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세계 첫 '람사르 마을' 제주 선흘리 동백동산

입력 2015. 12. 5. 07:01 수정 2015. 12. 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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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자세히, 오래 보는 '느림'이 '아름다움'이 돼 오는 곳
동백동산 탐방로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탐방로. 2015.12.5 jihopark@yna.co.kr
동백동산 최대 습지 먼물깍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가장 큰 습지인 먼물깍. 2015.12.5 jihopark@yna.co.kr
동백동산 상돌언덕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상돌언덕. 2015.12.5 jihopark@yna.co.kr
동백동산 도틀굴 입구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도틀굴 입구. 2015.12.5 jihopark@yna.co.kr
동백동산 습지센터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습지센터. 2015.12.5 jihopark@yna.co.kr

천천히, 자세히, 오래 보는 '느림'이 '아름다움'이 돼 오는 곳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전면에는 지난 25년 동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글이 내걸린다. 이 시는 얼마 전 선정돼 화제에 올랐다. 물론 기자의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제주시 조천읍의 '람사르 마을' 선흘리 동백동산을 찾으면 나 시인이 말한 그런 '풀꽃'들을 셀 수 없이 만날 수 있다.

천천히 눈을 크게 뜨고, 공부하며 본다면 말이다.

동백동산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낸 불규칙한 돌무더기 지형에 나무, 덩굴식물이 뒤섞인 숲인 '곶자왈'이다.

연중 온도 변화가 크지 않은 독특한 기후로 인해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난대 상록활엽수림이며, 빗물이 모였다가 지하로 흘러드는 지하수의 원천이기도 하다.

동백동산에는 현재 10만 그루 정도의 동백나무가 있다.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구상잣밤나무, 황칠나무 등 키가 큰 다른 나무들도 많아 꽃이 피는 시기에도 훌쩍 웃자라긴 했지만 동백나무를 알아보기는 수월치 않다.

숲 곳곳에 형성된 습지에는 순채, 통발, 남흑삼릉 등 귀한 습지식물도 널렸다.

이곳엔 멸종위기종인 제주 특산종 비바리뱀과 제주고사리삼,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등록된 세계적 멸종위기종 물부추, 팔색조 등 15종의 법정보호 동식물이 살고 있다. 멸종위기종뿐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두점박이사슴벌레를 포함해 모두 1천364종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동백동산을 깊이 있게 탐방하려면 우선 '동백동산 습지센터'에 들러야 한다.

주민, 행정기관, 환경단체, 여행사, 생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태관광협의체가 운영한다. 다양한 환경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손쉬운 길은 자연환경해설사가 동행하는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4인 이상 30인 이하 탐방객의 사전예약을 받아 진행된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동백동산 숲길 체험은 가장 짧은 코스가 센터에서 출발해 도틀굴∼상돌언덕∼먼물깍∼포제단을 거쳐 다시 센터로 돌아오는 4.82㎞ 코스다.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걸린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탐방안내센터에서는 동백동산과 선흘리를 소개하는 안내장과 매월 발행되는 '동백동산 숲편지'를 먼저 챙겨보자.

'동백동산 숲편지'는 동백동산 주민 모니터링단과 자연환경해설사가 함께 만드는데, 매월 동백동산의 숨겨진 습지와 숲 이야기, 숲의 친구들(동식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동백동산 숲편지' 12편을 모두 찬찬히 살펴보면 계절의 변화와 함께 동백동산의 숨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해설사를 따라 길을 나서면 '선흘1리 생명약속' 표지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행자들을 반갑고 친절하게 맞이하고 안내하며 자생식물 복원을 통한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겠다는 주민들의 약속이다.

여행자들에게 쓰레기를 되가져가고 숲과 마을을 훼손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담겨 있다.

숲에 들어서면 나무에 햇빛이 가려 마치 캄캄한 터널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300m 정도 가면 안내판 하나와 아래로 뚫린 구멍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도틀굴이다.

길이 50m 남짓의 미로형 용암동굴인 도틀굴 안에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머물 만한 공간이 있다.

4·3 당시 피신한 선흘리 주민 약 25명이 이 굴에서 끌려나와 18명이 인근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그 흔적과 유품들이 남아 비지정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굴 입구에 철제문이 설치돼 아쉽게도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습지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탐방로도 군데군데 미끄럽고, 질척질척한 곳이 있어 방수가 잘되는 트레킹화를 신는 게 좋다.

동백동산엔 모두 50여 곳의 습지가 있다.

나무가 하늘을 덮어 빛이 잘 들지 않고 습하다 보니 흙·돌·나무몸통 가릴 것 없이 양치식물 천지다.

탐방로 양 옆에 키 작은 식물 대부분은 '가는쇠고사리'다. 탐방객이 찾기는 어렵지만 오직 이곳 동백동산에서만 자란다는 원시식물인 제주고사리삼도 어딘가엔 있다.

