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2015 ①] 정준일, "이런 무대는 앞으로 10년 간 보기 어려울 거예요"

이은호 2015. 10. 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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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정준일

“사실은 제가 록 음악을 했습니다. 과거에 혜성처럼 등장한 밴드를 했고요. 이 무대는 앞으로 10년 동안 보기 어려울 거예요. 저는 이제 록이 싫어요, 힘들고.(웃음) 하지만 오늘 여러분들에게 무슨 선물을 드릴까 하다가, 지저분한 음악을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때 음악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 뛰면 안 돼요. 저는 발라드 가수니까요.”

정준일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플레이(Play)’가 시작되자마자 뜀박질을 시작했다. 해는 저물고 있었고 덕분에 공기도 제법 시원해서, 마음껏 뛰놀기에 제격인 날씨였다.

지난 17일과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2015가 개최됐다. 정준일은 17일 공연에 참여해 88 잔디마당에 위치한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에서 약 50분 간 무대를 꾸몄다. 그는 자신의 솔로 앨범부터 메이트 시절의 록 넘버까지 다채로운 셋리스트로 현장을 달궜다.

이날 정준일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거지꼴로 왔냐”는 볼멘소리부터 “어디 아프냐”는 걱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정준일은 후드 티셔츠에 야상 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무대에 등장했다. 얼굴도 다소 부어 있어 아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웬걸. 정준일이 노래를 시작하자, 관객들의 수군거림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너를 사랑해’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 그는 ‘안아줘’ ‘말꼬리’ 등을 연달아 부르며 객석을 평정했다. 각 곡의 전주가 연주될 때마다 반가움에 찬 환호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정준일에 빙의한 듯, 목청껏 노래 부르던 남성 관객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나는 부르기 힘들어서 싫어하는데, 여러분들은 참 좋아하시더라”던 ‘난 좋아’를 끝으로 발라드 무대는 막을 내렸다. 이어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보기 어려운 무대일 것”이라며 메이트의 히트곡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앞서 아이엠낫 무대에서 임헌일의 뜨거운 기타 연주를 듣고 왔던 터였다. 불현듯 재결합 소식을 궁금해 하던 차에 메이트의 음악을 듣게 되니, 반가움이 왈칵 쏟아졌다.

정준일은 온 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괴물’ ‘하늘을 날아’를 들려줬다. 관객들은 신이 나서 몸을 흔들었다. 뛰지 말라고 당부했던 정준일도 무대 곳곳을 누비며 관객들과 만났다. 간혹 “잘한다!”는 추임새를 넣으며 열기를 더욱 돋우기도 했다. 모두들 흥분으로 달아올라, 작은 말에도 폭소를 터뜨리고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곡은 ‘고백’. 정준일은 다시 한 번 분위기를 가다듬으며 아쉬운 인사를 전했다. “제가 이렇게 록을 하다가 발라드 음악을 하니까 사람들이 변절했다고 초심을 잃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초심을 잃은 건 맞는데…(웃음)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음악 하고 있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날 공연에는 정준일 외에도 노리플라이, 곽진언, 어반자카파, 데이브레이크, 장범준, 이승환 등 총 27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주최 측은 양일간 약 3만 5000명의 관객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민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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