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공들이는 반기문..'반반' 꼬리표 떼나
요즘 ‘여의도 정치’의 핫 키워드는 ‘반기문’이다. 국제적으론 프랑스 파리 테러, 국내에선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촉발된 칼끝 같은 긴장이 흐르지만 정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1·사진) 이름이 의미 있게 소환되는 것은 여의도에서다.
여의도에선 특히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를 시나리오로 하는 친박계발(發) 개헌론에 이어 반 총장 방북설이 나온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대선 출마부터 이도 저도 ‘반반(半半)’ 안갯속이라 ‘반반총장’으로 불리던 그가 구름 위 ‘태산(泰山)’ 등반의 발걸음을 뗀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반기문 대망론’은 점점 실체를 띠고 있다. 불을 지피고 있는 건 새누리당 친박계다. 지난 9월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대권 불가론’ 논란 때도 박근혜 대통령이 반 총장을 ‘차기’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반 총장이 ‘재소환’된 것은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이 지난 12일 “반기문 대통령에 친박 총리도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밝히면서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진화에 나섰지만, ‘천기누설’을 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차기 주자가 없는 친박에 ‘반 대통령-친박 총리’ 카드는 매력적인 구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방북을 추진하면서 반 총장은 ‘자의 반 타의 반’ 여의도 정치 한복판으로 진입했다.
대망론이 떠돈 최근 몇 년 새 반 총장은 ‘반반 정치’를 하는 ‘반반총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치 반, 외교 반’에 걸친 그의 상황이나, 이력·정치성향도 ‘여당 반 야당 반’, 출마 가능성도 ‘반반’이라는 점을 빗댄 것이다. 친박발 개헌 구상에서도 그는 ‘반쪽 대통령’이다.
하지만 독자적 방북 추진으로 ‘전법’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 한 여권 인사는 이번 방북이 “태산에 오른 것과 같다”고 평했다. 반 총장은 지난 9월 초 중국 방문 동안 성산(聖山)으로 알려진 태산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 대권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래서 그의 방북을 두고 ‘반반 치킨’에서 ‘두 마리 치킨’ 전법으로 이행 중인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꿩 먹고 알 먹고”(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시각은 여전히 ‘반반’이다. 한편에선 방북이 성사될 경우 ‘잠재적 대선후보’로서 주가는 급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한편에선 이번 방북은 이미 김이 빠졌고, 기대할 만한 결과를 가져올지 회의적이란 반응도 있다.
분명한 것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의도 정치의 반 총장 호출은 빈번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반 총장 측은 지난해 11월 대선출마설 등에 “반 총장은 아는 바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대선 불출마’ 내용은 없었다. 반 총장의 ‘반반’ 행보가 어떤 답을 내놔야 할 시점은 점점 임박해지고 있는 셈이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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