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라넷 '16년 숨바꼭질' 끝날까.. 경찰청장 수사 의지 밝히자 운영진 "시늉만 할 것" 조롱

박세환 기자 2015. 11. 26. 19: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대 규모의 한국어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이 전격적으로 홈페이지 주소를 바꿨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소라넷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힌 지 이틀 만인 25일 오후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기존 주소를 차단하자 새로운 접속 경로를 만들어 공지했다.

소라넷 운영자는 이날 회원들에게 ‘21세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성인의 볼 권리와 알 권리를 막으려는 시대착오적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단체 쪽지를 보냈다. 회원들 사이에선 ‘성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명운동과 기사 댓글 달기 운동을 펼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경찰과 소라넷의 16년간 이어진 숨바꼭질은 이번에 막을 내릴 수 있을까.

한 소라넷 회원은 26일 국민일보 취재진에게 “여론 때문에 시늉만 할 뿐 실제로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소라넷 측은 이번 경찰 수사가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①홈페이지 광고 규제, ②평균 6주 간격으로 진행된 웹주소 차단 기간 단축, ③소라넷을 매개로 한 범죄 강력 처벌, ④미국과 협의해 서버 폐쇄와 운영진 검거 등이다.

소라넷 측은 콧방귀를 뀐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버 폐쇄와 운영진 검거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소라넷 서버는 미국에 있다. 소라넷 측은 미국의 관련법만 준수하면 사실상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 또는 저작권 시비가 벌어질 수 있는 음란물을 수시로 삭제하면 미 당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해외 광고주를 물색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주소를 홍보하면 한국에서 아무리 광고를 차단해도 무용지물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1999년 문을 연 소라넷은 2000년대 초반 운영진이 국내 최초 성인 포털 사이트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확장 작업을 벌였다. 현재 회원 100만명, 합성 누드 사진 200만건, 음란 동영상 1만건, 평균 조회수 5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경찰은 오랫동안 소라넷을 추적해 왔다. 2004년 사이트 운영자 등 60여명을 무더기 검거했고, 2013년 이 사이트를 통해 집단 성행위를 알선한 일당을 적발했다. 지난해 2월에는 가학·피학성 변태 성행위 사진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올해도 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소라넷 회원 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소라넷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운영자가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2004년 경찰은 호주에 거주하는 ‘테리 박’을 운영자로 지목해 인터폴과 공조수사를 펼쳤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당시 소라넷 측은 “경찰이 가진 운영자 신상정보가 빈약하다”며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번에 경찰이 밝힌 수사공조 국가는 미국뿐이다. 테리 박이 여전히 호주에 살고 있다면 딱히 잡을 방법이 없다. 2004년 소라넷 측은 서버가 일본 호주 등 각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엔 다르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확대 창설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을 바탕으로 외국기관과 협조를 맺고 380여명의 전문인력을 가동해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