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누리과정 예산 서울도 '0원'.. 보육대란 '째깍째깍'

전수민 이도경 기자 2015. 11. 1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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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교육청 편성안해.. 교육부와 힘겨루기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교육청들이 앞다퉈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대열에 서울시교육청도 합류했다. 편성 거부 교육청은 전국 17곳 중 14곳이나 된다. ‘보육대란’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양보 없는 ‘대치’, 피해는 아이들에게=서울교육청은 10일 내년 예산 8조13억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하며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3807억원을 전액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보성향 시·도교육감 전원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뺀 것이다. 어린이집 예산을 일부나마 편성한 교육청은 보수 성향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대구·경북·울산교육청뿐이다.

교육부의 ‘수용 불가’ 입장은 단호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감 의무’로 명시됐다는 이유다.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27%) 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예산 페널티’를 가하겠다고 압박한다. 예컨대 서울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3807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2017년도 교육교부금을 줄 때 3807억원을 빼고 주겠다는 소리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할까봐 유치원으로 눈을 돌리면 가뜩이나 치열한 유치원 입학전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원아가 줄어든 어린이집은 폐원 수순을 밟게 된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올 상반기에만 어린이집 764곳이 문을 닫아 약 14만명이 안정적인 보육을 받을 권리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교육교부금, 누구 돈?=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똑같은 논쟁이 있었다. 반복의 원인은 교육재정을 바라보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시각차에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방만하게 쓴다고 지적한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면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시·도교육청의 불용·이월액 운용을 개선하면 누리과정 예산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것이란 입장이다. 진보진영이 도입한 무상급식 때문에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반면 일선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맬 만큼 졸라맸다’며 일축한다. 박근혜정부가 누리과정을 도입했으니 교육교부금을 건드리지 말고 별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등장하면서 교육청 돈줄을 죄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교부금도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므로 누리과정에 쓰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교육교부금이 시·도교육청 전용 예산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정부는 결국 국회가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가 시·도교육청에 우회적으로 지원하면 교육감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모양새로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보육대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전수민 이도경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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