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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기부② ‘한국판 저커버그’ 나오지 않는 까닭
-미국인 2200명 대상 조사…소득격차 큰 주(州) 부자가 덜한 주 서민보다 기부에 인색
-소수에 富 집중되면 “부자는 자신이 더 중요하고 더 많은 것 누릴 자격이 있다”고 느껴
-한국의 상위 1%가 전체 소득서 차지하는 비중 16.6%…OECD 주요국 평균 9.7% 압도



[슈퍼리치=천예선ㆍ윤현종 기자]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31)가 자신의 페이스북 지분 99%(52조원)를 기부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는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업인이 나타나지 않는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준 세계 부호 순위 1, 3위인 빌 게이츠(797억달러ㆍ92조5300억원)와 워런 버핏(640억달러ㆍ74조3000억원)이 앞장서 세계 각국 부호들에 자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라고 독려한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동참한 한국인 부호는 전무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 2016 나눔 캠페인(12월7일 현재)

자산 10억달러(1조1600억원) 억만장자를 중심으로 하는 더 기빙 플레지이긴 하나 국내에도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40여명이 넘는다. 현재 더 기빙 플레지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전세계 15개국에서 139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폴 앨런(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이베이 창업자), 래리 엘리슨(오라클 창업자), 어윈 제이콥스(퀄컴 공동 창업자), 조지 루카스(영화감독) 등이 포함됐다.

멀리 ‘더 기빙 플레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의 대표격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회원수는 930명(11월 기준)으로 총 약정금액은 1013억원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1조4351억달러(1666조원)에 달하는 세계 경제 11위국에 비해 고액기부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불평등-이타주의는 반비례=기부 문화는 그 나라의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다.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소득격차가 큰 국가의 부자일수록 자선을 하지 않게 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스탠포드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만 경영대학원은 빈부격차와 이타주의와의 관계를 최초로 조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먼저 연구진은 전미 1500명을 대상으로 벌였던 기존의 연구결과를 참조했다. 이 연구에서는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참가자들의 이타정신을 측정했다. 참가자에게 10개의 자선을 목적으로 한 복권을 주고 그 일부를 익명의 다른 참가자에게 양도할 기회를 줬다. 이때 양도를 받게 된 참가자들은 무조건 이를 수용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를 각 주(州)의 소득격차 정도와 비교했다. 그러자 소득격차가 큰 주에 사는 부자들은 격차가 적은 주의 일반인들에 비해 자선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부자는 연간 가구소득이 12만5000달러(약 1억3000만원)이상인 사람들이다.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연구진들은 온라인상에서 또 다른 70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이 속한 주의 소득격차가 심하거나 혹은 덜하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 그후 기존 연구와 같은 방식으로 이들에게 기부를 위한 복권을 주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양도하게 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속한 주의 소득격차가 심하다고 믿는 부자 참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한 관대함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의 소득분배가 좀 더 평등하다고 믿는 주의 일반 주민들이 자선에 더 적극적인것 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스테판 콩테 로트만 경영대학원 교수 등 논문 저자들은 “부가 소수의 사람들에 집중되면 부자들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중요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며 “자신이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당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 결과 “타인에게 자선을 베풀 의지가 없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 사이로 한 노숙자가 지나가고 있다.

▶한국 부의 편중 갈수록 심화=한국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2012년 4월), 우리나라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6%로, 경제협력기구(OECD) 주요 19개국 평균치인 9.7%를 훨씬 넘어섰다. OECD(2012년)가 집계한 빈곤율도 0.146%로 34개 회원국 중 6위였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집계한 ‘로빈후드 지수’로만 봐도 부의 쏠림현상을 체감할 수 있다. 로비후드 지수란 한 나라에서 가장 돈 많은 집안이 보유한 자산을 자국 빈곤인구 전체에게 나눈 지수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부를 보유한 집안은 삼성가(家)다. 이병철 창업주의 삼남 이건희(73)삼성전자 회장 등 일가 자산은 10월 포브스 집계 기준 30조1378억원(266억달러)이다. 국제노동기구(ILO)기준 국내 노동자 1인당 평균 연봉(265만원)의 94만4871배 수준이다.

삼성 일가 자산을 연 평균소득 711만원인 한국 빈곤인구 826만여명에 고루 나눠줄 경우, 1인당 364만6000원(3217달러)씩 돌아간다. 월 평균 265만원(ILO기준) 정도를 받는 노동자의 1.4개월치 급여와 맞먹는다.

한국의 소득분배를 연구해온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상위 10% 계층이 보유한 자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63.2%에서 6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2.3%에서 1.7%로 떨어졌다”며 부의 양극화 심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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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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