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작은 지하차고서 열린 오디시의 공연
미국 래퍼 오디시(왼쪽 사진)와 그의 근작 ‘The Good Fight’ 표지. 사진 출처 오디시 페이스북 |
세계 순회공연 규모도 가지가지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본 뮤즈나 메탈리카 공연, 일본 오사카 돔에서 본 폴 매카트니의 콘서트는 정말이지 웅장했다.
음악의 신이 된 듯한 도취를 만끽하는 근사한 월드투어도 있지만 관객과 땀을 섞는 ‘유기농’ 순회공연도 있게 마련이다. 내가 본 가장 작은 월드투어는 미국 밴드 ‘호스 더 밴드(Horse the Band)’의 2008년 ‘어스 투어(Earth Tour)’다. 이들은 닌텐도코어(Nintendocore)란 장르의 창시자쯤 된다. 닌텐도코어란 말 그대로 닌텐도 게임에 나올 법한 값싸고 경박한 전자효과음을 묵직하고 격렬한 헤비메탈, 펑크 록에 뒤섞은 장르. 그해 서울 홍익대 앞 작은 지하 클럽에서 열린 그들의 공연에 갔다. 그들은 그야말로 게임기의 공격 버튼을 초인적 속도로 연타하는 열 살짜리 꼬마처럼 더없이 뜨겁고 정교한 연주를 들려줬다. 내 인생의 공연 중 하나다. ‘어스 투어’란 원대한 제목에 맞지 않는 초라한 관객 수(20∼30명)는 이 콘서트를 더욱더 전설적으로 만들 뿐이다.
2012년에 본 미국 전자음악가 픽처플레인(Pictureplane)의 내한공연은 더 작았다. 그 역시 음악 장르의 창시자. 하우스 음악에 기괴한 호러물의 이미지를 뒤섞은 위치 하우스(witch house) 장르 말이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생각하면 그 공연에 ‘마이크로 콘서트’ 같은 거창한 영예를 선사하고 싶다. 하지만 홍익대 앞 작은 바 한쪽에서 그의 DJ 장비를 단 두 겹으로 감싸고 열광하는 10명 남짓의 관객과 그가 분투하던 장면은 ‘야바위판’이란 단어랑 자꾸만 같이 떠오른다.
어제(14일) 밤엔 미국 래퍼 오디시의 공연에 갔다. 관객은 적지 않았다. 60∼70명쯤? 장소는 동교동의 한 출판사 지하주차장. 셔터가 내려진 컴컴한 차고 안을 울리는 저음, 오디시의 현란한 랩은 내 뇌를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곳으로 이끌었다. 그 좁고 막힌 곳은 평소엔 닿지 못한 사고의 해안으로 연결된 비밀통로였다. 밖에서 자꾸 비가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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