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이라는 특종(인터뷰)

정시우 2015. 10. 17. 11: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조정석01
흡사 게임을 한 단계씩 클리어 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납득이 이후 조정석의 행보가 그러하다. ‘건축학개론’에서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한 조정석은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자신의 영역을 한 뼘 두 뼘 넓혀가더니, ‘특종: 량첸살인기’에서는 작품의 얼굴이 됐다. 그는 늘 다음이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야말로 궁금하다. 그의 끝은 어디이기에.

Q. 기자를 연기하고, 이렇게 기자를 만나는 건 부담인가.
조정석: 하하하. 진짜 기자님들의 마음을 십분 공감하게 됐다. 데스크의 압박이라는 게 엄청나다는 걸 알았다.

Q. 기자도 결국엔 빤한 월급쟁이다 그런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둔 것 같더라.
조정석: 노덕 감독님이 그걸 원했다. 극중 의상도 청바지에 운동화, 점퍼가 다다. 어떤 분은 “기자가 너무 후줄근한 건 아니야?”라고 하시는데, 감독님이 의상팀과 세심하게 상의해서 공수해 온 거다. 리얼리티를 많이 강조하셨다.

Q. ‘특종’은 ‘관상’에서 함께한 한재림 감독이 제작한 작품이다. 그때의 인연이 이어진 건가.
조정석: 맞다. ‘블라드 브라더스’라는 뮤지컬을 하고 있을 때 한재림 감독님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또 노덕 감독님 전작 ‘연애의 온도’ 팬이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시나리오를 받은 다음 날, 바로 하겠다고했다.

Q. ‘연애의 온도’와는 온도가 많이 다른 작품이다.
조정석: 안 그래도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노덕 감독님은 양날의 검을 다 지니고 있는 분이다. 섬세한 것 뿐 아니라, 화끈하고 호탕한 것도 잘 만지신다. 정작 감독님은 ‘특종’이 더 본인 스타일이라고 하시더라.

조정석02

Q. 기자가 돼서 특종을 취재한다면, 어떤 분야를 파 보고 싶나.
조정석: 연예계 쪽은 아닌 것 같다. 하하하. 스포츠 쪽? 만약 기자가 된다면 스포츠 기자를 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다. 즐겨 보는 프로그램도 스포츠뉴스였다.

Q. 스포츠라. 배성우 씨와 굉장히 친한데, 배성재 아나운서는 만나봤나.
조정석: 아니. 기회가 되면 꼭 만나보고 싶다. 위트가 너무 좋은 분 아닌가. 팬이다.

Q. 백국장(이미숙)이 내뱉는 “진실은 중요치 않다. 다만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정석: 나는 진실! 무조건 진실이 중요하다는 쪽이다.

Q. 단호하네.
조정석: 아버지가 만든 가훈이 근면-성실-정직이다. 어릴 때, 그 세 가지를 항상 강조하셨다. 그러다보니 내 안에 자연스럽게 그 세 단어가 박혔다. 잘못을 했으면 뉘우치는 게 당연하고,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라고 생각한다.

Q. 왜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 어떤 진실이 어떤 사람의 행복을 깰 수도 있다. 그래도 진실이라면 알리겠다는 건가.
조정석: 아…그건 안 할래.(웃음) 그런 건 노코멘트 할 것 같다.

