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태아 숨졌어요, 내가 산 가습기 살균제 탓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유족인 안성우 씨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몰 앞에서 텐트를 쳐놓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 앞.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안성우 씨(38)가 커다란 대형 현수막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IFC몰에는 가습기 살균제 시장의 80%를 점유했던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입주해 있다. 그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매주 월요일 낮 12시부터 다음 날 낮 12시까지 24시간 동안 ‘항의행동’에 들어갔다. 옆에는 밤을 지내기 위한 작은 텐트도 쳐놨다.
안 씨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임신 7개월이던 부인(당시 33세)과 배 속의 태아를 한꺼번에 잃었다. 아들(7세)도 폐섬유화증을 앓고 있다. 그의 이번 시위는 지난달 10박 11일 동안 자전거로 부산~서울의 주요 도시를 돌며 진행한 1차 캠페인에 이어 두 번째다.
“자전거로 전국을 돌면서 만난 많은 분들이 ‘아직도 그 사건 해결이 안 됐느냐’며 놀라더군요. 독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로 143명이 사망했는데 아직까지 책임지는 사람도, 회사도 없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현실을 알리고 회사에 책임을 촉구하는 것, 이게 제가 아내를 위해서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입니다.”
안 씨는 1인 시위뿐만 아니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과 함께 사망자 추모 촛불시위와 기자회견 등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자전거 캠페인을 비롯한 각종 노력에도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는 검찰의 수사 진행을 촉구하고, 환경부가 12월 말까지 진행하는 피해자 추가 신고 접수 등을 알리는 것도 2차 항의 행동의 목표 중 하나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사연이 보도되면서 뒤늦게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안 씨는 “검찰이 4년이나 지나 최근에야 수사를 재개했다는데 기업들이 아직까지 자료를 남겨 놨겠느냐”며 “기업에 면죄부만 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대로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인상을 치른 뒤 회사도 사직한 채 2년간 홀로 충북 옥천의 작은 암자에 파묻혀 살던 그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 항의행동에 나서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에겐 “아빠가 하늘나라로 간 엄마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내가 사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결국 내 손으로 아내와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아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남은 아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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