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던 도쿄 뒷골목 핫플레이스 된 비결 '상생개발'

이한나,김기정,손동우,문지웅,김태성,임영신,신수현,김인오 2015. 11. 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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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은 확 풀고 百年상점 살리고

◆ 해피타운 / 日 미쓰이부동산의 니혼바시 재생사업 ◆

도쿄역 동부역세권 니혼바시(日本橋)는 에도시대 상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지금도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노포(시니세·老鋪)가 많이 남아 있어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반면 일본의 대표적인 금융·산업 업무지구로 불리는 도쿄 서부역세권 마루노우치는 무사들이 주로 거주했던 곳이다. 같은 도쿄역 주변이라도 동쪽과 서쪽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부역세권은 일본 대표 디벨로퍼인 미쯔비시지쇼(三菱地所)가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 재생의 첫 성공 사례로 꼽히는 '마루노우치' 빌딩을 시작으로 첨단 복합건물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동쪽 니혼바시는 또 하나의 간판 디벨로퍼인 미쓰이부동산(三井不動産)이 2000년부터 도시재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니혼바시는 미쓰비시지쇼와 미쯔비시 계열사 등 기업들이 땅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마루노우치와 달리 노포 80~100여 개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시재생의 교과서인 '롯폰기 힐스'와 같은 지난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쓰이부동산 관계자는 "미쓰이부동산이 갖고 있는 토지는 전체 개발 면적의 20% 미만에 불과하다"며 "'미쓰이부동산은 니혼바시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자세로 상인들과 마을 만들기 공부회를 여는 등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역세권에 비해 다소 속도는 느리지만 미쓰이부동산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레도 무로마치 1~3차' 초고층 빌딩을 잇달아 준공했다. 도시재생 10년 만에 얻은 첫 결실이다. 세련된 도시미를 내세운 마루노우치와 차별화하기 위해 노포 현수막(のれん·暖簾)과 화지(和紙)로 만든 행등(あんどん·行燈) 등 에도시대 정취를 한껏 살린 디자인으로 설계해 최근 도쿄역 주변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상인들을 멀리 내쫓지 않고 인근에 대체 영업지를 일일이 마련해 주고 건물이 완성되면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길을 끈다. 따로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 기업이 스스로 원주민 80% 이상 재정착 룰을 지키고 있다.

미쓰이부동산은 '코레도 무로마치 1~3차' 완성에 이어 지난해부터 2단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1933년 준공돼 주요 문화재로 지정된 다카시마야 백화점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양옆으로 26층과 31층짜리 복합 빌딩을 2018년까지 준공하는 등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전까지 서너 개 빌딩이 추가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 같은 대담한 마을 만들기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에 이어 지난해부터 본격 적용된 '국가전략특별구역법' 때문이다. 도시재생특구로 지정되면 용적률과 건폐율 상한선과 사선·고도제한은 물론 토지의 용도제한까지 사라진다. 도쿄역세권은 평균 용적률이 1000% 정도지만 이 제도로 인해 용적률을 1700~1800%까지 끌어올린 사업지가 수두룩하다.

국가전략특구는 도시재생특별조치법 등 기존 법에 '특례'를 두고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 특히 민간이 제안하는 내용이 총리가 참여하는 국가전략특별구역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관련 인허가가 원스톱으로 해결된다. 미쓰이부동산 관계자는 "도쿄역 일대는 과거 글로벌 비즈니스의 거점이었지만 잃어버린 10년을 겪는 사이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에 뒤처졌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도시의 국제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면서 지자체와 민간, 지역주민이 한 뜻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과 지자체 간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확실하다. 도쿄도청은 민간이 공공기여를 하면 대가로 인센티브를 준다. 도로와 공원 등 땅을 활용한 인프라 정비 외에도 국제 비즈니스 활동 지원 시설과 외국인 전용 클리닉, 외국인 학교를 비롯한 외국인 생활지원 시설 등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다양한 시설과 이벤트·축제까지도 공공 기여로 보고 용적률을 완화해준다.

미쓰이부동산은 니혼바시 노른자 땅에 초고층 빌딩 대신 1000년 역사를 지닌 신사(神社)를 재건하고 그 옆에 '도심의 숲' 콘셉트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건물 옥상에 지을 수도 있지만 지상에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쉼터를 만들고 지역 축제 등을 도쿄도청에 제안해 그 대가로 옆 건물에 대한 용적률 상향 보너스를 받았다.

미쓰이부동산은 코레도 무로마치빌딩 지하에 '니혼바시 안내소'를 운영하고, 지역 상인들과 함께 니혼바시를 소개하는 잡지를 발행하며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직접 참가하는 등 한국이라면 지자체가 할 법한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특별취재팀 = 이한나 차장(팀장) / 김기정 기자 / 손동우 기자 / 문지웅 기자 / 김태성 기자 / 임영신 기자 / 신수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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