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아내에게 강간당했다"는 남편.. 과연 그게 가능할까

권순완 기자 2015. 11. 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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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주장 "아내와 아내의 친구가 날 때린 후 온몸을 묶어.. 당일 자정쯤 성폭행" 아내의 주장 "합의하에 성관계.. 위자료 받아내려는 꼼수"

남편은 "아내에게 강간당했다"고 하고 아내는 "남편이 유혹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은 이혼을 원하는 남편 박모(38)씨를 29시간 동안 가둔 채 폭행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아내 심모(40)씨를 구속 기소했다. 심씨는 남편을 감금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성관계는 남편이 먼저 요구했다"며 강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남편은 키 165㎝에 체중 58㎏, 아내는 키 170㎝, 체중 60㎏으로 아내의 덩치가 더 컸다. 또 현장에는 아내를 도운 키 185㎝, 체중 77㎏의 남자 김모(42)씨가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과연 여자가 남자를 강제로 성폭행할 수 있었을까.

박씨는 23세이던 2000년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당시 심씨를 처음 만나 연애했고 이듬해 결혼했다. 심씨는 결혼 후 유학원 사업으로 돈을 벌었고, 박씨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외국 대학에 진학했다. 부부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돈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서로에게 애인이 있다고 의심했다.

남편 "새우처럼 몸 구부렸지만…"

남편 측 김미진 변호사에 따르면 아내의 행동은 용의주도했다고 한다. 줄곧 남편의 이혼 요구에 반대해 왔던 심씨가 돌연 "이혼에 합의해주겠다"고 하자 외국에 있던 박씨는 지난 5월 6일 아침 입국했다. 같은 날 오전 박씨가 서울 경운동 심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들어갔을 때 아내는 '친구' 김씨와 함께 있었다. 박씨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둘이 달려들어 때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쓰러지자 둘은 청테이프로 박씨의 양쪽 손목과 발목, 팔, 종아리를 둘둘 묶은 뒤, 케이블 타이로 같은 곳을 다시 한 번 결박했다. 안대로 눈도 가렸다. 이후 김씨는 집에서 나갔지만 아내는 남아 "3000만원만 있으면 청부살인으로 목숨 뺏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며 박씨를 계속 협박했다. 박씨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내가 바람을 피워 혼인이 파탄 났다"고 소리 내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이를 휴대폰으로 녹음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물만 줬다. 오후 4시쯤 남편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깡충 걸음으로 갔으나 손이 묶여 있어 여의치 않았다. 아내가 도와주었다. 이때 아내는 남편에게 "오늘 (너를) 강간할 거야"라고 말했다고 남편은 주장했다. 자정쯤 성관계가 시작됐다. 아내는 침대에 누운 남편에게 나체로 접근했다. 남편은 "벽 쪽을 보고 누워 새우처럼 몸을 웅크렸다"며 "그러나 아내가 유사성행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금 뒤 아내는 강제 성관계를 시도했고 남편이 몸부림쳤으나 결국 강간당하고 말았다는 것이 남편의 주장이다. 아내는 이후 남편에게 "강간이 어땠냐"고 물었다. 남편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내 "위자료 더 받아내려는 꼼수"

아내 심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입장이다. 심씨의 변호인 왕미양 변호사는 "박씨가 통증을 호소해 6일 오후 9시 이후에는 상체 결박을 풀어주고 발목도 느슨하게 다시 묶어줘 사실상 자유 상태였다"고 말했다. 박씨가 나가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빵을 줬다고 주장했다.

성관계는 남편이 먼저 원했다고 아내는 주장했다. 아내가 남편의 휴대폰을 뒤져 내연녀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문제 삼자 이혼을 원하던 남편의 태도가 누그러지면서 "나한테는 너밖에 없다"며 아내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자고 일어나 이혼 문제로 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오후 3시쯤 남편은 아내를 112에 신고했고 찾아온 경찰관에게 "아내가 나를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왕 변호사는 "아내가 2001년 결혼 후 남편을 위해 억대의 유학비를 부담했는데도 남편은 바람을 피웠다"며 "남편이 이혼청구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고 위자료를 더 받아내려고 있지도 않은 강간을 꾸며냈다"고 말했다. 남편은 '강간' 사건 직후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서 아내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요구했다.

아내의 남편 강간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비뇨기과 전문의 최현민씨는 "상대가 생면부지의 타인이 아닌 아내라면 감금·협박당하는 중에도 익숙한 느낌이 있어 남성의 흥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태에서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돼 사정까지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여성이 강간 혐의를 받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재작년 6월 강간죄의 피해 대상이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되면서부터다. 지난 4월에는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로 전모(45)씨가 여성으로는 처음 강간미수로 구속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아내가 남편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것은 심씨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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