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삐걱..최몽룡 낙마에 숨은 '험난한 길' 국정화

윤정식 입력 2015. 11.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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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사교과서 제작의 첫 단계인 집필진 구성부터 이렇게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사실 성희롱 사건으로 인한 최몽룡 교수의 자진사퇴, 이 부분은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본질은 분명히 아니죠. 어쨌거나 역사교과서 고시 이후 나타난 문제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교육 담당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윤정식 기자, 윤 기자도 어제(5일) 최몽룡 교수 자택인가요? 계속 집에 밤늦게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네, 여의도 자택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일단 최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 2012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정년퇴임했습니다.

학계에서는 실증역사학의 최고봉으로 평가합니다.

오늘 일과는 별도로 그동안 학계의 평가를 보면 학문적 욕심이 많은, 그래서 그 외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순수한 학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은 국가가 하는 일을 돕자는 마음에서 참여를 결정했고, 이름을 공개하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합니다.

[앵커]

순수한 의도로 참여했다… 이런 건데. 명예교수이시다 보니 제자들이 굉장히 많은데, 제자들이 그렇게 많이 반대했는데도 집필진에 참여한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합니까?

[기자]

최 교수는 5공화국 시절부터 23년 동안 국정교과서를 쓴 경험이 있습니다.

교과서 집필에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이와 함께 제자들의 만류에도 고집을 꺾지 않은 데는 학문적 욕심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실증사학자입니다. 문헌과 고증을 몹시 중요시하는데요.

기존 모든 교과서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를 고조선이라고 기록하는데요.

반면 최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가 위만조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앵커]

최몽룡 교수가 만약 집필진에 참여했더라면 이 부분이 굉장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죠.

[기자]

어제 최 교수는 분명히 말하기를 이 부분을 강조해 교과서에 쓸 것이라 얘기했었습니다.

이런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최 교수는 어제, 이런 자신의 연구결과가 교과서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집필진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향후엔 혼란이 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짧게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SNS로 여러 가지 질문이 들어왔는데, 최 교수가 발표날엔 참석을 안 했죠. 대표 집필자인데 참석을 안 한 이유, 특별히 있었습니까?

[기자]

제자들이 아침부터 찾아와서 막았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이긴 한데, 직접 가서 얘기를 나눠본 결과, 그때서부터도 매우 흔들리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앵커]

그런데 최 교수 입장은 청와대나 교육부가 얘기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지 않습니까? 자랑스런 역사, 긍정적인 역사관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교육부가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큰 틀 두 가지를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논란이 큰 근현대사 줄이고 이를 상고사와 고대사로 대체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이렇게 늘어난 상고사 부분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최 교수와는 애초부터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 교수가 말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위만조선은 BC194년 중국의 연나라에서 망명한 사람들이 주변 민족들을 규합하면서 만들어진 나라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조선의 건국연도인 기원전 2333년과 비교하면 우리 역사 2135년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 부분은 민족사관 진영에서도 식민사관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교육부나 국사편찬위 역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논리였습니다.

이 때문에 성희롱 문제가 아니었어도 상당한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앵커]

최 교수는 당일 집필진이 모두 공개되는 걸로 알았다죠?

[기자]

네, 어제 우리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현재 국사편찬위원회의 집필진 구성 애로사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집필거부 선언을 했고 집필 의향이 있는 학자도 자신의 이름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최 교수는 나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며 서운해하기도 했습니다.

최 교수는 그래도 집필 참여 의지를 보였지만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일로 낙마를 하게 된 겁니다.

[앵커]

대표 집필자를 위촉했는데, 최몽룡 교수가 낙마하면서… 굉장히 어려웠지 않습니까? 대표 집필자를 뽑기가. 앞으로 어떻게 보면 될까요?

[기자]

당초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최대 관심사는 근현대사 부분을 어떻게 기술하는가였습니다.

반면 상고사는 시간은 길어도 논란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상고사 대표집필자부터 사퇴하면서 이후 집필진을 구하는 작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 교수 발언에서 보듯 상고사에서도 논란거리가 산적해 있는데 근현대사로 가면 이보다 훨씬 더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최 교수가 제게 말했던 부분이, 집필이 시작되면 국사편찬위원회에 1년이라는 집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건의하겠다는 말도 했는데요.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이런 논란들을 어떻게 1년 안에 풀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런데 위만조선도 그렇고, 집필기간, 2017년부터 그 교과서로 배우기로 돼 있었는데, 최 교수 이야기가 정부 이야기하고 배치되는 부분도 꽤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워낙 없다 보니 이런 최 교수의 생각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선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윤정식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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