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 눈' 남반구 세 곳, 24시간 '제2의 지구' 찾는다

2015. 11. 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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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칠레 외계행성탐색관측소를 찾다

우리나라와 거의 대척점에 있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세로 톨롤로 범미주천문단지(CTIO)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각) 밤하늘을 쳐다보니 별들이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았다. 우주에는 지구의 모래만큼 많은 천체가 있다. 그 천체들 속에서 지구를 닮은 행성이 있을 확률은 낮지 않다.

칠레-오스트레일리아-남아공에
외계행성탐색시스템 갖춰

잠들지 않는 지상관측 세계 처음
지난달부터 본격 탐사 나서

세계 최대 중력렌즈 망원경
한번 촬영에 별 수천만개 찰칵

하지만 실제 그런 행성을 발견하기는 모래 속 바늘처럼 찾기 쉽지 않다. 이날 해발 2200m인 이곳의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돔 안에서는 관측사 김민준씨가 중력렌즈 망원경으로 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돔은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외계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천문단지 35개 망원경 돔 가운데 맨 북쪽에 위치해 있다. 김씨는 고승원씨와 함께 교대로 매일 밤 망원경으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관측한다.

천문연은 이곳 칠레와 오스트레일리아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SSO),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천문대(SAAO) 등 남반구 세 곳에 외계행성 탐색용 망원경을 세우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외계행성 탐사에 나섰다. ‘24시간 해가 뜨지 않는’ 천문대를 확보한 셈이다. 미국은 2009년 케플러 관측위성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려 우주에서 전천후로 외계행성을 탐색하고 있지만, 지상에 24시간 외계행성 관측 시스템이 갖춰지기는 처음이다.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은 지름 1.6m 반사거울과 4장의 보정렌즈로 구성된 광시야 망원경이다. 망원경에는 4장의 시시디(CCD)를 모자이크로 붙여 가로세로 크기가 20㎝인 3억4천만 화소의 시시디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이 망원경으로 달 16개가 들어가는 면적을 한번에 찍을 수 있다. 한번 찍을 때마다 별 수천만개를 관측할 수 있는 현존 세계 최대급 탐색관측 장비다.

이 시스템은 중력렌즈를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는다. 중력렌즈는 멀리 있는 별의 빛이 질량이 큰 별 옆을 지날 때 중력 때문에 휘어져 밝기가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임범두 천문연 광학천문본부 연구원은 “이 별에 행성이 있으면 행성이 지나갈 때 밝기 신호가 달라지는데, 이를 포착해 행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행성이 지구만하다면 신호가 몇 시간 지속되지 않는다. 3개의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으로 24시간 하늘을 감시하면 지구 크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큰 ‘슈퍼 지구’를 찾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연구자들은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이 현대 천문학의 최대 화두인 외계행성의 존재와 외계 생명체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초신성 연구나 외부은하 연구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외계행성을 관측하는 데는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 행성에 의해 별빛이 흐려지는 것을 관측하는 방법, 행성에 의해 별빛이 흔들리는 현상을 관측하는 방법이 쓰인다. 이 가운데 중력렌즈 방법은 적은 경비로도 지구처럼 작은 질량을 가진 행성들을 검출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 세 곳을 구축하는 데는 2009년부터 6년 동안 약 200억원이 투자됐다. 미국도 올해 4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8.4m 망원경에 32억 화소의 시시디 카메라를 갖춘 중력렌즈 시스템인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LSST) 제작에 들어갔다.

한국외계행성시스템을 남반구에 설치한 것은 관측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계는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보면 약간 북쪽으로 치우쳐 있어 은하 중심부인 궁수자리 근처는 북반구보다는 남반구에서 잘 관측된다. 여기에 있는 수억개의 별을 10분 간격으로 모니터링하면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곳 칠레의 탐색시스템은 사막 한가운데 있어 우주에서 오는 전자기파를 수증기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하게 관측할 수 있다. 아타카마 사막 고원에서는 천체 관측하기에 알맞은 맑은 날이 1년에 300일에 이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유력 후보 포함)은 이날 현재 5429개다. 아직은 대부분 케플러우주망원경이 발견한 것이지만 케플러망원경의 수명이 다돼가 향후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이 가장 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해낼 가능성이 크다. 천문연은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으로 해마다 100개 이상의 행성을 새로 발견하고, 이 가운데는 지구 질량 정도의 행성이 2개 정도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병곤 천문연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이 시스템으로 발견한 천체를 거대마젤란망원경(GMT)으로 집중 관측하는 등 상호보완적으로 운영하면 새로운 천문현상을 발견하는 등 우리나라가 국제 천문학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마젤란망원경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기공식을 한 지름 25.4m의 세계 최대 천체망원경이다.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이 숲을 보는 망원경이라면, 거대마젤란망원경은 이 시스템이 발견한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현미경인 셈이다.

한국외계행성탐색시스템 세 곳에서는 매일 밤 200기가바이트씩 모두 600기가바이트의 정보가 생산된다. 영화 600편이 매일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데이터들은 실시간으로 한국의 천문연으로 전송돼 가공된 뒤 천문학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천문연은 외계행성이 발견되면 연도와 순번을 넣어 ‘KMT-20151b’식의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임 연구원은 “지난 1년 동안 시범운영 기간에도 외계행성 후보들이 발견됐다. 이제 본격 관측을 시작해 내년부터는 KMT 이름을 단 외계행성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 세로톨롤로 범미주천문단지/ 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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