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좌석, 선수 위험한 더그아웃.. "21세기 최악 돔구장"
서울 영등포역에서 경기도 부천 방향으로 5㎞ 떨어진 곳에 자리한 고척돔은 은빛 우주선 모양의 건물이다. 1만807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화려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미로' 같은 구조라서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층으로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는 한 대뿐이다. 그나마 성인 7~8명이 타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다.
설계 과정에서 외야석과 내야석이 완전히 분리된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외야석 통로 쪽에서 사고가 나면 내야로 이동해 빠져나올 수가 없다. 좁은 땅에 돔 구장을 짓다가 생긴 구조적 문제여서 개선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4월 1일 프로야구가 시작되면 주차 대란도 각오해야 한다. 고척돔의 주차 면수는 492면에 불과하다. 경기장에서 주차장을 잡지 못할 경우 '구로 공구상가'의 주차장 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고척돔까지는 20~30분가량을 걸어야 한다.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경기장 외부 대체 주차 공간도 200~300대에 불과할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하고 있다. 주차 면수가 1300면에 달하는 잠실구장에서도 야구 경기가 벌어지면 옆의 둔치와 탄천 주차장 등을 이용해야 한다. 넥센 팬인 최기천(45)씨는 "예전엔 가족과 차를 타고 목동구장으로 야구를 보러 갔는데, 내년에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어렵게 구장 안에 들어서도 여러 불편을 경험하게 된다. 고척돔의 천장은 회색이라 하늘에 뜬 공을 식별하기 어려운 '색 증발 현상'이 나타난다. 때로 선수들이 평범한 플라이공을 놓칠 정도다. 쿠바와의 평가전을 뛰었던 김현수(두산)는 "하늘에서 갑자기 볼이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고척구장을 찾은 김지빈(24)씨는 "잠깐이라도 한눈 팔았다간 파울 공에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4층 관람석은 '등산'한다는 느낌을 준다. 경사도가 35도로 목동구장(29도)보다 훨씬 가파르다. 쿠바전을 관전했던 한성윤(31)씨는 "4층 관람석을 오르내리려면 정신 바싹 차려야 할 것 같다"며 "자칫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최대 31개까지 일렬로 붙여놓은 일부 좌석은 관중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15개 정도만 일렬로 붙어 있는 여타 구장과 대비된다. 게다가 고척돔은 앞뒤 좌석의 간격도 좁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체구가 큰 성인 남성이 앉으면 앞좌석에 무릎이 닿을 정도이기 때문에 중간에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야구 경기가 5회 클리닝타임(그라운드 정리를 위해 잠깐 쉬는 시간) 외에는 많이 이동할 일이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가 "5회에 맞춰서 생리 현상이 발생하는 사람도 있느냐"는 반발을 샀다.
전광판도 가로 24m, 세로 7.6m로 국내 9개 프로 야구장 중 가장 작다. 지난해까지 넥센이 썼던 목동구장만 해도 가로 25.3m, 세로 10m였다. 요즘 야구장은 여성 관객이 40%가 넘을 정도이지만 이들을 위한 배려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아이를 동반한 여성을 위한 '키드 존'도 없고, 수유실 등의 편의시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고척돔에서 경기를 치러본 선수들도 시설에 불만을 나타냈다. 제일 많이 지적한 부분은 지붕 없는 더그아웃이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의 머리 위로 파울볼이나 관중이 던진 오물이 날아들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라운드 옆에 바로 불펜이 있는 여타 구장과 달리 투수들이 지하 1층으로 26개 계단을 내려가서 연습 투구를 해야 한다. 이런 불편 때문에 선수들은 지하 불펜을 쓰는 대신 1·3루 더그아웃 바로 앞에서 몸을 풀기도 한다. 직선 파울볼이라도 날아오면 위험할 수 있다. 선동열 대표팀 코치는 "코칭스태프가 불펜 투수들의 연습 투구 상황 체크도 못 한다"고 말했다. 한 고교팀 감독은 "관중이 별로 오지 않는 아마추어 경기는 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프로팀 경기를 하려면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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