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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끄물끄물’ ‘꾸물꾸물’

입력
2015.11.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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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올 가을 들어 전국적으로 비다운 비가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우리도 이제 물 부족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되었다.

비 때문에 요 며칠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다. 자꾸 흐려져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를 ‘끄물끄물’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끄물끄물’의 발음이 어려워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꾸물꾸물’로 잘못 쓰고 있다. ‘꾸물꾸물’은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혹은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끄물끄물’과는 뜻이 다르다. 이렇게 기억하면 쉽다. “날씨가 끄물끄물하다고 너까지 꾸물꾸물거리는 거니?”

날씨와 관련해서 자주 혼동하는 말 중에 ‘작열’과 ‘작렬’이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맞을까? ‘작렬하는 태양’이 맞을까? ‘작열(灼熱)’은 ‘사를 작’에 ‘더울 열’을 써서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작열하는 태양’ ‘작열하는 사막’과 같이 쓰는 것이 맞다. 비유적으로는 ‘분노가 작열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반면에 ‘작렬(炸裂)’은 ‘터질 작’에 ‘찢을 렬’을 써서 ‘터져서 퍼진다’는 뜻이 있다. 포탄이 터지는 것처럼 박수가 터져 나온다거나 경기에서 공격이 연속해서 나올 때 ‘박수가 작렬하다’ ‘골이 작렬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요즘 방송이나 광고 등에서 ‘ㅇㅇ작렬’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매력이 넘칠 때, 혹은 연속해서 실수를 해댈 때 ‘매력 작렬’ ‘실수 작렬’ 등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작열’의 발음을 〔자결〕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열’과 ‘작렬’ 모두 발음은 〔장녈〕로 같다.

아무튼 당분간은 맑게 갠 하늘보다 ‘끄물끄물’한 하늘이 더 반가울 것 같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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