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은퇴 공연'..발레리나는 몇 살까지 무대에 설까

박정환 기자 2015. 11. 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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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발레 '나비부인'에서 무대 위를 뛰어오르고 있다. (사진제공 크레디아)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 강수진(48)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지난 4일 드라마발레 '오네긴'을 마지막으로 국내 무대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오는 6∼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은퇴작은 이미 전석매진이다. 그는 현역 활동을 내년 7월 22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무용단 은퇴 공연을 끝으로 완전히 마무리하고 앞으로 예술감독으로서 국립발레단 운영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 김인희(50) 서울발레시어터(SBT) 단장은 또 지난 10월 22~23일 자신의 은퇴작이자 SBT 20년을 총정리하는 '스페셜 갈라 & 빙(Being) 더 베스트'에 출연해 와이어에 매달려 무대 허공을 가로지르는 마지막 연기를 펼쳤다.

발레 거장들이 최근 잇달아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은퇴하는 시기와 사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발레 무용가는 대체로 몇 살에 현역에서 은퇴하는 지와, 그 이후 발레 무용수의 삶을 살펴봤다.

강 예술감독과 김 단장은 50세 전후로 발레단 은퇴 무대를 가졌지만, 예술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발레리나가 발레단에서 은퇴하는 연령은 평균 35세 전후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보다 좀 더 오래 활동한 경우도 있다. 임혜경(44)은 20여 년 동안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수석 발레리나로 활약하면서 국내외 700여 회 이상의 공연을 해오다 2010년 39세에 은퇴했다. 강예나(40)도 2013년 38세에 '오네긴'을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났다.

김인희 단장은 그러나 "평균 35세 전후로 발레단에서 은퇴하며 40세를 넘겨서까지 현역으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발레의 특성상 높은 점프를 요구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역동적인 동작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발레에 비해 현대무용이나 한국무용은 신체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때문에 좀 더 오랫동안 무대에 설 수 있다"며 "발레단에서 40세 이후에도 현역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엄청난 자기관리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발레리노의 경우, 국내에선 정운식(49) 서울발레시어터 지도위원과 이원국(49) 발레단 단장이 현재도 활발하게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전성기 시절 자신의 키 높이를 가볍게 점프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 43세 이후 현대무용가로 변신했고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사진 좌측하단)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 News1

발레 무용가는 발레단 은퇴 이후 어떤 활동을 주로 할까. 우선 현대무용 등 다른 장르로 작품세계를 넓히기 위해 발레단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 '아름다운 이별'인 셈이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발레 무용수에게는 은퇴보다 '고별'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발레단을 떠나지만, 어떤 형태로든 무용을 계속하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영화 '백야'와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의 러시아 남자친구로 잘 알려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67)는 무릎부상으로 은퇴를 고민하던 43세에 '화이트오크 댄스 프로젝트' 무용단을 창단해 현대무용가로 변신했다. 그는 또 2012년 64세에 마크 모리스 현대무용단 작품에 출연해 무용계를 놀라게 했다.

발레리나 김주원(38)은 2012년 '포이즈'(Poise)를 마지막으로 15년 동안 활동한 국립발레단을 떠났다. 그는 이후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 '춘향' 등 발레에서 현대무용 등으로 작품세계를 활발하게 넓히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윤혜진(32)도 2001년부터 2012년까지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마지막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나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으로 옮겼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오네긴'을 연습하면서 감정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제공 크레디아)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도 있지만, 발레리나 대부분은 결혼 등 개인사부터 치명적인 부상까지 다양한 이유로 발레단을 떠난다. 특히 부상은 발레리나를 은퇴로 밀어내는 가장 치명적인 사유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도 1999년 정강이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은퇴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강 예술감독은 "발레리나에게 부상은 가장 친한 친구"라며 "금이 간 사실을 알면서도 5년간 무대에 서서 그런 결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고일안(41) 국립발레단 재활트레이너는 2007년 10월 '뮤자게트'에서 회전 동작을 연습하다가 왼쪽 무릎 연골 5개가 찢어져서 은퇴해야 했다. 앞서 윤혜진도 2012년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했지만 부상을 입고 귀국해 2013년 초 연기자 엄태웅과 결혼했다.

국내 대부분의 발레 무용가들은 30대를 지나면 무용을 계속할지 그만둘지 고민하게 된다. 60~70대까지 활동하는 영화·연극·미술 장르 등과 달리 무용수들은 40대 이후까지 무대에 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발레가 축구 등 구기종목처럼 몸을 격렬하게 쓰고, 체력 소모가 매우 심한 탓이다. 발레계 관계자는 "프로스포츠는 은퇴 시점이 빨라도 단기간 목돈을 손에 쥐고 떠날 수 있지만, 무용 쪽은 시장이 협소해 거의 '맨 몸'으로 무대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발레 무용가들은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려도 공연 일정과 콩쿠르 준비 등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장르의 특성상 조기 은퇴가 사실상 예정된 데다, 부상 등 복병도 도사리고 있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국내 발레 무용가들의 은퇴 뒤 처우 대책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다른 직종에서는 한창 일할 나이에 발레 무용가들은 은퇴한다"며 "사회적 차원에서 직업 무용가들의 은퇴 이후를 보장할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무용가들은 계속 배출되는데, 직업발레단 수가 너무 적어 은퇴 뒤 사설 학원을 여는 것 말고는 역량과 경험을 전수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유럽처럼 지역에 기반을 둔 발레단을 육성해 무용가들의 직업 안정은 물론 발레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발레'오네긴' 출연 모습 (사진제공 크레디아 ©Bernd Weissb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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