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볼모로 싸우나"..어린이집 집단휴업에 워킹맘 뿔났다

김기덕 2015. 10. 2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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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0일 민간어린이집 집단휴업.. 국·공립도 동참 가능성교사들 "월급 10% 인상" vs 복지부 "합의점 찾아 막겠다"워킹맘 "출산 장려해 놓고 지원 없어.. 어린이집도 무책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모씨(여·33)은 안산 지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작년 안양시로 이사를 온 이유는 집 근처에 사는 시외숙모가 민간어린이집에 3살 된 딸 아이를 등·하교 시켜주며 하루 10시간을 봐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달 육아비로 드리는 용돈은 월 100만원. 그러나 최근 민간어린이집 집단 휴업 소식을 듣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가를 쓸려니 직장 상사 눈치가 보이고, 시외숙모에 부탁을 드리자니 추가로 얼마를 드려야 할지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보육료 현실화를 이유로 전국 1만여곳 민간어린이집이 집단 휴업을 예고한 가운데 영·유아 자녀를 둔 워킹맘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출산 장려에 역주행하는 정부 정책, 무책임한 어린이집 행태에 워킹맘들은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싸움을 하느냐”며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와 민간어린이집연합회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민간어린이집 1만4000여곳중 70%에 해당하는 1만여곳이 집단 휴업에 돌입한다.

◇ 보육료 지원예산 삭감에 어린이집 ‘발끈’

내년 영아반(만 0~2세) 보육료 예산 삭감, 누리 과정(만 3~5세) 보육료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간 책임 떠넘기기에 민간어린이집들이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선언했다. 민간어린이집이 요구하는 안은 보육 교사 월급 10% 인상이다. 공동의 이해관계여서 가정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 등도 이번 휴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10년째 근무하는 어린이집 교사는 “최근 몇년동안 계속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은 열악하다”며 “폐쇄회로(CC)TV 의무화 등 규제는 강화되는 반면 보육료 인상폭은 미미하고, 교사인력이 부족해 걸핏하면 야근을 해야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영유아(0~2세) 보육료 지원 예산은 2조 9618억원이다. 올해 보다 1759억원(5.9%) 줄었다. 내년부터 0~2세 영유아를 둔 전업주부들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7~8시간으로 제한하는 맞춤형 보육사업을 시행하면서 예산을 삭감했다. 또한 정부는 내년 누리과정(3~5세) 예산 3조8000여억원을 누가 부담할 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시·도교육청)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0~2세 영아반의 보육료 삭감은 2012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의 누리과정 편입으로 자연 감소된 부분이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만큼 보육료 3% 인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8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심의과정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 낳으라면서 보육지원 축소” 워킹맘 분통

어린이집 휴업 시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들은 정부와 어린이집을 싸잡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정부에 사는 워킹맘 이모씨(34)은 “정부가 육아지원에는 인색하면서 저출산이 문제라고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한다”고 분개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저출산 기조가 계속될 경우 국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가구당 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어린이집이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모씨(40)는 “어린이집이 파업을 하는 것도 얄미운데 복지부, 기재부, 청와대 신문고 등에 보육료를 인상해달라고 항의서를 대신 내달라는 요구에 씁쓸했다”며 “보육료 외에도 매달 특별활동비 등 청구하는 것도 많은데 무작정 월급 인상을 이유로 파업하는 어린이집도 무책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워킹맘은 “회사는 몇년째 월급이 동결인데 항의하면 해고 당할까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육료를 올려달라고 어린이집이 파업하는 걸 보니 워킹맘은 회사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을’(乙)일 뿐 ”이라고 푸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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