주민들은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제주고사리삼 복원과 모니터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래 전 동백동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들은 숲의 나무로 땔감과 숯을 얻었고, 동백나무 열매를 통해 기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때엔 동백나무가 잘 자라도록 다른 나무들을 솎아 내 거의 숲 대부분이 동백나무였다고 전해진다.

1981년 '제주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이후 벌채가 없어지자 다른 수종들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게 됐고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동백나무들이 자라게 됐다.

탐방로 곳곳엔 숲을 기반으로 생활을 영위하던 옛 사람들의 흔적인 원형 또는 타원형의 숯막 터가 자리 잡고 있다.

숯막은 숯을 굽는 곳에 지은 움막을 뜻한다.

도틀굴에서 1km 정도 들어가면 옛 주민들이 숲을 조망하기 위해 찾던 '상돌언덕'이 나온다.

상돌언덕은 동백동산 곳곳의 용암언덕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언덕으로 과거 주민들이 목장의 말과 소를 살피고, 무단 벌목을 감시하던 전망대 역할을 했다.

지금은 나무들이 자라 시야가 나오지 않지만 예전에는 저 멀리 북쪽 함덕해변이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조금 넓어진 탐방로를 따라 900m쯤 더 가면 동백동산의 대표 습지인 '먼물깍'이 나온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먼물'과 끄트머리라는 뜻의 '깍'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물을 잘 투과시키지 않는 오목한 용암지형에 빗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습지다. 과거엔 식수원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수심이 1.5m 이하라 물놀이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먼물깍엔 멸종위기종 식물인 순채가 수면 위에 가득하고, 올방개가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토리를 좋아해 매년 겨울이면 찾아온다는 원앙이 물 위를 수놓는다.

흐린 하늘에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지만 고요한 먼물깍 수면에 반사돼 빠르게 흐르는 하늘의 구름들이 동적인 아름다움을 더해줬다.

탐방로에 가득 떨어진 도토리를 피해가며 선흘분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이곳은 역사·문화·생태·예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므로 영원히 보존돼야 합니다. 선흘1리 마을회'라고 적힌 안내문 여러 개가 눈에 들어온다.

이 안내문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에 중장비 투입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설치한 것이다.

포장도로와 선흘분교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탐방안내센터 방향으로 500m 정도 가면 두 개의 제단이 놓여 있는 '포제단'이 나온다. 포제는 남성들이 유교식 제법으로 시행하는 마을제로서, 마을 수호신에게 마을의 평안과 무사,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를 말한다. 포제단은 바로 이 포제를 올리는 제단이다.

◇ '선흘리'는 지금

2011년 동백동산 가운데 먼물깍을 포함한 주변 0.59㎢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2013년에는 선흘1리가 세계 최초로 '람사르마을'로 시범 지정됐다.

이후 마을주민들은 원탁회의 '리민큰마당'을 열어 마을의 방향성을 스스로 의논하고 적극적으로 생태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가 선흘곶자왈을 제주 세계지질공원의 대표명소에 추가했다.

선흘리 주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개발보다 보존이 마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생태관광이 틀을 갖추자 탐방객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2013년 1만7천여 명, 2014년 1만9천여 명, 올해 11월 말까지 이미 2만2천 명을 넘었다.

마을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상점, 식당 이용객이 늘었다. 인구도 늘어가고 있다. 선흘분교의 학생 수는 3년 전 18명에서 25명이 됐다.

제주시는 생태관관을 돕기 위해 내년부터 동백동산 인근에 '친환경 숙박시설'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 교통편·탐방시간·주변에 가볼 곳·먹을거리·문의할 곳…

길 안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자가운전자를 위한 동백동산 습지센터의 새 주소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로 77'이다.

동백동산 습지센터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아쉽게 버스밖에 없다.

제주국제공항에서 38번 버스를 타고 함덕리 정류장에서 내려 900, 981, 982번 버스로 갈아타 선흘1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701번 버스를 타고 함덕리 정류장에서 내려 900, 981, 982번 버스로 갈아타 선흘1리 버스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 약 1시간 20분 걸린다.

탐방안내를 받으려면 우선 전화예약을 하고 오전 10시 혹은 오후 2시에 맞춰 가는 게 좋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단독탐방을 하더라도 밝은 시간대에 가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동백동산 주변 관광지로는 낙선동 4·3성터, 알밤오름, 4·3 당시 주민들이 몸을 숨겼던 용암동굴인 반못굴 등이 있다. 반못굴은 주민 김양권씨의 밭에 있어 양해를 얻어야 들어갈 수 있다.

돔베고기, 고등어구이와 함께 '쌈밥'을 즐길 수 있는 '선흘곶 식당(☎ 064-783-5753)'이 탐방객들에게 평이 좋다. 1인분 1만원에 돔베고기, 고등어구이, 각종 나물찬과 쌈채소를 주인이 직접 만든 쌈장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습지센터에서 100m 남짓 떨어져 있다.

기타 문의는 선흘리사무소(☎ 064-783-8885), 동백동산습지센터(☎ 064-784-9445)로 하면 된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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