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몽룡 "제자들이 몸으로 막았지만 교과서는 나의 업"

백민경 2015. 11. 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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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편 회견 불참, 자택 인터뷰집까지 찾아와 참여 만류했으나내가 집필 애정 있어 소신껏 결정좌우 없이 세계사 속 한국 서술식민지 사관, 사대성 다 없앨 것인터넷 보니 친일파로 몰려 있어
서울 여의도 자택 서재에서 자신이 집필에 참여한 국사 교과서를 펼쳐놓고 있는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그는 “역사에는 좌우가 없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국정 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로 나선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는 4일 “대부분 제자는 참여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 소신껏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명예교수는 이날 오전 열린 국사편찬위원회(국편) 브리핑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기자가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만난 최 명예교수는 국정교과서 집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집필 참여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국사 교과서를 24년 써 왔다. 교과서 집필에 애정이 있으니까 (누가) 부탁하든 안 하든 동기는 마련돼 있다”고 답했다. “역사에는 좌우가 없다. 좋은 교과서는 좌우 가리지 않고 사료에 근거해 귀납법적으로 쓰면 된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편 브리핑엔 왜 나오지 않았나.

 “집필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고 제자들이 3일 저녁 10시부터 회담을 했대. 말려야 한다고. 오늘 새벽 2시부터 한 시간에 40명씩 전화가 왔다. 괘씸한 놈들이지, 난 약속을 한 건데(웃음). (브리핑장으로) 가기 직전에 제자 2~3명이 집으로 찾아와서 ‘가지 말라’고 몸으로 막았다. 그리고 미안한지 술까지 먹이고…(웃음). ‘요새 일이 하도 많으니까 극한 상황에 가면 안 된다’고 걱정을 많이 하더라.”

 -집필 참여 제안은 언제 받았나.

 "내가 제일 먼저 받았을 거다. 10월 27일 제자를 통해 국편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 일요일에는 김정배 위원장과 직접 통화도 했다. 교과서 집필에 애정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선뜻 허락했다.”

 -교과서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같다.

 “교과서는 나의 업(業)이다. 2012년 대학에서 정년 퇴임할 때도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편찬에 참여한 것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나 신형식 명예교수와의 인연은.

 “김 위원장은 나와 인연이 있다. 나보다 다섯 살 많으니 형님인데 고려대에 있을 때 하와이대에 유학 와서 하버드 옌칭학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안 지 오래됐고 사관에도 동의한다. 신 명예교수는 서울대 7년 선배다. 집필 참여가 결정된 이후에 만난 적은 없다.”

 -교육부가 상고사의 비중을 늘린다고 한다.

 “아마 나한테는 선사시대와 동북공정(중국의 역사 왜곡)까지 맡길 거다.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 예전에 국사 교과서를 집필할 때 27페이지 분량을 썼는데 거기서 더할 거 더하고 뺄 거 빼면 된다.”

 -기존 교과서와 달라지는 부분은.

 “삼국사기 기록을 충실히 인용하고 세계사 속에서 한국을 보려 한다. 일제시대에 만든 식민지 사관, 타율성, 반도성, 사대성 등을 다 없앨 것이다. 물론 사실(史實)은 건드리지 않을 거다. 교과서가 말해주는 행간의 의미가 많이 달라질 거다.”

 -좋은 교과서란 어떤 책인가.

 “양심껏 쓰는 거다. 지금 교과서는 결론을 내려놓고 연역법적으로 쓴다. 좌우 가리지 말고 사료에 근거해 귀납법적으로 써야 한다. 역사에는 좌우가 없다. 좌에서 보면 우가 보이고, 우에서 보면 좌만 보일 뿐이다.”

 -기존 교과서는 ‘좌편향’돼 있다고 보나.

 “나는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그 교과서도 검인정이다. 정부가 허가해 만든 책이다. 문제가 되는 건 다 정부 잘못이다. 내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비판을 할 수 없다.”

 -집 앞에 경찰이 보이는데 신변 요청을 했나.

 “내가 한 적은 없다. 정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부에서 내 위치를 파악한 거야.(웃음)”

 -인터넷에서 집필자에 대한 말이 많다.

 “오해도 많고…. 난 신경 안 쓴다. 인터넷을 보면 나는 친일파로 몰려 있다.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다.”

 -국정에 대한 반발이 큰데 부담감은 없나.

 “자신 있다. 부담감은 없다. (교과서) 써 본 사람이 써야지 처음 시작한 사람은 하기 힘들다. 과거 전두환 정권 당시 고(故) 변태섭 교수가 5차 국사편찬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변 교수께서 ‘네가 써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부탁을 드렸다. 내가 쓴 것은 한 글자도 고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때도 다 그대로 들어갔다.” 

글, 사진=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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