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절정 단풍, 새소리 청량..'갑사 가는 길'
오리숲 길에서 '가을 정취' 흠뻑…의병장 '무의 기운' 느끼다
(공주=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지나는 등산객의 심금을 붙잡으니, 나도 여기 며칠 동안이라도 머무르고 싶다. 하나,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지려 하고 땀도 가신지 오래여서, 다시 산허리를 타고 갑사로 내려가는 길에, 눈은 한결같이 내리고 있다."
수필가 이상보는 계룡산 동학사에서 갑사로 이어지는 길을 거닌 심정을 수필 '갑사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풀어냈다.
등산객의 심금을 붙잡고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갑사는 지금 단풍이 절정이다. 4계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갑사의 가을 풍경은 그 명성이 알려지며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까지 생겼다. 봄에는 마곡사의 풍경이 좋고, 가을에는 갑사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갑사의 가을 풍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그 중에서도 '오리숲길'을 추천한다.
여기서 오리는 10리의 반이라는 의미로, 갑사로 향하는 2㎞의 구간의 숲 산책로다.
'추갑사'라고 이름난 데는 오리숲길에 줄지어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가 만드는 울창하고도 알록달록한 경관 때문이다.
하늘을 가득 채운 나뭇잎이 햇빛을 가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나무가 만들어내는 상쾌한 공기가 선선한 가을 바람을 즐기기에 딱이다.
오리숲길에는 생각 만큼 단풍나무가 많지는 않다.
팽나무, 상수리나무 등 수천, 수백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나무들이 제각각의 멋으로 숲을 빽빽하게 채워 오리숲길만의 고유한 멋을 만든다.
기둥이 한아름되는 나무들이 산책로에 들어서 있는데, 이 곳이 새들이 둥지가 되고 먹이를 제공해 수많은 새들이 오리숲길을 찾는다.
덕분에 갑사로 가는 내내 이곳에 사는 새들이 저마다 지저귀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 자연 속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계룡산의 깃대종인 호반새도 찾아와 한 철을 지내는데, 그 모습을 포착하려고 사진가들이 줄지어 찾는다.
최근 탐방로의 경사도를 낮추고 폭을 넓게 한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돼 휠체어, 유모차, 임산부 등 보행약자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무장애 탐방로가 아닌 숲 속 산책로를 걷는다면 산길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가까이 흐르는 계곡에 눈을 돌려 산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숲길을 걷다가 조금 지친다면, 전통찻집의 야외 벤치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도 좋다. 과거 배를 띄우고 노는 연못이었던 달문택을 바라보며 아쉬운 가을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30여 분 숲길을 걷다보면 갑사가 나온다.
갑사는 의병장 영규대사를 배출한 사찰답게 곳곳에서 '무의 기운'이 흐른다.
대웅전 현판의 필체와 두꺼운 기둥에서도 강한 힘이 느껴져 위엄하다.
영규대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스님들을 모아 높은 철당간에 뛰어올라 나라를 구하자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갑사 주변의 대나무로 죽창을 만들고 조릿대로 화살을 만들어 왜군과 싸웠다.
갑사 주변엔 아직도 대나무, 조릿대, 철당간이 남아있다. 호국사찰의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갑사 철당간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신라시대 철당간 지주로는 유일하다. 철통을 이어 붙여 하늘을 찌를듯한 높이까지 올린 당시의 정교한 기술력과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대웅전에 있는 불상은 흙으로 만들고 금박을 입히는 흔치 않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또 국보 298호 '삼신불괘불탱'이 모셔져 있는데, 길이 12.47m, 폭 9.48m의 거대한 크기다. 1년에 단 하루 영규대사를 기리는 영규대제 때 펼쳐진다.
갑사를 오르느라 땀이 난다면 주변에 있는 용문폭포에 들러 물 떨어지는 소리에 금방 식힐 수 있다.
먹거리도 다양하다.
재료를 직접 재배해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유명 케이블 방송의 한식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자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 더덕구이 정식을 먹으러 오는 등산객도 적지 않다.
겨울의 초입,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갑사를 찾아 '추갑사' 명성을 느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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