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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솔향기 머무는 곳…'대왕암 솔바람길'

송고시간2015-10-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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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천그루 해송과 이야기 간직한 기암절벽 어우러진 명소

<길따라 멋따라> 솔향기 머무는 곳…'대왕암 솔바람길' - 2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시 동구 일산동과 방어동에 걸쳐 자리 잡은 대왕암공원은 풍광이 아름다워 '울산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전체 면적 94만2천㎡ 규모의 공원에는 10m가 넘게 쭉 뻗은 1만5천그루의 해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은은한 솔향기가 가득하다.

해안에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합작한 기암괴석이 저마다 이야기를 간직한채 관광객을 맞이한다.

대왕암공원 해안을 따라 걷는 3.1㎞의 '대왕암 솔바람길'은 2시간여 동안 솔 냄새를 맡으며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둘레길이다.

길은 일산해수욕장에서 대왕암공원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바깥막구지기'부터 시작한다.

구석의 방언인 '구지기'와 막다른 곳 또는 남쪽의 의미가 있는 '막'이 합쳐진 바깥막구지기는 일산해수욕장의 남쪽 백사장 끝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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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이 많이 날아다녔다는 전설에서 이름 붙여진 '헛개비' 벼랑을 지나 '안막구지기'에 도착하면 바다에 섬 하나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이 섬은 민둥민둥한 대머리 같은 불모의 섬이라는 뜻에서 '민섬'으로 불린다. 길게 읽으면 '미인섬'이 되는데, 보는 위치에 따라 여인이 누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안길을 따라 대왕암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민섬 뿐 아니라 사근방, 탕건암, 할미바위, 거북바위 등 저마다 이야기를 가진 개성 있는 바위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선 바위인 사근방은 햇살이 비치면 바위가 사금처럼 빛난다 해서 붙은 이름이며, 탕건암은 모양이 갓 속에 쓰는 탕건과 비슷하게 생겼다. 할미바위는 아이를 업고 가는 할머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바위들은 파도로 침식돼 생긴 해안 골짜기와 어울려 절경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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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막구지기 근처에는 망루를 설치해 놓고 숭어잡이 망을 보던 '수루방'과 소나무 아래 숨은 천연동굴 '덩덕구디'도 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덩덕궁' 소리가 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구디'는 '구멍'의 경상도 방언이다.

덩덕구디는 버릇없는 청룡이 갇혀 있다는 전설 때문에 '용굴'로 불리기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왜국 용궁의 왕자였던 청룡이 뱃사람들을 괴롭히자 화가 난 용왕이 네 아들을 시켜 청룡을 굴에 가뒀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덩덕궁' 소리를 동굴에서 빠져나가려는 청룡의 몸부림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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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굴 옆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는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비슷한 키와 크기로 나란히 자란 두 소나무의 모습을 신기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부부송'이라고 불렀다.

부부가 함께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풍문에 연인이나 부부가 많이 찾아오기도 한다.

해안길을 따라 울창한 송림을 빠져나오면 마침내 이 공원의 주인공 대왕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왕암은 오래전부터 '대왕바위'의 경상도식 방언인 '댕바위'나 '댕방'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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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이라고 하면 보통 동해를 지키는 호국용이 되기 위해 경주 앞바다에 묻힌 신라 문무왕을 떠올린다.

그러나 울산 대왕암에도 호국용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기록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구전에 따르면 문무왕의 왕비가 남편을 따라 호국용이 되고자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또 바위 전체가 붉은색을 띠자 용이 승천하다가 떨어져 죽은 '용추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왕암은 간절곶과 더불어 울산의 해맞이 명소다.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떠올라 대왕암을 비추면 이 일대가 붉게 물들며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달맞이에도 제격이다. 동구는 보름달이 뜰 때를 골라 일 년에 두 번 달빛문화제를 연다. 환한 달을 보며 해안을 산책하고 음악 공연을 즐기는 달빛문화제는 대왕암공원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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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공원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몽돌 해안인 '너븐개(과개안)'가 펼쳐진다. 경상도 방언으로 넓게 열린 곳이란 뜻의 너븐개는 1960년대까지 포경선들이 고래를 몰아 포획했던 곳이다.

이곳에 서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파도와 몽돌의 청아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밀려갈 때면 물이 자갈을 긁어내면서 서로 부딪친 몽돌이 저마다 맑은 목소리를 낸다. 마치 수천개의 유리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는 아무리 오래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둘레길을 다 돌아보면 대왕암공원 안쪽에 있는 울기등대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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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울기등대에는 두 개의 등탑이 있다. 1906년 일제가 세운 구등탑은 높이 6m의 백색 8각 형태로 내부가 4층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주변의 해송이 자라 등대 빛이 보이지 않게 되자 1987년 구등탑에서 50m 떨어진 곳에 촛대 모양의 새 등탑을 설치했다.

구등탑은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106호로 등재됐으며, 2007년에는 아름다운 등대 16선과 등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대왕암공원 앞바다를 밝히는 것은 신등탑 불빛이다. 10초에 한 번씩 바다를 비추는 백색등과 해무가 짙은 날 울리는 무산(霧散)소리는 동해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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