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부품 가격 낮추기 정치권서 발목
개정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특허청 관계자는 "대체 부품을 디자인권 대상에서 제외하면 디자인보호법의 큰 기조가 무너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음모론도 나온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순정품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만으로 20~30%의 공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리용 부품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디자인보호법이 바뀌지 않으면 생산 가능한 대체부품 수가 크게 줄어든다"며 "대체부품 활성화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정부는 20일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주관으로 '대체부품 인증제 설명회'까지 열어 대체부품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이 빛을 잃은 모양새다.
한 중소 부품업체 관계자는 "이제 대체부품 산업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동차 회사가 언제 디자인권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할지 모르는데 누가 대체부품을 만들겠나"라고 반문했다. 대체부품이란 완성차 업체가 차를 만들 때 사용한 부품과 거의 동등한 품질을 가졌다고 정부공인기관에서 인증받은 부품이다. 유럽에서는 자동차를 수리할 때 사용하는 부품 50% 이상이 대체부품이고 미국도 대체부품 사용 비중이 35%를 넘을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선진국에서 대체부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체부품은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하는 순정품(OEM 부품)에 비해 유통구조가 단순하다. 따라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수입차 부품처럼 가격이 비싼 부품은 가격 인하 효과가 더 크다. 자동차부품협회 관계자는 "BMW 530i 모델 펜더 부품 가격은 순정품이 44만8300원인 데 비해 대체부품은 21만8650원으로 49% 수준"이라며 "대체부품 가격이 순정품에 비해 30~50%가량 저렴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체부품이 활성화하면 중소 부품업체들이 자동차 부품 시장에 참여해 산업 규모가 커진다. 대체부품을 활용한 튜닝산업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지난해 대체부품 제조를 허용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만들어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디자인보호법에 명시된 디자인권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를 출시할 때 범퍼커버, 펜더, 보닛, 헤드라이트, 도어패널, 라디에이터 그릴 등 주요 외장부품 디자인을 자신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등록한다. 따라서 대체부품 제조사는 디자인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부품을 생산하거나 완성차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디자인권이 등록된 부품을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디자인 사용을 허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허정철 한국튜닝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자동차를 수리할 때 70% 이상이 외장부품을 사용해 이뤄진다"며 "완성차 업체들로선 이 시장을 빼앗기기 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9개국과 호주가 정비용 자동차 외장부품에 대해 디자인권 침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법률을 통해 수리를 목적으로 한 외장 대체부품에 대한 디자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자동차 업체의 '약탈적 디자인권 설정'을 막고 부품시장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일부 정비용 외장부품에 대해 디자인권 존속기간을 30개월로 단축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동은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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