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침' 성추행일까
성인 남성이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이른바 ‘똥침’을 여자 어린이에게 했다면 성추행일까, 아닐까. 최근 법원은 1·2심에서 여자 어린이에게 ‘똥침’을 놓은 60대 남성에게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미성년자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61)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도서관에서 청소부로 근무하던 이씨는 지난해 10월11일 오후 3시10분쯤 도서관 여자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던 ㄱ양(7)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똥침을 한 차례 놓고 같은 방식으로 한 차례 배를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 측은 재판에서 사건 당시 ㄱ양 등 여자아이 2~3명이 화장실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었으며, 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상황에서 장난삼아 똥침을 놓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제의 행위가 성욕의 만족을 위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해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한 행위라면 성추행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서 “특히 항문 주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부위”라고 밝혔다.
또 “이씨가 친분관계가 없는 아이를 상대로 문제의 행위를 했고, 피해자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정황이 있다”면서 “이씨가 자신의 행위를 장난이라 생각했다 해도 추행의 의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 5월 서울북부지법은 1심에서 이씨의 행동을 성추행으로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거나 손으로 문지른 것이 아니고, 손가락으로 배와 엉덩이를 찌른 것”이라며 “신체부위를 접촉한 방법에 비춰 그 자체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행위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생이 장난치는 걸 보고 (이씨가) 웃으면서 똥침을 했다”라거나 “(내가) 재밌어 하는 줄 알고 배꼽도 찔렀다”는 ㄱ양의 진술을 근거로 이씨에게 성추행의 의도가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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