조정석03

Q. 드라마 ‘왓츠업’ 이후 5년. 이렇게 단독 주연까지 맡게 됐는데, 지금의 속도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조정석: 그런 시선들이 있는 것 같다. 조정석이라는 배우는 탄탄대로로 쭉 가고 있다고 보는 시선들. 그런 시선도 칭찬이라 생각한다. 성격이 워낙 낙관적인 편이라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쪽이다. 공연을 할 때, 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다. 그냥 내가 하는 공연들이 너무 재미있으니까, 즐기면서 했다. 그러다가 ‘왓츠업’에 캐스팅 됐다. 공연의 경우 대관도 있고 연습 기간 등이 있어서 하나의 작품에 캐스팅이 되면 그 작품에 ‘올인’을 한다. 나는 드라마도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어떤 분들은 “(작품을)겸해서 해라”고 하는데, 내가 뭘 아는 게 있어야지.(웃음) ‘왓츠업’을 하기로 했으니 다른 공연은 하면 안 돼, 속으로 이랬다. 그런데 편성 난항을 겪으면서 ‘왓츠업’이 1년 가까이 묶였다. 1년 동안 결과물이 없으니까 지인들이 “너, 도대체 뭐 하면서 사는 거야?” 그러더라. 지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내가 보기와 다르게 끈기가 좀 있는 편이다. 덕분에 끝까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이 나에겐 큰 도움이 됐다. 카메라 연기에 적응할 시간을 줬거든.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새로운 것들을 밀도 있게 습득했던 것 같다.

Q 조정석 인생의 특종 중 하나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을 만난 게 아닐까 싶다.
조정석: 맞다. 나에게 굉장히 많은 걸 안겨준 뮤지컬이다. 그 공연으로 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왓츠업’이라는 드라마도 덕분에 만났고. 송지나 작가님이 그 공연에서 날 눈 여겨 보고 캐스팅을 하셨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님도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좋게 보셨나보더라. ‘건축학개론’ 오디션을 갔을 때 “나, 이 친구 안다. 너무 좋은 친구”라고 감독님에게 말씀하셨다고 하더라. 그 말 덕분에 감독님이 날 호감 있게 봐 주신 게 분명 있을 거다.

Q. 당시 납득이 오디션에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몰린 걸로 안다.
조정석: 하하. 어떤 경험까지 했냐면, 당시 이태원에 술을 한 잔 마시러 간 적이 있다. 찾아 간 가게에 배우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술을 마시며 대화를 했다. “요즘, 뭐 하세요” “조만간 영화 하나 찍을 것 같아요.” “무슨 영화요?” “‘건축학 개론’이라는 작품이요” “(멈칫)혹시…무슨 역할?” “납득이라는 역할인데요…” 갑자기 눈빛이 싹 변하는 걸 느꼈다. ‘얼마나 잘 하는지 보겠다’는 게 느껴졌다.(웃음) 생각해 보면 당시 나에게 대운이 들어왔던 것 같다.

Q. 요즘 ‘스프링 어웨이크닝’ 출신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조정석: (김)무열이 주원이 (강)하늘이,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서로 응원하고. 세 친구들 뿐 아니라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 모두 가족 같다. 너무 좋은 추억이다.

조정석04

Q. 작품 선구안이 좋다는 이야기, 들을 것 같다.
조정석: 선구안까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내 감을 믿는 편이다. 공연할 때도 내 감을 믿고 가는 쪽이었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별로다. 실패를 해도 내 감으로 가야 내 탓을 하지, 의리나 여러 이유로 움직이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괜히 남 탓을 하게 될 것 같다.

Q. 의리 이야기를 했는데, 영화계도 은근 의리를 따지는 경향이 있지 않나. 캐스팅에서부터.
조정석: 의리, 물론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매너와 예의라는 것도 있지 않나. 그것 때문에 서로 감정적으로 스크래치가 난다면, 그 사람과 나는 의리를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Q. 납득이로 큰 사람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역린’에서의 을수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지 않았나 싶다.
조정석: 작품이 들어오는 시점들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다. 송지나 작가님과 친한 이재규 감독이 ‘왓츠업’ 촬영장에 오셨다가 나를 ‘더킹 투하츠’에 발탁하셨다. ‘더킹 투하츠’ 바로 다음 날 ‘건축학개론’이 개봉했고. 또 이재규 감독님과의 인연으로 ‘역린’을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엔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Q. 운명을 믿는 편인가 보다.
조정석: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힘들어지더라고. 놓쳐버린 건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들어간 작품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Q. 후회를 잘 안 하는 성격인가?
조정석: 후회는… 예능 출연할 때?(웃음) 얼마 전 ‘해피투게더’ 녹화가 끝나고 집에 가면서 ‘내가 그 얘길 왜 했을까’ 하면서 자책했다. 하하하.

