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A준수, 그야말로 '밀당'의 신

이은호 2015. 11. 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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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XIA준수

“남자한테 귀엽다는 말은 욕이라는데.” 장난스럽게 던진 한 마디에 장내를 뒤덮던 “귀여워” 라는 외침이 일순 “멋있어”로 바뀌었다. 토해내듯 노래하며 객석을 압도하다가도 이내 살랑거리는 웨이브로 환호를 자아낸다. XIA준수, 그는 훌륭한 가수이자 퍼포먼서였고, 또한 ‘밀당’의 신이었다.

지난 7~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는 ‘2015 XIA 4th 아시아 투어 콘서트 인 서울(2015 XIA 4th AISA TOUR CONCERT IN SEOUL)’이 개최됐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관객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XIA준수는 양일 간 약 1만 5,000 명의 팬을 운집시키며 제대로 된 ‘놀음판’을 선사했다.

XIA준수

이날 공연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XIA 준수는 ‘아웃 오브 컨트롤(Out of control)’, ‘턴 잇 업(Turn it up)’의 무대를 연달아 선사하며 단숨에 장내 온도를 달궜다. 가볍고 깔끔하면서도, 그루브 넘치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더욱 재밌는 일은 그가 멘트를 시작했을 때 벌어졌다.

“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어요?” XIA준수가 입을 떼자 놀라울 정도로 앳된 청년이 등장했다. 파워풀한 군무, 섹시한 웨이브를 보여주던 앞선 무대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이 체육관에서 올해 3월에도 뵙고, 작년 연말과 여름에도 뵙고. 항간에는 제가 이 공연장에 지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많이 뵙곤 했습니다. 그만큼 정도 많이 들고, 여러분을 뵙는 게, 꼭 집에서 나를 반겨주는 가족들을 보는 것 같아요.” 제법 성숙한 멘트를 이어가던 그는 돌연 “그런데 여동생들보다는 누나들이 많죠? 에이, 제가 오빠라구요?”라며 팬들을 도발(?)했다. 순간, 직감했다. 이 남자, ‘밀당’ 실력이 보통이 아니겠구나.

김준수

무대는 다채롭게 구성됐다. ‘알면서도’ ‘레이니 아이즈(Rainy Eyes)’, ‘토끼와 거북이’, ‘널 사랑한 시간에’와 같은 발라드 넘버에서부터 ‘미드나잇 쇼(Midnight Show)’, ‘오에오(OeO)’, ‘엑스 송(X song)’ 등 역동적인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새 앨범 수록곡은 물론, 앞선 정규 앨범 수록곡과 드라마OST, JYJ 앨범의 수록곡까지, 그야말로 XIA준수의 음악 인생을 총 망라하는 셋리스트였다.

덕분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었다. ‘타란텔라그라(Tarantallegra)’에서는 플라멩고의 관능적인 사운드와 정열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했고, ‘비단길’에서는 인도 전통 악기와 힙합 비트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피처링에 참여했던 래퍼 비와이는 ‘비단길’ 무대에 깜짝 등장해 팬들의 환호를 얻기도 했다.

XIA준수

‘지니 타임’ 역시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니 타임’이란 XIA준수가 즉석에서 팬들의 소원을 골라 이를 들어주는 이벤트. 7일 공연에서는 팬들의 요청에 따라 패티김의 ‘사랑은 생명의 꽃’, 휘트니 휴스턴의 ‘더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The greatest love of all)’,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들려줬다. 또한 팬들이 준비한 초커 목걸이, 꽃 모양 머리띠를 과감히 착용, 아낌없는 팬서비스를 선사했다.

양 쪽 스크린 외에도 무대 위에 네 개의 스크린이 추가로 설치돼 볼거리를 더했다. 스크린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XIA준수의 모습을 비롯해, 빗방울이 흐르는 창문의 모습, 노래 가사에 맞춘 애니메이션 등이 담기며 곡의 분위기를 배가했다. 여기에 무대 양 사이드를 윙 형태로 연결, ‘인크레더블’을 부르며 2층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등, 보다 가까이에서 팬들과 호흡하기도 했다.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XIA준수의 말솜씨도 일품이었다. 말쑥한 슈트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목이 답답하다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여성 팬들의 로망을 저격했다. 그는 “얼마 전 시상식 때 입었던 옷이에요. 그 때 단추가 명치까지 다 뜯어져서…”라며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더니, 이내 “오늘은 잘 보완해서, 겹겹이로 찍찍이를!(붙였습니다)”이라고 선을 그어 공분(?)을 샀다. 또, “이제 약간의 관록과 여유 있는 체력 안배가 가능해졌어요”라고 귀엽게 자화자찬을 하는가 하면, “JYJ 멤버들끼리 항상 ‘남자는 서른부터’라고 자기 위안을 합니다”며 셀프 디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XIA준수

그러나 팬들을 생각하는 XIA준수의 진심만은 ‘밀당’ 없이도 충분히 전달됐다. 앙코르 무대이자 새 앨범의 타이틀곡 ‘꼭 어제’에서는 흡사 XIA준수가 팬들에게 러브 레터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는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슬픈 이별곡 같기도 하지만, 사실 앞으로 행복하게 나아가자는 이야기예요”라며 “가사 한 음절 한 음절을 음미해가며 들어주시길 바랍니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더블 앙코르 무대 ‘나비’ 역시 관객들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JYJ는 고비 고비가 누구보다도 많았던 팀이에요. 그만큼 팬들도 누구보다 속앓이를 많이 했을 거고요. 하지만 그걸 넘고 나니까, 우리가 단순히 가수와 팬이 아닌, 끈끈한 가족 그 이상을 뛰어넘는 관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라요. 매번 이렇게 자리를 가득 채워주셔도 공연을 할 때나 뮤지컬을 할 때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 걱정과 우려를 이렇게 보란 듯이 깨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는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XIA준수의 네 번째 아시아 투어는 일본과 타이완 등에서 이어진다.

이은호 기자 wilde7@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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