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폰' 손현주, "3작품 연속 스릴러..이젠 편안한 드라마하고 싶어요"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2015. 10. 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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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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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현주(50)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유쾌했다. 이웃집 아저씨같은 푸근한 웃음과 수다스러운 아줌마같은 말솜씨는 여전했다. 1996년 방영된 드라마 <첫사랑>에서 빛바랜 트레이닝복을 입고 통기타를 치던 무명가수 주정남, <장밋빛 인생>에서 바람피우다 뒤늦게 정신 차리고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애쓰던 남편 반성문, <이웃집 웬수>에서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고, 아내보다 부모 형제에 대한 도리가 우선인 김성재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현주는 소시민 연기의 대명사였다. 누가 봐도 평균적인 한국 남자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추적자> 이후 스릴러의 아이콘이 됐다.

<추적자>는 절박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소위 ‘땜방’ 드라마였다.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처음 맡은 박경수 작가, <홍콩 익스프레스> 이후 한동안 작품이 없었던 조남국 연출 등 <추적자>가 성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스태프들만 모였다. 딸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 위해 수사비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는 생계형 형사 백홍석은 그를 지질한 소시민에서 추격스릴러의 아이콘으로 각인시켰다.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표정 연기를 선보인 <추적자>는 그의 연기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 <추적자>에서 보여준 발군의 연기로 스릴러 시나리오가 밀물처럼 들어왔다. 그는 <숨바꼭질>을 선택했다. 영화판에서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은 작품이었다. 시나리오 선택의 기준은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에 부합한 작품이었다. 더불어 그 시대의 문화를 이야기해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가 <악의 연대기>에 이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스릴러 3부작’중 하나인 <더 폰>이다. 1년 전 살해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고 시간을 되돌리려는 남편 역을 맡은 손현주를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숨바꼭질>에 이어 3편 연속 스릴러 영화에 출연했다. 내년에 개봉될 영화 <사냥>도 추적스릴러다. 이미지가 고착화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이번 작품을 끝내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둡고 컴컴한 작품을 최근 많이 했는데 이제는 밝고 재밌는 영화해야겠어요. 스릴러는 한 템포 쉬어야겠어요.(웃음) 조금 긴박한 시나리오를 좋아해요. 달콤한 로코보다는 사투를 벌이는 영화를 좋아하죠. 해리슨 포드, 브루스 윌리스 같이 얼굴에 긴장감이 도는 배우들을 좋아해요. 10분 후에 곧 죽을 것 같잖아요.(웃음) 장르는 세 편 모두 스릴러지만 내용은 다 달라요. <숨바꼭질>은 내 집에 남이 살 수도 있다는 소재가 독특하구요, <악의 연대기>는 누가 범인인지 관객들이 아는 상황에서 어떻게 계속 긴장감을 유지할까 고민한 작품이었죠. <더 폰>은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시간과 싸우는 SF추적스릴러물이죠. <추적자>부터 사투를 벌이는 작품을 했어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드라마와 스릴러 장르 중 어느 장르가 매력적인가요.

“두 장르 모두 매력적이에요. 가족드라마처럼 많이 웃는 작품을 하면 저도 모르게 편안해지더라구요. 스릴러물은 촬영하면서 점점 마음이 무거져요. 촬영이 끝나도 힘들더라구요. 트라우마가 생기는 수도 있고. <추적자>는 끝난 뒤에도 빠져나오기 힘들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봐줘서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으로 이어졌죠.”

-극단 미추 출신이죠.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갈 생각도 있나요.

“연극 무대에 돌아가고 싶죠. 몇몇 곳에서 제안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전 두 가지 일을 한꺼번 할 수 있는 사람이 못돼요. 무대 공연도하고 영화도 찍는 배우들 보면 부럽죠. 어떻게 저렇게 하나.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이 서고 싶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지금은 영화할 때죠. 준비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무대에 서는 날이 다시 오겠죠.”

-딸과 아내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빠, 남편 역이었죠. 최근 작품에서는 가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어요. 딸도 영화를 봤나요.

“이번에는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딸을 부르지 못했어요. 고등학생인 딸에게 2차 편집본을 살짝 보여줬어요. 다는 아니구요, 중요한 부분만. 딸이 ‘개재밌다’고 하더라구요.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직언’하는 딸이 그렇게 말하더라구요.(웃음) 최근 작품들이 모두 거대한 벽과 싸우는 캐릭터들이에요. 그들이 시대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싸워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도저히 깰 수 없는 벽을 넘어설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더 폰>에서 도심을 질주하는 자전거 액션이 화제가 됐어요.

“촬영하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많이 입었어요. 손톱이 깨지기도 하고,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죠. 청계천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힘들었죠.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뛰었거든요. 숨쉬기 조차 힘들었죠. 허명행 무술감독이 저한테는 쉬라고 해놓고, 스태프들에게는 ‘준비됐지’라고 말하더구요. 할 수 없이 뛰었죠.(웃음) 배성우도 인대가 거의 끊어진 상태에서 촬영했어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두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 두려움이 연기를 살리는 역할도 했지만요.”

-배성우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배성우는 힘이 좋아요. 을지로 뒷골목에서 쇠줄로 목을 조이는 장면에서 너무 세게 목을 조이는 거예요. 속으로 ‘그만 좀 당겨’라고 외쳤죠. 근데 배성우는 아랑곳없이 있는 힘껏 당기더라구요.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감독의 컷소리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더라구요. 한동안 숨을 못쉬겠더라구요. 그때 배성우의 얼굴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죠. 배성우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배우예요.”

-흥행은 어떻게 예상하나요.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스릴러는 호불호가 분명한 장르라 걱정이 되긴 합니다. 그래도 <더 폰>은 긴장감이 있는 영화입니다. 많이 보러와 주십시요.(꾸벅)”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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