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햄과 소시지, 정말 담배만큼 위험한가

김필규 입력 2015. 10. 26. 22:43 수정 2015. 10. 2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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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오늘(26일) 팩트체크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어떤 부분이 특히 문제로 지목되는지, 정말 가공육을 먹는 게 담배 피우는 것만큼 위험한 것인지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가공육이라고 하면 햄이나 소시지, 이런 걸 말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WHO가 언급한 것은 우리가 흔히 먹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을 비롯해 살라미나 파스트라미 같은 고급 가공육, 또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패티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게 술이나 담배, 석면, 비소와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한 건데요.

외신 등에 따르면 모든 가공육에 들어가는 첨가물, 특히 아질산나트륨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대장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의 설명을 보면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을 나타냈고, 15세 미만 어린이와 임산부는 많이 먹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섭취량에 주의하라'고 돼 있습니다.

실제로 살짝 맛을 보면 짭짤해서 이걸 소금인 줄 알고 잘못 먹었다가 죽은 사람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앵커]

아질산염이 좀 논쟁이 되는 것 같은데 아까 제가 속보를 통해서 들을 때는 아질산염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다 그런 얘기를 했다는 말이죠, 이지은 기자와 함께.

[기자]

특히 주범은 아니라는 이야기였고요. 아질산염이 반응을 해서 몸속에 들어와서 반응을 해서 니트로사민이 됐을 경우에 발암물질이 된다라는 내용이 또 있었던 겁니다.

[앵커]

이지은 기자가 저한테 다시 보내왔는데 바로 그 얘기입니다. 아질산염의 일종인 아질산나트륨이 소화가 되면서 변형된 성분인 엔니트로소 화학물질이 되는데 그것이 대장암을 일으킨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자칫 오해해서 아질산염이 몽땅 무슨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주범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보내왔더군요. 그러니까 지금 조금 전에 김필규 기자가 얘기한 것과 맥이 같은 그런 얘기라고 봐야 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또 많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뒤에서 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앵커]

그렇게 하죠. 그럼 이런 물질은 왜 넣는 겁니까?

[기자]

일단은 오래 보관하면서도 맛있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질산나트륨은 식중독 일으키는 독소를 막아주고, 그래서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하고요. 원래 햄이나 소시지는 죽은 고기니 거무튀튀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신선한 붉은 색을 띠게 해줍니다.

가공육에 꼭 필요하다 보니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 식품첨가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한 제품에 넣을 수 있는 양과 하루 최대한 섭취해도 되는 양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관련한 문제가 자주 제기되다 보니 몇 년 전 식약처에서 조사를 했는데, 시중 유통 중인 햄, 소시지에서 아질산나트륨 함량은 기준치 이하였고 한국인 식습관상 일일 섭취허용량의 10분의 1 수준만 먹고 있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앵커]

햄이나 소시지를 그렇게 많이 먹고 있지 않으니 괜찮다는 거군요? 하지만 어쨌든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질산나트륨이 계속 사용돼 온 것은 WHO에서 명확하게 발암물질이라고 돼 있던 게 아니라, '발암 의심물질'이라고 규정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독성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들어보시죠.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시아스 이사 : 우리가 먹게 되는 아질산의 80% 이상은 채소를 통해 먹게 되죠. 실제로 아질산이 독성이 강하다고 하면, 채소를 먹지 말라고 하는 말과 똑같거든요. 술이, 알코올이 1급 발암물질이다, 이런 건 확정이 되어있는데, 1급 발암물질인 술은 별로 걱정을 안하면서.]

그러니까 김치나 시금치 같은 자연식품에도 아질산염이 있는데 가공육만 문제 삼는 것은 너무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영국 식품연구소의 이안 존슨 박사 역시 어제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공육 섭취와 대장암 발병의 관련성이 있다는 증거가 있지만,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고, 발병 메커니즘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베이컨과 소시지를 담배 연기에 필적하는 위험 물질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학자에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던 그런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사실 음식에 대해서 학자들마다 서로 얘기하는 게 달리 나오는 게 많아서 소비자들은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WHO에서 어쨌든 그런 논란에 대해서 결론을 내린 셈이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많은 논란이 있었고요. 그리고 22명의 전문가가 있었는데 일단 만장일치의 의견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아질산나트륨 자체를 언급을 했고요. 또 가공육은 확실히 발암물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WHO에서는 가공육이 아닌 붉은 고기 자체도 발암물질까지는 아니지만 발암 위험이 있다고 명시를 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전 세계 육류업계를 중심으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점은, 국내 가공육 소비량이 썩 많지 않다고 말씀드렸죠? 전체 육류 소비량 역시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는데요.

올 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대장암 발병률, 한국이 1위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늘어나는 육류 소비에 비해 운동량은 줄고, 반대로 음주량은 늘기 때문에 그렇다는 진단입니다.

육류소비량이 적다는 데 안심하지 말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런 음식을 생각하면 당장 떠오르는 음식 종류가 하나 있는데 입 밖에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아무튼 너무 많이 먹지는 않도록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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