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성공한 '오타쿠'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데이비드 보위의 ‘Starman’ 싱글 표지. |
며칠 전, 대학 후배 S에게서 청첩장을 받았다. 찜닭을 나누며 신랑 만난 얘길 들었다.
S는 몇 년 전 어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클래식·공연 동호회 방을 개설했다. 그 동호회 회원은 이제 350명에 이른다. S는 늘 같이 공연 보고 밥 먹던 이 중 하나와 백년가약을 맺게 된 거다. 신랑과 취미부터 성향까지 너무 잘 맞아 신기하고 좋다고 했다. S 역시 뭔가에 빠지면 주체할 수 없는 성품을 갖고 있지만 듣자하니 신랑의 기운이 만만찮다.
S에 따르면 오페라광인 신랑은 특이하고 귀여운 의사결정 방식을 지녔다. 신랑은 얼마 전 휴가지 숙소를 고민하다 한번 가보지도 않은 곳을 그 이름만 보고 덥석 예약했다고 했다. 18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의 이름이 들어가는 그 리조트 말이다. 예식장 선정도 비슷했다. 신랑은 오페라 관련 용어와 발음이 비슷한 곳으로 식장을 정해버렸다. 그 뒤에 답사를 가긴 했지만 식장 관계자의 설명은 신랑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라…. 오페라를 좋아하는 내가 결혼할 장소로 이보다 더 운명적인 상호가 있단 말인가!’
신랑은 록 음악이라곤 좀체 듣지 않지만 오로지 한 팀만은 예외라고 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Q 말이다.(하긴 Q도 오페라와 관련이 많잖은가!) 신랑은 자신의 차에 올라타 시동을 켤 때부터 그 밴드의 음악이 나와야 직성이 풀린다. 만약 때마침 차에 음반이 없다면 적막 속에서 그는… Q의 명곡을 혼자 아카펠라로라도 부른다. 그래야 주행 시작.
지난 주말, 음악계 베테랑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가수 A의 기벽 얘기가 나왔다. 그중 절정은 그가 한때 우주에서 왔다고 주장하고 다녔다는 거다.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한때 우주 얘기에 심취했다. 그의 첫 히트 곡인 ‘Space Oddity’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7일 전 발표됐다. 그의 다음 히트 곡이 영화 ‘마션’에도 등장한 ‘Starman’이다.
‘Starman’의 후렴구는 오즈의 마법사의 ‘Over the Rainbow’ 도입부와 유사한 선율 구조를 지녔다. 사랑하는 둘이 손을 맞잡는 일은 때로 별과 별의 만남보다 신비롭다. S, 축하해. 그리고 혼인할 이를 찾는 A에게 이 곡을 바친다. 우리 가끔 하늘을 보자.
‘스타맨이 하늘에서 기다려… 여기서 반짝이면 그는 착륙할지도 몰라, 오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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