로 구입하고 휴직수당이 들어오면 카드값을 메우려 했지만 돌연 센터에서는 다음달까지 기다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산이 부족해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워킹맘 A씨는 “휴직 기간동안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휴직 수당만 믿고 있었는데 예산이 없다는 말에 기가 찬다”며 “저출산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 정부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육아지원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 육아휴직수당 지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모성보호급여로 배정된 올해 예산 7300억원이 대부분 소진돼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이미 육아휴직수당 지급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보호급여는 육아휴직 및 산전·산후휴가수당 등이다. 다음주에는 예산이 완전히 고갈돼 육아휴직수당 지급이 전면 중단될 처지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을 확대하겠던 정부가 육아휴직수당 수요조차 제대로 산출하지 못한 것이다.

14일 서울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육아휴직급여 소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안내문에는 ‘내년 1월초에 예산편성이 되며 이후 지급이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써있다.(사진=김도년 기자)
예산 고갈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수급자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통상임금은 근로 제공의 대가로 통상적으로 지급받는 임금이다. 이전에는 기본급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됐지만 2013년 12월18일 대법원이 상여금·근속수당·교통비·식대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출산·육아휴직수당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후 육아휴직수당액도 더 늘어나게 됐다.

특히 최근 법원은 소멸시효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대법원 판결 이전 지급받은 수당이라도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을 사용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이들이 서둘러 바뀐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추가 육아휴직수당 지급을 신청하면서 평년보다 200억원 정도 예산이 더 소요됐다.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는 것도 재원고갈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까지 육아휴직수당를 신청한 사람은 7만 9000여명으로 지난해(7만 6833명)보다 3000명 정도 더 늘었다. 매달 육아휴직수당 신규 신청자가 1000~2000여명씩 늘고 있어 육아휴직자는 12월에만 8만 5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평균 육아휴직 사용 기간이 늘어난 것도 예산 소진시점을 앞당기는데 일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육아휴직을 평균 10개월 정도 썼지만 근래에는 1년을 꽉 채워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육아휴직자 현황(고용노동부 제공)
모성보호급여 재원은 정부의 일반예산이 아닌 실업급여기금에서 대부분 충당한다. 지난해 실업급여 총 지급액은 4조 7670억원이다. 이중 모성보호급여로 지출한 액수가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의 15%(7300억원)나 됐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모성보호전입금은 전체 모성보호급여의 4.8%에 불과한 350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700억원으로 증액됐으나 여전히 전체 예산 중 10%도 되지 않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마다 육아휴직자가 늘어나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1.5배 증액했지만 한꺼번에 육아휴직수당 신청자가 몰리다 보니 예산이 동이 났다”며 “12월 중에는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년 1월부터 정상적인 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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