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28) 낯선 배우, 서현우의 발견
우리는 화려한 조명 뒤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배우들의 사투에 관심이 없다. 대중은 환호와 영광을 배우와 함께 나누고 즐기려 할 뿐이다. 무명의 설움은 모든 배우들의 숙명 같은 관문이지만 대중은 관심을 가지고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지 않는다. 오직 배우 홀로 가져야 할 극복의 과정이다. 지난 힘든 세월은 성공한 명배우의 무용담이 된다. 그 과정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는 없다.
최근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가 개봉됐다. 주원, 유해진, 이유영 주연의 이 영화는 미스터리 추적 극이다.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집요하게 범인을 쫓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스크린 속에서 관객을 숨 막힐 듯 압박하는 낯선 배우를 발견했다. 배우 서현우. 32세 젊은 배우의 다이얼로그는 자연스러움을 넘어 능청스럽다. 낯선 배우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농익은 연기와 맞닥뜨릴 때 관객은 새로운 배우의 출연에 박수를 보낸다. 극중 형사 ‘두수’ 역의 배우 서현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간 연극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청춘을 담보한 10여년의 세월은 이 영화의 연기로 일부 보상받기에 충분했다. 비합리적이며 아집으로 가득 찬 극중 형사 ‘두수’가 되기 위해 20㎏ 가까운 살을 찌웠더니 주변에서 그를 바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다. 사투리 억양으로 말투도 완벽하게 바꿨다.
그는 6개월 동안 ‘두수’의 삶을 살았다. 배우의 삶은 관찰자로 점철된다는 지론을 이번 영화로 온전히 실천했다고 한다. 그가 신뢰 가는 배우라는 사실은 이러한 지점이다. 형사 ‘두수’는 극중에서 과도한 연기로 상업적 재미를 과도하게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절제의 재미를 안겨줄 만큼 배우 서현우의 연기는 실로 영민해보였다. 낯설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새롭고 튼실한 배우의 출현을 관찰해 보는 재미가 생겼다.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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