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스모그 최고조..마스크·콘돔 동나고 호흡기환자 급증

2015. 12. 9. 14: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혼 앞둔 직장인들 "아이 낳으면 떠날 것".."그래도 나아지고 있다" 현실론도 어린이병원 환자들로 북적.."스모그 올때마다 아이 건강이 걱정"
호흡기 환자 등으로 북적거리는 병원

결혼 앞둔 직장인들 "아이 낳으면 떠날 것"…"그래도 나아지고 있다" 현실론도

어린이병원 환자들로 북적…"스모그 올때마다 아이 건강이 걱정"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스모그 적색경보(최고 등급) 발령 이틀째인 9일 오전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베이징을 동서로 관통하는 창안제(長安街) 서쪽에 위치한 젠궈먼와이다제(建國門外大街) 부근.

날이 완전히 밝았지만 두꺼운 스모그가 낀 탓에 적잖은 차량이 헤드라이트나 안개등을 켠 채 거리를 운행했다.

평소 같으면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체현상이 상습적으로 빚어지는 구간이지만, 이날은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베이징 당국이 전날 오전 7시를 기해 스모그 적색경보에 대응해 사실상의 휴교령과 함께 전면적인 차량 홀짝제(2부제) 운행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교통량과 행인들의 발길이 준 탓도 있겠지만, 회색빛의 짙은 스모그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어 적막감은 더했다.

평소와 다름 없이 사무실로 출근한 직장인이나 병원 등을 찾으려고 마지 못해 외출한 시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방진 마스크를 썼다.

외국 대사관 등 주요 시설물을 경비하는 무장 경찰(중국의 준군사조직)이나 공안 요원들도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눈에 뜨였다.

베이징에 스모그 적색경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최근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를 막아준다는 방진 마스크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 편의점 직원은 "평소에는 하루에 고작 몇 개 정도 팔리던 마스크가 최근 들어서는 수십 개씩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스크가 놓인 진열대는 반쯤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중국 최대의 인터넷쇼핑몰 타오바오(淘寶) 집계를 인용해 이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사이 소비자들의 방진 마스크에 대한 검색건수는 한 주 전과 비교해 116% 증가했다.

타오바오 측은 베이징 등지에서는 콘돔 검색 건수도 증가했다고 전하며 이는 젊은 커플들이 '스모그 속 임신'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환경보호감측센터는 이날 오전 베이징의 PM 2.5 농도가 250㎍/㎥ 안팎을 기록했다고 발표하고 대기오염 상황이 이날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1월 말부터 사상 최악 수준의 스모그가 잇달아 베이징을 덮치면서 호흡기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평소에도 많은 환자가 찾는 서우두(首都) 어린이병원은 이날은 거의 발 디딜 틈 조차 없이 붐볐다. 접수 창구마다 아이를 안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3살 정도로 보이는 딸아이를 안고 병원 출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한 여성은 "스모그가 시작되면서 아이가 기침을 심하게 한다"며 "스모그가 올 때마다 아이 건강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젊은 직장인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편의점에서 30대 전후의 남녀 직장인 5명과 만나 잠시 베이징의 스모그 상황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으려고 편의점에 들렀다는 인(音·28) 모 씨는 "겨울철이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2010년부터 베이징에서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갔었는데, 몇년전 다시 돌아와보니 상황이 더욱 안좋아졌다. 특히 최근 몇 년은 아주 심했다"고 말했다.

왜 베이징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분노하거나 정부를 비판하지 않느냐 물음에는 "정부가 (반발을) 억누르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초미세먼지 수치를 공개하고 또 이번에 적색경보를 내린 것 등은 점점 (스모그 대응 조치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수년 전까지만 PM 2.5 농도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2011년 11월 베이징에서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나타났지만, 시 환경 당국은 "대기가 약간 오염됐다"고만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주중 미국대사관이 PM 2.5를 기준으로 베이징 오염도가 매우 심각하다며 자국민에게 주의를 촉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 속에 대기 오염 측정 기준을 변경했다.

모두 미혼인 이들 직장인 중 남녀 2명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런 스모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상황이 걱정스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가 태어나면 베이징을 떠날 생각이다. 절대 이런 환경에서는 키우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jslee@yna.co.kr

☞ 日경찰 '야스쿠니 폭발음' 한국인 체포…"모르는 일" 부인
☞ 동거녀 찌른 군인 살해 男 정당방위…25년만에 첫사례
☞ 장수 게임 '리니지' 모바일에서도 한다
☞ "내 남친 유혹하지마" 임신女, 룸메이트 때려 살해
☞ 26년 만에 만난 母子…"날 용서해라" "다 이해합니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