Q. 아까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했는데, 진실 말고 조정석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뭔가.
조정석: 행복이다. 해피니스. 행복한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조정석05

Q. 지금,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
조정석: 글쎄. 모르지. 남들 눈에 행복해 보이면 행복한 건데, 나름 아쉬움도 있겠지. 사색을 즐기는 편인데 사색할 시간이 많이 없고, 좋아하는 여행도 많이 못가고 있다.

Q. 완벽한 행복이 세상에 있을까 싶긴 하다.
조정석: 맞다. 만약 한 달의 자유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다? 보름은 신나게 놀 것 같은데, 그 이후엔 앓는 소리를 할 것 같다.(웃음) 행복이라는 게 그러고 보면 참 상대적인 것 같다.

Q.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당신에겐 어떤 게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인가.
조정석: 일단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허무혁과 완전 반대인거다. 허무혁은 내가 보기에 너무 불행하다. 너무 초조해! 너무 쫓겨! 여유가 있어야 다른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선택할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고. 시간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여유가 주어지면 행복의 그림을 하나씩 스케치 해 나갈 것 같다.

Q. 왜 계속 웃나. 상상만 해도 좋은 건가.(웃음)
조정석: 상상을 하니까 자꾸 웃음이 나온다. 상상을 펼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오스카 와일드라는 아일랜드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와 닿는 구절이 있었다. ‘세상은 무대다. 그러나 늘 순탄치 않게 펼쳐진다’라는 구절이. 그게 곧 삶인 것 같다.

Q. 조금 다른 질문인데, 평탄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사람을 보면 어떤가. 부럽나?
조정석: 아… 그게, 또 재미가 없을 것 같긴 하다.(웃음) 너무 평탄하면 ‘왜 이렇게 조용해?’할 것도 같고. 하하.

Q 인간은 오묘한 존재다.
조정석: ‘야리꾸리’하지. 삶이라는 건, 행복이라는 건, 결국 상대적인 것 같다.

조정석06

Q. 뭔가 차근차근 밟아가는 느낌이 드는데, 목표를 정해 놓고 달리는 건가?
조정석: 딱히 목표를 정해둔 건 없다. 열심히 달릴 뿐이다. 많은 분들이 쉬지 않고 일한다고 걱정을 하시는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괜찮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또 다른 사람에게 치유를 받는다고 하는데, 내겐 그게 연기다. 연기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Q. ‘스프링 어웨이크닝’ 때는 뭐랄까. 공연이 끝나면 극에서 연기한 모리츠처럼 우울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젠 캐릭터와 무관하게 항상 건강해 보인다.
조정석: 정확하게 봤다. 그땐 무대 위의 모리츠가 무대 밖의 조정석을 잘 분리하지 못했다. 모리츠로 인해 괜히 생활에서도 위축되고, 비오는 날 감성에 빠지고 그랬다. 조정석이 없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너무 빠지다 보니까, 이러면 안 되겠다 싶더라. 그때부터 캐릭터와의 갭을 두려고 노력했다. 이젠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숙달이 됐다고 해야 하나. 이젠 분리를 잘 한다. 조정석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또 재테크에도 관심이 생기더라.(일동웃음)

Q. 스스로의 재테크 능력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조정석: 없다. 하하하. 다만, 무지하지는 말자는 게 생겼다. 다행히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Q. 조만간 영화 ‘형’ 촬영에 들어간다고.
조정석: 고사도 했고, 리딩도 끝냈다. 촬영할 일만 남았다. 기대가 된다. 언제나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 다음이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그 말 자체가 배우에 대한 피로감이 없다는 의미일 테니까.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Copyr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