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쫓던 청년, 개인방송계 이수만 꿈꾸다..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전준범 기자 2015. 12. 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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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 전준범 기자
트레져헌터(treasure hunter)는 보물 사냥꾼이라는 뜻이다. 송 대표는 “숨어있는 창작자들을 찾아내려는 의지를 담은 회사명”이라고 말했다. / 트레져헌터 제공

“요즘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많이 받습니다.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단기 성과를 원하면 정중히 거절합니다. 한국의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산업은 이제 막 태동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MCN 전문기업 ‘트레져헌터’ 사옥에서 만난 송재룡(38) 대표는 올해 투자 유치 실적이 좋다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송 대표는 “MCN 산업은 창의적인 개인 창작물이 최대한 많이 쏟아져 나온 뒤부터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MCN은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1인 제작자들과 제휴를 맺고 이들의 콘텐츠 유통과 저작권 관리, 마케팅 활동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연예기획사 개념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던 사람들이 전문적인 관리를 받으면서 프로 방송진행자로 거듭날 기회를 얻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는 2~3년 전부터 MCN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송 대표 역시 전(前) 직장인 CJ E&M에서 MCN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회사를 박차고 나와 올해 1월 트레져헌터를 세웠다.

이날 송 대표는 빨간 뿔테 안경을 쓰고 왼쪽 가슴에 회사 로고가 새겨진 커다란 배지를 단 채 등장했다. 당장이라도 농담을 던질 것처럼 수시로 씰룩거리는 입꼬리가 송 대표의 유쾌한 성격을 대변했다. 그 입에서는 구수한 대구 사투리가 흘러나왔다.

송 대표는 “CJ E&M에서 2013년 신성장 태스크포스(TF) 팀장, 2014년 MCN 사업팀장 등을 거치면서 MCN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아직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부담이 크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국내 MCN 산업을 보며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말처럼 국내 MCN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 투자자들은 올 하반기 가장 뜨거운 투자처 중 하나로 MCN을 꼽는다. 트레져헌터의 경우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과 벤처캐피털 DSC인베스트먼트, 통신사 SK텔레콤 등으로부터 총 157억원을 투자받았다. 전·현직 프로 게이머들이 소속된 게임 전문 MCN 업체 콩두컴퍼니도 케이큐브벤처스와 파트너스인베스트로부터 투자금 20억원을 유치했다.

트레져헌터는 설립 9개월 만인 올해 10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개인 창작자는 89명(팀), 유튜브 등에 운영 중인 채널은 80개다. 이중 회사의 대표 게임 진행자 ‘양띵’의 채널 구독자 수는 총 222만명에 이른다.

송 대표는 “경험에 비춰보면 구독자 1000만명 수준일 때부터 광고 등 수익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서 “하지만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채널 구독자가 1억명 규모는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MCN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건 맞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MCN 업체의 주 수입원도 결국은 광고이기 때문에 구독자 수와 트래픽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창작자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앞으로 기업간 거래(B2B) 영역에서도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청자들은 광고 동영상인 걸 뻔히 알아도 감동적이거나 재밌으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MCN 업체에 소속된 방송 진행자들이 색다른 방식의 기업 홍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앞서 MCN 산업이 성장한 일본의 경우 MCN 전문업체 상당수가 광고 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존재한다. 일본은 MCN을 B2B 관점에서 육성하고 있다.

지금은 창작자를 키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원래 송 대표는 스스로 창작자가 되고 싶었다. 소설가 이문열을 좋아했던 그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재학 시절부터 신문사 신춘문예에 7~8회 응모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모두 탈락해 꿈을 포기했다.

송 대표는 “우선은 현재의 조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나중에 은퇴하면 글쓰기에 다시 도전해볼 것”이라며 “그 때쯤이면 ‘MCN 업계에서의 생존기’를 주제로 대하소설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일기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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