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③ 마크 와트니에게 제안하는 감자 요리법

아이즈 ize 글 이지혜 | 사진 이진혁(KoiWorks)

[영화 [마션]에 대한 의문 하나. 화성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혼자 감자를 재배할 때 전 지구의 식물학자들이 그에게 조언을 하는데, 왜 아무도 음식에 대한 조언은 하지 않았을까. 대체 왜 마크 와트니는 몇백 일 동안 웨지 감자만 먹고 있는 것인가. 인간이 필요한 영양소 공급을 위해서만 음식을 먹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음식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인에게는 맛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사의 [우주음식과 영양 가이드]와 실제 우주인들이 먹는 음식재료들을 바탕으로, 마크 와트니가 기지에 남겨진 식량 팩을 이용해 만들 수 있을 법한 감자 요리법을 준비했다.]

1. 감자 통구이
난이도: 쉬움
필요한 식량 팩: 스프레드 버터, 치즈, 소금, 후추, 요구르트(사워크림의 대체재)
①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씻은 감자에 여기저기 포크로 구멍을 낸 후 전자레인지에 5분간 돌린다. 이후 뒤집어 5분을 더 돌린다. 
② 감자가 부드럽게 익으면 꺼내어 세로로 반을 가른 후 포크를 이용해 감자 내부를 살살 으깨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골고루 섞는다.
③ 으깬 감자 위에 버터와 치즈를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치즈가 녹을 때까지 돌려준다. 
④ 통감자를 꺼내 남은 치즈와 요구르트를 올린 뒤 뜨거울 때 먹는다.

감자와 치즈의 조합은 실패할 일이 없다. 별다른 조리 없이, 익히는 것만으로도 포슬포슬한 감자의 식감과 치즈의 조합을 맛볼 수 있다. 원래는 사워크림으로 산미와 풍미를 더해야 하지만 사워크림이 없을 경우 요구르트로 대체가 가능하다. 사워크림은 요구르트와 우유, 레몬즙을 섞은 뒤 상온에서 8시간 동안 두면 만들 수 있지만, 레몬즙이 없으므로 그냥 원래 기본 재료인 요구르트를 넣어 감자 통구이의 보드라운 식감을 살리면 된다. 찐 감자의 퍽퍽한 맛은 그런대로 없애줄 것이다. 마크 와트니는 매일 감자에 케첩만 찍어 먹는데, 아주 간단한 재료로도 조금이나마 다른 맛을 먹을 수 있다.

2. 감자 피자
난이도: 쉬움
필요한 식량 팩: 토마토 페이스트(혹은 케첩), 치즈
① 전자레인지로 감자를 익힌다. 이때 물을 넣어주면 더 빨리 익힐 수 있다. 
② 익힌 감자 위에 토마토 페이스트와 치즈를 얹는다. 
③ 치즈가 녹을 때까지 전자레인지로 익혀준다.

피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우주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사의 우주 식량 관리자 비키 클로에리스가 뽑은 최악의 우주음식 탑 10에는 피자도 있다. 마크 와트니의 식량 팩 중에 피자가 있다면 “질기고 질척거리는” 식감 때문에 “우주비행사가 한 번 먹어보면, 그 후에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Discovery News]) 맛일 것이다. 하지만 감자만 있다면 누구나 질기지 않고 보드라운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소스로 같이 동봉되는 토마토 페이스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토마토 페이스트가 떨어졌다면 토마토케첩이라도 사용하자. 조금 더 시큼한 피자가 되더라도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3. 회오리 감자
난이도: 중간
필요한 식량 팩: 없음
①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감자를 최대한 얇게 썬다. 
② 감자를 물에 담가두고, 전분이 빠지길 기다린다. 
③ 천 등으로 물기를 제거한 뒤 감자를 꼬챙이에 끼워 감자가 바싹하게 익을 때까지 10~15분 정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④ 그냥 먹어도 좋고 소금이나 치즈 가루를 뿌려 먹어도 좋다.

감자칩 역시 최악의 우주음식 탑 10에 든다. 바스러지는 칩이 무중력 상태에서 공기를 더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성에서라면 마음껏 감자칩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마크 와트니에게는 망가진 케이블줄 같은 쇠줄이 많지 않은가. 회오리 감자는 감자를 왼쪽과 오른쪽에서 반씩 잘라 꼬챙이에 끼운 후 늘려서 구워야 하지만, 셰프가 아닌 사람이 그런 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가게에서 파는 회오리 감자는 전용칼로 만든 것이니, 일반인이라면 얇게 썬 감자를 꼬챙이에 끼우는 편이 낫다. 또한 전자레인지에서 지나치게 구울 경우 꼬챙이 주변이 검게 타서 씁쓸한 감자칩을 먹을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주의할 것.

