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역사교육> 박지향 "일선교사 자질부족..학계 최신연구 소화못해"

2015. 11.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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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충만한 교양시민 만들어야..민족주의서 벗어난 비교사적 관점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비교사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11.2 psh59@yna.co.kr

"애국심 충만한 교양시민 만들어야…민족주의서 벗어난 비교사적 관점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리나라 국사학계의 문제는 과잉 민족주의에서 파생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주의의 좋은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역사를 일국사(一國史) 중심으로만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습니다. 우리 역사를 비교사적, 세계사적으로 넓게 바라봐야 합니다"

영국사를 전공한 사학자로 한국영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국사학계가 민족주의에 지나치게 함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북한도 우리 민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민족주의의 대표적인 나쁜 예라고 설명한 뒤 "민족주의에는 분노와 시기심 같은 감정이 깃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국민이 갖고 있는 일본, 미국에 대한 거부감도 결국 과잉 민족주의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인 애국심에는 우열이 없지만 민족주의는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띤다"면서 "개방성이 특징인 21세기에는 남을 질투하는 민족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에 과잉 민족주의가 나타난 원인이 짧은 기간에 겪은 정치적, 경제적 격동에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17세기 이래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자유주의를 거치면서 강대국이 됐지만, 한국은 자유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채 반세기 만에 봉건왕정에서 식민지로 전락했다가 해방을 맞아 민주주의로 직행했다.

박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중국이 고구려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에 대항하려면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다들 주장했는데, 중국의 입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사적 시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교사적 관점으로 다른 나라의 상황과 견줘보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대단한 발전을 이룩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라도 인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만 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옛사람의 사고방식으로 역사적 사건에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맥락을 읽어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안목으로 보면 1945년 이후 우리 현대사를 따뜻하게 이해할 수 있고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사는 굉장히 느리게 움직입니다. 일직선상으로 나아가기만 하지 않고 되돌아가거나 굽이치면서 흐르지요. 현재의 잣대를 과거에 들이대면 역사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박 교수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학자로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이미 정부가 나서서 국정화를 공표한 만큼 권위를 지켜준다는 차원에서 인정한다면서 "지금 계획처럼 1년 안에 급하게 끝내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올바른 자질을 지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책임질 의무가 있다"면서 "이왕 벌어진 일이라면 최고의 필진을 꾸려 최고의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역사학자들은 학문의 성격상 현대사를 다루길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을 전공한 학자들을 집필자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박 교수는 역사교과서 문제는 반드시 역사교사의 능력 향상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선 교사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시간과 여건 때문에 학계의 최신 연구를 소화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교원 임용제를 개선해 역사에 진정으로 관심 있고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교사가 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40년간 역사를 연구한 그가 생각하는 바른 역사교육은 무엇일까.

"애국심이 충만한 교양 시민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물론 우리 국민에게 애국심의 대상은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목적에 맞는 교과서를 제작하면 됩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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