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복지’ 문화가 미국을 ‘기부천국’으로 만들었다읽음

주영재 기자
미국 달러화. Flickr

미국 달러화. Flickr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에 이어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재산을 모았다는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남긴 말이다. 그는 악덕자본가로 욕을 먹었지만 말년에 교육과 문화 부분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평화운동을 벌였다.

적지 않은 미국의 부호들이 카네기의 뒤를 이었고, 기부 문화는 미국의 전통이 됐다.

약 450억달러(약 52조272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하기로 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436억달러를 기부한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290억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등 고액 기부자들의 다수가 미국인들이다.

아직 고액 기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 통신 설립자 역시 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난 내 재산을 전부 쓸 수도 없을 뿐더러 무덤으로 가져갈 수도 없다”며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재산은 372억달러에 달한다.

억만장자들만 기부 행렬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 정도가 지난해 평균 3000달러를 기부했다. 미국인이 지난해 기부한 돈은 미국 GDP의 2%로 미국은 GDP 대비 기부액 비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 자선 활동에 관한 보고서를 내는 시민단체 ‘Giving USA’가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민이 지난해 기부한 액수는 총 3583억8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부액 증가율은 물가상승분을 제하고 2010~2014년 동안 평균 3.4%였다. 지난해 전체 기부액의 72%는 개인이 냈고, 기업과 재단이 차지하는 몫은 각각 5%, 15%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가 올해 10월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GI) 순위에서도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기부를 많이 하는 나라로 꼽혔다. 무엇이 미국을 기부 천국으로 만들었을까?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3일(현지시간) 미국의 기부 문화를 취약한 공공 복지와 종교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 재정으로 책임지는 교육과 보건, 문화 예술 분야에서 정부의 빈자리를 기부가 매우고 있다는 뜻이다. 레제코는 미국 정부의 공공 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가 낮은 소득 세율과 결부되어 있다고 봤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많은 세금을 걷고, 사회 보장이 가장 잘 된 나라들이 가장 박애주의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보다 기부에 소극적인 유럽과 일본을 염두에 둔 말이다.

이 같은 지적은 사실 단편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기부가 하는 역할을 다른 유럽의 선진국들은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요인도 기부 문화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시민단체 ‘박애주의자 회의’ 대표인 아담 마이어슨은 “미국은 선진국 중 가장 종교성이 강한 나라이다”며 “일주일에 한번 이상 교회나 유대교 회당에 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3배 이상 많은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인들의 기부금 중 약 3분의 1인 1149억달러가 종교기관에 돌아갔고, 교육 분야에 546억2000만달러, 보건 분야에 303억7000만달러, 문화예술 분야에 172억3000만달러, 환경분야에 105억달러, 외교 분야에 151억달러 등이 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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