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스나이퍼, "내 랩이 올드해? 그게 바로 나" [POP인터뷰]

2015. 11. 9. 15: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POP=김은주 기자]‘마음의 빈곤은 절망의 사슬 / 언제나 발목을 잡아 / 미래는 불안하고 매일을 / 똑같이 일해도 / 늘 나 혼자만 처진 듯 / 세상은 내 속도 보다 빠르고 / 가진 자도 하는 자살 /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구원’ 가사 중에서)

‘뉴스 봤지 세모녀법 / 너 잘 들어 / 우리 세 가족 뒤지고 나야 / 생기는 거야 그런 건 / 전기장판은 냉골이고 / 수도 가스 다 끊겼어’(‘1571’ 가사 중에서)

MC 스나이퍼의 노래에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 담긴다. 해가 가도 줄지 않는 자살율과 세 모녀를 죽음으로 몬 현 세대를 랩이라는 칼로 도려낸다.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비난과 가사가 결마다 살아있다. MC 스나이퍼의 묵직한 래핑이 얹어지면서 강력한 한 방처럼 귀에 날아와 박힌다.

[MC 스나이퍼. 사진제공=스나이퍼 사운드]

‘데뷔 14년차’ 실력파 래퍼 MC 스나이퍼가 서른일곱에 미니 앨범 ‘비 카이트투(B-Kite2)’를 발매했다. ‘스킷(Skit)’과 기존에 발표한 곡까지 총 10트랙이다. 무게감으로 치면 정규 앨범 격인데 미니 앨범으로 냈다. MC 스나이퍼가 지난해부터 팬들과 약속한 파트 투 앨범이자 ‘비 카이트원’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가사들을 정리해보니 앨범이 하나 완성되더라고요. 최근 4개월간 썼던 가사들이 가장 많이 담겼어요.”

MC 스나이퍼는 ‘힙합계 음유시인’으로 유명하다. 낮은 자리에서 높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양한 은유적 표현은 그의 전매특허다. 마치 하나의 시처럼 다가온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분위기는 쓸쓸함이다.

“제가 느끼는 사회는 참 외로운 것 같아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지만 다들 쓸쓸해 해요. 특히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비관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심지어 우울증에 걸린 친구들도 있고요. 그런 부분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새 앨범 ‘B-Kite 2’ 앨범 재킷 사진]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기생일기’, 낙태에 대해 가사로 쓴 ‘49제 진혼곡’, 독거노인에 대해 묘사한 ‘고려장’ 등이 ‘음유시인’인 그가 걸어온 흔적들이다. 이번 앨범에도 사회를 향한 발자국을 담겼다. 2015년 7월 1일 세 모녀법이 시행된 날을 제목과 가사에 담은 ‘1571’과 노숙자를 대상으로 풀어낸 ‘돌아가요’가 그러하다. ‘구원’은 항상 남의 인생과 자신을 비교하는 요즘 현대인의 모습을 끄집어냈다.

“‘1571’은 결국 세 모녀는 사라지고 난 뒤에 생긴 법에 대해 노래하는 가사입니다. 그렇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고 계속 법만 만들어내는 이 사회에 대해 쓸쓸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구원’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는 내가 사는 인생보다 빠르다는 것을 썼어요. 항상 남의 인생을 통해 답을 찾는 자신을 불우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죠. ‘돌아와요’는 노숙자들의 삶을 담았습니다. 실제로 서울역에서 10일 정도 노숙을 해봤는데 다양한 사연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이야기이죠.”

트랙 ‘로스트 스타(Lost Star)’는 MC 스나이퍼가 지난 7월 첫 아들을 품에 안은 감정을 바탕으로 표현한 가사다. MC 스나이퍼는 결혼과 득남을 경험한 뒤 래퍼로서도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MC 스나이퍼 인스타그램]

“결혼할 마음도 아이를 가질 마음도 크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녹아내리더라고요(웃음). 사고 방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동안 이기적으로 음악을 했거든요. ‘내가 작업할 때 누구도 건들지 마’ 이런 식으로 강요했죠. 그런 게 이제 그런 게 어딨어요(웃음). 새벽 4시에 애가 울면 바로 일어납니다. 낮부터 밤까지 아내가 혼자 애를 보기에 새벽이라도 잘 수 있게 도와주죠. 기저귀 갈면서도 짬을 내 가사를 쓰게 되더라고요.”

MC 스나이퍼의 랩은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화려한 플로우에 절묘한 라임이 무릎을 치게 만드는 쪽은 아니다. ‘대세’ 지코나 도끼처럼 유연하게 흘러가지도 않는다. 사회적 메시지와 묵직한 래핑이 목에 턱턱 걸리는 그런 랩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 대중으로부터 “올드하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올드하다’ 뭐 그런 부분도 있죠. 사실 요즘 대세인 래퍼들이 하는 음악 스타일이 있잖아요. 전 그들과 다르죠. 저만의 사운드가 있거든요. 오래 해서 이게 익숙하죠. 어떤 분들은 샘 스미스의 사운드를 좋아하지만 다른 분들은 비틀즈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죠. 각자 사운드를 구현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습니까. 전 아직도 많은 것들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고집스럽게 내 것만 했는데도 말이죠. 그렇다고 요즘 스타일을 완전히 지양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의 앨범에 참여하면 요즘 말하는 스타일로 랩을 하죠.”

[MC 스나이퍼. 사진제공=스나이퍼 사운드]

“최근 2년간 깊은 슬럼프를 경험했다”고 고백한 MC 스나이퍼는 덜어내는 과정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놨다고 했다. 2년 전부터 꾸준히 앨범을 내면서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앨범을 냈지만 절망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제 방식의 음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힙합 경쟁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던 MC 스나이퍼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부흥 중인 힙합 현주소에 대해 “‘쇼미더머니’가 힙합 르네상스를 몰고 온 부분은 인정한다”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그만큼 힙합을 멈추게 만드는 독이 된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아이들이 뮤지션이라는 자세의 뿌리를 내리기 전 무대에 올라간다. 그래서 빨리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주 기자 glory@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POP & heraldpop.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