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처리 총론엔 합의..이제부턴 '각론 전쟁'

정환보·박순봉 기자 2015. 11. 1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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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지도부 '3+3 회동'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국회가 17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을 통해 정기국회 주요 현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반쪽’ 진행되는 상황을 여야 합의로 돌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당장 가동키로 했고 경제와 정치 분야 특별위원회 2개를 신설키로 한 것이 성과다.

손 맞잡은 여야 새누리당 원유철(왼쪽에서 세번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네번째)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3+3 회동’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하지만 선거구 획정 기준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사안들은 ‘데드라인’(마감시한)을 설정한 것 이상의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대테러방지법 등 쟁점 현안 대부분이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어서 앞으로도 당분간 여야는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크다. 여야가 주요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형식’을 마련했지만, ‘내용’은 추후 채워가겠다는 ‘불완전 합의’인 셈이다. 이날 합의가 새누리당이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검토를 앞세우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해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는 우선 경제민주화·민생안정특위와 국회개혁특위 등 2개 특위 신설 안건을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각 특위에서는 야당이 요구하는 경제민주화, 여당이 요구하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등을 주로 논의하게 된다. 여야 주장이 고르게 반영된 셈이다. 한·중 FTA 비준안 여·야·정 협의체는 18일 오전 11시 여야 정책위의장과 관련 상임위 여야 간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모여 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처별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야당이 국비 편성을 주장하는 누리과정 예산과 여당이 강하게 요구하는 대테러방지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키로 한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24일까지로 시한을 정했다. 대테러방지법은 관련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한 만큼 단시간 내에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내용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반면,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안되던 것인데 상임위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고 가능하면 합의 처리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테러방지법에 야당이 한발 양보를 했다면,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대규모 시위 및 진압 과정 문제점에 대해 안전행정위에서 현안보고를 받기로 한 것은 여당이 양보한 부분이다. 청문회 등을 개최할 가능성까지 열어놨지만 여당이 과연 경찰청장과 물대포 발사 책임자 등을 출석시킬 청문회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선거구 획정 관련 지침은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즉시 가동해 2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 또한 여야 수뇌부가 숱하게 만나고도 풀리지 않던 문제여서 과연 묘수가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여야가 각각 요구하고 있는 법안 처리 문제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제활성화법 및 새정치연합의 경제민주화법은 조속히 합의해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만 합의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주장해온 노동개혁 법안 처리도 이번 합의에서 빠졌다. 새누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압박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요구해온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법 처리 시점이 임박하면 또다시 예산안이 ‘볼모’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환보·박순봉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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