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도 "잃어버린 30년..목 터지게 불렀죠"

박경은 기자 2015. 11.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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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7개월 만에 헤어졌다가 65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노부부. 지난달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에서 이 기막힌 이야기를 TV로 지켜보던 가수 설운도는 북받쳐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아프고 눈물을 흘릴 만한 사연이지만 설운도에게 이산가족의 아픔과 만남은 자신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1983년 4개월 이상 생방송됐던 특별 프로그램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주제곡 ‘잃어버린 30년’을 부른 주인공이다.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 퍼졌던 이 노래는 온 국민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무명의 가수는 스타가 됐다.

가수 설운도는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상당 기간 공연이나 행사에서 ‘잃어버린 30년’을 불러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 곡을 부를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지난달 이 방송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방송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와 이산가족 신청서, 그의 목소리가 담긴 기념음반 <잃어버린 30년>, 방송 큐시트까지 모두 포함됐다. 453시간 45분간 이어진 이 방송은 단일프로그램으로 세계 최장 연속 생방송 기록이었으며 방송을 통해 1만명 넘는 이산가족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았다.

- 이산가족의 아픔을 노래한 후로 30년이 더 지났다.

“참혹하고 답답하다. 처음 노래를 부를 때만 해도 빨리 해결해야 할 우리 민족의 숙제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풀지 못하는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한을 품고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많지 않나. 살아 계신 분들도 얼마 안 남았고.”

- 방송의 주제곡 ‘잃어버린 30년’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

“그때 이후 가수로서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왔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면목 없고 많이 속상했다. 이산가족을 만난 분들은 기쁨의 정을 나누고 사셨겠지만 못 만난 수많은 분들은 지금까지 지옥 같은 생활이었을 테니. 아예 소식을 모르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지만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도 다시 못 만난다고 상상해 보라. 그 고통의 깊이를. 그분들을 대할 때마다 늘 죄스러웠다.”

- 당시 방송화면을 보면 매일 스튜디오에 나와 노래를 부르던데 그게 가능했나.

“아예 방송국에서 살았다. 스튜디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가 오면 노래를 불렀고 그 외의 시간은 다른 자원봉사자들을 도왔다. 마땅히 머물 곳도 없어 의자 위에서 쪽잠을 잤다. 노래는 하루에 10번까지도 불렀던 것 같다. 그렇게 4개월을 지냈으니 아마 1000번은 넘게 불렀을 거다.”

- 세계기록과 유독 인연이 깊다. ‘잃어버린 30년’은 최단기간 히트곡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이번엔 앨범까지 방송자료에 포함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영광스러운 걸 말로 어떻게 다 설명하겠나. 우리 가요사로 봤을 때도 자랑거리다. 게다가 트로트 가수로서 이런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사실 대중문화계에서 트로트가 갈수록 소외되고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지 않나. 이번 일을 계기로 이산가족에 대한 관심도 환기됐으면 좋겠고 트로트도 더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란다.”

- 가수를 대표해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제 2년 됐는데 처음에 생각한 것과 현실이 많이 다르더라. 대중문화를 더 발전시키고 관련 종사자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개선하겠다는 의욕이 많이 앞섰는데 현실적인 벽에 많이 부딪히고 있다. 가수 선후배나 동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움츠러들기도 했고. 하지만 손놓고 있으면 뭐가 되겠나. 앞으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부딪쳐볼 생각이다.”

- 가요계 현안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뭔가.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창작자의 열기를 꺾는 현재 음원 유통 시스템 개선도 오랫동안 음악인들이 목소리를 높여 온 문제다. 현재 대중문화 환경은 창작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대중문화 안에서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사실 지금 TV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돌 중심의 댄스 말고는 다른 장르의 가수들이 설 무대가 없다. 예전엔 트로트, 발라드, 댄스 가수들이 공연도 함께하고 같이 참여해 꾸미는 시상식도 있었는데 지금은 TV 문화가 철저하게 특정 장르 중심으로 바뀌었다. 정치든 문화든 어떤 분야든 소외된 쪽의 목소리를 듣고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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