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인기 면 요리 '파스타'

입력 2015. 10. 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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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마니아 박상욱의 '면식탐구'] 파스타

‘한국인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통계청이 올 초 발표한 '2014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78.2g으로 밥 한 공기가 약 100g인 걸 감안하면 하루에 밥을 채 두 그릇도 먹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젊은 층의 식생활 서구화가 큰 몫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서양 면 요리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파스타’다. 몇 년 전 ‘파스타’란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 어느 특정 음식이 드라마 제목으로 쓰인 일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었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종류 지녀

파스타와 스파게티의 차이는 무엇일까? 파스타는 가늘고 긴 면으로 만든 스파게티, 납작한 반죽 모양의 라자냐, 펜 촉 모양을 한 펜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마카로니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단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피자전문점의 사이드메뉴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음식이다. 기원전 4세기 유적에서 현재의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파스타 도구가 출토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라자냐의 전신인 라가나(lagana)란 파스타가 있었는데, 오늘날처럼 삶아 먹는 음식이 아니라 굽거나 튀겨서 먹는 음식이었다.

고급 음식 이미지가 있는 파스타지만, 사실 18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중들의 음식이었다. 삶은 면 위에 치즈를 뿌린 후 손으로 들고 먹던 음식이었던 것이다. 1770년대 서민의 풍속을 궁중에 도입한 나폴리 국왕 페르디난도 2세는 왕실에서 파스타를 즐겨 먹었는데 이때 품격 있게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게 오늘날의 포크라고 알려져 있다. 요즘 흔히 즐기는 토마토소스가 개발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리고 19세기 말 이탈리아를 떠나 여러 나라에 정착한 이민자들에 의해 파스타는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긴 역사를 지닌 만큼 파스타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탈리아 지방마다 고유의 파스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면 600종류가 넘는다고 할 정도다. 파스타 면은 대부분 우리네 국수와 마찬가지로 구멍이 뚫린 틀에 반죽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뽑는다. 구멍의 종류에 따라 면의 모양새는 천차만별이고 그 모양에 따라 다른 종류의 파스타로 구분한다니 종류가 다양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파스타 본격 유행은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문을 연 건 1966년의 일이다. 하지만 가족 외식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1980년대까지 외식 메뉴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불고기와 소갈비였다. 스파게티를 중심으로 한 파스타는 호텔이 개최하는 이벤트를 통해 일부 한정된 계층에게 소개되는 정도였다. 파스타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3년에 오픈한 <;쏘렌토>;라는 전문점이 오픈한 이후부터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파스타는 20~30대 젊은 여성 고객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대중화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에는 4,500개가 넘는 파스타 전문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예인보다 더 자주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스타 셰프의 주 전공은 파스타다. 파스타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건면 아닌 생면으로 만든 파스타

파스타 면도 다른 국수 면과 마찬가지로 건면과 생면이 있다. 2년 이상 장기보관이 가능한 건면에 비해 생면은 고작 며칠밖에 보관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건면을 선호한다. 합정역 부근에 위치한 <;키친485>;는 자가제면한 생면만을 사용하는 파스타 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33년 경력의 태재성 오너셰프가 생면을 사용하는 이유는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다. 면은 파스타에 최적화된 강력분인 듀럼밀 세몰리나와 찰밀가루 그리고 달걀을 기본 재료로 반죽한다. 툭툭 끊기는 파스타 특유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물은 전혀 넣지 않는다고 한다.

파스타 종류에 따라 버섯가루, 시금치, 바닐라 빈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독특한 맛의 면을 완성해낸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저온 숙성한 후 주문 제작한 압면기에 넣고 2.5마력의 압력을 가해 매일 새로 뽑아낸다. 취재차 방문해 맛본 새우 크림 고추 페투치니 역시 알덴테(al dente) 특유의 끊기는 식감과 고추 특유의 향과 매콤한 맛이 잘 살아 있었다.

이곳 주인장은 재료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비트, 토마토, 비타민, 바질, 로즈마리, 치커리 등 파스타에 쓰이는 채소는 서오릉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다. 새우, 홍합 등의 해산물은 마포 농수산물시장에 새벽마다 직접 가 눈으로 확인 후 구입한다. 올리브 오일은 스페인산 카스틸로 데 카네나 피쿠알 엑스트라버진을 사용하는데 리터 당 가격이 1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치즈도 kg당 3만5000원을 호가하는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만 쓴다. 손님의 편안한 식사를 위해 컨설팅 회사에 음악 선정까지 의뢰했다는 주인장이 만드는 파스타에는 확실히 품격이 있었다. 점내에 흐르는 바로크 음악처럼.

글·사진 박상욱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NAVER 블로그 '사각사마는 뭘 먹고 사나' 운영)

<;키친485>;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6길 67

전화번호 02-325-0485

영업시간 11:00~22:00(연중무휴)

메뉴 새우 크림 고추 페투치니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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