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일베발 '빨간 우의 남성 가격설'이 음모론인 이유

2015. 11. 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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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르신이 쓰러져 있는데, 거기에 어떤 시위대 중에 한 명이 몸으로 덮쳐서 주먹으로 가격하는 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걸 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렇게 검찰 총장 후보자에게 주문을 했고요.” 11월 20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전날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새누리당 김도읍, 김진태 의원은 “SNS에서 떠도는 영상”이라며 ‘시위대가 농민 백남기씨를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SNS에서 떠도는 영상? 출처는 극우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다.

일베에서 ‘물대포’ 등으로 검색해보면 이 음모론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11월 17일. 닉네임 ‘원숭이 사냥중’, ‘NIS秋想’ 등의 일베회원이 ‘물대포 할배 코뼈가 부러진 이유.gif’라는 제목으로 당시 ‘뉴스타파’에서 인터넷으로 중계했던 장면을 잘라올렸다. 영상만 보면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 백씨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앞의 ‘NIS秋想’이라는 일베회원은 UFC 선수 김동현의 파운딩 장면을 ‘비교장면’이라며 붙여놓았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일베 회원들이 이른바 ‘빨간 우비’를 입은 남자가 가격해서 백씨의 상태가 위중했다고 주장하는 뉴스타파 영상. / 뉴스타파
일베 회원들이 ‘빨간 우의 남자’가 가격을 위해 주먹을 쥐었다며 표시한 캡쳐 화면 /뉴스타파

일단 팩트. ‘백씨의 후송 사진을 보면 코에서 피가 나는 것이 이상하다’며 물대포를 맞아 코에서 피가 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물대포를 맞은 다른 사람, 예를 들어 ‘검은 옷의 남자’(일부언론에서는 다른 날의 영상이라고 보도했으나 백씨에 물대포 가격을 맞은 후 약 5분 뒤에 벌어진 상황으로 밝혀졌다) 역시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가 찍은 이후 사진에 의하면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 남자는 현재까지 소재불명이다. 관련해서 이 남자가 백병원에 후송되었고, 신원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전언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사건 초기 백남기씨로 일부에서 오인되었던 ‘검은 옷’ 남자의 영상. 이 남성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백남기 씨 이후에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남자.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베 등에서는 이 남자가 소식이 없다는 점이 크게 부상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러기 때문에 백남기씨가 다친 것은 물대포가 아니라 ‘빨간 우의’ 남자가 가격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신원 미상의 남성을 비롯 최소 3~4명이 이날 물대포 직사에 의해 상당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둘째, 백씨는 코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코뼈가 부러졌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백씨의 딸(33세)은 “외상은 없다. 코뼈가 골절되거나 안구가 다치거나 하지 않았다. 두개골 함몰도 없다”며 “뇌 내출혈이 발생했고 뇌가 부어있는 상태”라는 의사소견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셋째, 이 일베 발 편집 영상이 유포되기 전까지 구은수 서울 경찰청장이나 경찰 청문감사관의 당시 상황조사에서도 ‘시위참가자 가격’이 원인이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자체적으로 채증팀이 찍은 당시 상황 영상을 갖고 있다고 구 서울 청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간담회에서 기자와 청문감사관, 구 서울청장과 오간 대화를 보면 ‘시위대의 가격’과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덧붙인다면, 당시 상황은 현장의 수많은 카메라가 기록하고 있었다. 노컷뉴스에 게재된 직후 사진과 여러 동영상을 조합하면 ‘빨간 우의 남자의 가격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금방 규명된다. 해당 장면을 기록한 동영상이나 연속사진은 뉴스타파 이외에도 여럿이 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정확한 규명은 어렵지만, 백씨를 후송하는 과정에서 동행하는 점, 게다가 시위대의 활동과 무관한 언론사들의 수많은 카메라가 현장에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남자가 ‘테러’를 벌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대포를 맞고 남자가 백씨 위로 쓰러졌지만 전후 영상을 보면 물대포 가격이 뇌출혈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 경찰청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백씨가 쓰러진 후에도 약 15초간 물대포 직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위의 일베 발 음모론에 대해 일베 내에서도 “물대포에 밀려 넘어지는 것을 두고 선동하는 우좀 수준”과 같은 댓글이 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수입장에 불과하다. “물대포 맞는 것으로 위장하여 ‘빨간 우의’가 가격했다”,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빨간 우의’ 뿐 아니라 부축하는 다른 사람도 백씨에게 독극물을 주입하는 등 한 패”와 같은 자가발전이 일어나는 중이다. 분노 확산을 노리고 ‘좌파’들이 희생자를 조작했다는 음모론이다.

어쨌든 이런 주장은 ‘빨간 우의’를 입은 시민에 대한 명예훼손은 아닐까.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확실히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은 맞지만 아직까지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되진 않은 상태”라며 “나중에 신원이 밝혀졌는데도 계속 그런 음모설을 제기하면 소제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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