4. 감자 퓌레
난이도: 중간
필요 식량 팩: 스프레드 버터, 우유, 소금
① 감자를 전자레인지에 익힌다.
② 감자에 버터와 소금을 넣고 최대한 곱게 으깬다.
③ 으깬 감자가 찰기 있는 묽은 재형이 될 때까지 우유를 섞어준다.
④ 퍽퍽한 빵이나 고기에 퓌레를 발라 먹는다.

감자 퓌레는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나, 도구 없이 감자를 으깨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은 음식이다. 그러나 우유나 버터가 없어 풍미가 떨어진다 해도 감자 퓌레는 상당히 유용하다. 우주 식량 팩의 음식들은 대부분 냉동 건조시켜 맛과 식감이 원래 음식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감자 퓌레는 퍽퍽한 우주 음식을 조금 더 윤기 있게 먹을 수 있게 한다. 또한 감자 퓌레는 여기에 다른 식량 팩에 있는 옥수수나 완두콩 등을 섞어 감자 샐러드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나사에서 보내준 조리하지 않은 감자에는 오랜 우주 생활 중 음식다운 음식을 맛보라는 뜻도 있는 것이다.

5. 감자 뢰스티
난이도: 어려움
필요 식량 팩: 치즈, 소금, 후추
① 감자의 껍질을 벗긴 후 최대한 얇게 채 썬다.
② 채 썬 감자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익힌다.
③ 익힌 감자에 소금, 후추 간을 해주고 치즈를 섞어 동그랗게 뭉쳐준다.
④ 여분의 치즈를 얹어 치즈가 녹을 때까지 전자레인지로 익힌다.

마크 와트니에게 감자전을 소개하고 싶었다. 감자와 소금이라는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색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양파가 들어가지만, 양파가 없이도 감자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마크 와트니가 기지 안에서 불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고, 전자레인지로 조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자전은 적합한 요리가 아니다. 불과 기름 없이 전자레인지에 익힌 감자전은 버석거리고 딱딱하고 맛이 없었다. 감자전은 감자에서 나온 물과 전분을 분리해 수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식 감자전 대신 프랑스식 감자전을 소개하기로 했다. 조리해본 결과, 역시 치즈와 감자는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치즈 덕분에 감자는 버석하지 않았고, 맛도 질감도 좋았다. 다만, 조리 과정 ③번을 시행 시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으니 조심할 것.

6. 크림소스 감자 옹심이 뇨끼
난이도: 어려움
필요 식량 팩: 우유, 체다 치즈, 소금
① 철판을 드릴로 뚫은 후 강판을 만든다. 만들어진 강판에 감자를 곱게 간다.
② 천에 간 감자를 넣고 물을 분리하고, 그 물을 10분간 두면 전분이 분리된다.
③ 간 감자에 전분을 넣고 뇨끼 모양으로 옹심이를 만들어준다.
④ 감자에서 분리한 물과 그냥 물을 넣어주고 옹심이를 전자레인지에 익힌다.
⑤ 우유에 체다 치즈와 소금을 넣고 돌려준다. 한 번 꺼내서 체다 치즈가 잘 녹게 섞어준 뒤 자작하게 조려질 때까지 다시 한 번 돌린다.
⑥ 감자 옹심이와 크림소스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⑤을 섞는다.

감자만 먹다 보면 뇨끼처럼 쫄깃한 식감이 있는 음식들이 먹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뇨끼에는 생 계란과 밀가루가 필요하니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의 조리법인 옹심이를 대신 추천한다. 옹심이를 만들 때는 간 감자의 물을 제대로 빼주지 않으면 익힐 때 옹심이가 다 풀어져 밍밍한 감자죽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마크 와트니의 탄탄한 몸은 식사량 조절과 함께 점점 줄어가지만, 이때야말로 그의 남은 근육을 모두 써야 할 때다. 크림소스 역시 밀가루, 버터, 우유와 생크림, 육수 등이 들어가지만 있는 재료로 비슷하게 소스를 만들자. 맛은 고소하고 쫄깃하고 짭조름하다. 물론, 이건 지구식이 아니라 화성식인 것을 밝혀둔다. 지구에서는 하지 말 것.

글. 이지혜
사진. 이진혁(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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