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강행하면 2020학년 수능 출제 거부"

김민정 입력 2015. 10. 22. 20:30 수정 2015. 10. 2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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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후폭풍] 박걸순 근현대사학회장 인터뷰

"해방 이후 친일 청산 제대로 못해, 이를 연구한다고 좌파 딱지 붙여"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하면 국정 교과서가 처음 적용되는 2020학년도 수능 역사시험에서 문제 출제를 거부하겠다.”

한국근현대사학회 박걸순 회장(충북대 교수·사진)은 22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근현대사 연구자 대다수가 소속된 학회 차원에서 수능 출제 집단 거부를 검토할 뜻도 밝혀, 국정화를 둘러싼 파장은 수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근현대사 연구자 및 연구 관련 실무자 550여 명이 소속된 이 학회는 정부의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역사학계 90% 좌편향’ 논란 등으로 다른 어느 학회보다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우리는 해방 이후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며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걸 특히 거북해 하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 근현대사 연구자들에게 ‘좌파’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이어 “좌파, 우파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자기들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좌파나 종북으로 몰아가는 건 ‘메카시즘’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박 회장은 국정 교과서 집필진 구성에 착수한 정부가 의도적으로 근현대사 연구자들을 배제하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교육부가 다른 학회에 전화를 돌리며 간담회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학회는 한 번도 교육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집필진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교육부는 역사 관련 학회 8~9곳에 간담회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

박 회장은 최근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한 인터뷰에서 “민중 사관을 가진 이들의 집단 거부는 바라던 바”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회장은 “봉건시대에는 소수 세력이 시대를 이끌었지만, 근대 이후 사회를 변혁시키고 발전시킨 주체는 민중”이라며 “이들의 역사를 조명하겠다는 사관을 기존 질서를 통째로 부정하는 세력이나 좌파로 낙인하는 건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세운 ‘올바른 교과서’에 대해선 “역사에는 하나의 올바른 사실이 없다”는 단언을 했다. 박 회장은 “역사는 현재 관점에서 끊임없이 재평가, 재해석 되는 것”이라며 “하나의 ‘올바른 사실’이 존재했다면 ‘5ㆍ16 혁명’이 ‘5ㆍ16 군사정변’이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의 기록이 발견되면 기록의 사실 여부부터 비판하고 여러 관점으로 토론하는 게 역사가의 기본 자세”라는 말로 역사엔 하나의 올바른 사실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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