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 "'일베'인 전 소속사 대표, 그저 안타까울 뿐" [인터뷰]

김한길 기자 2015. 10. 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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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일베 가수'라는 꼬리표를 단 가수 브로(26·본명 박영훈)는 선입견과 달리 캐주얼한 코트에 편안한 운동화, 그리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뜻밖에 평범한 청년이었다.

자기소개 좀 해달라는 말에 "신인가수 브로"라며 해맑게 웃는 미소는 '농촌 총각'같이 순박했다. 실제로 지난 2일 발매한 신곡 '슬픈남자'에는 '강원도 횡성에서 소를 몰아'라는 가사가 담겨 농촌을 연상케 한다.

브로는 "'슬픈남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다. 모티브는 '농촌 총각' 혹은 여자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데 경제적 요건이 안 되는,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못하는 남자를 뜻한다"면서 "그런 남자를 결국 여자가 떠나고, 그런 현실을 농촌 총각에 빗댔다. 그러다 보니 '음메'라는 의성어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브로는 '슬플 땐 소를 몰아. 음메'라는 가사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브로만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 역시 이 곡을 처음 받았을 때는 '뭐지?' 싶었는데, 듣다 보니 소 울음소리가 동물 울음소리 중 가장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중독성도 있다고 판단했고, 귓가에 맴돈다"면서 "내가 소몰이 창법이라서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곡 얘기에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얘기하는 브로를 보고 있자니 그에게 꼬리표처럼 달린 '김치녀 혐오 가수' '일베 가수' 등의 수식어가 잘 매치되지 않았다. 이에 물었다. "뜨기 위한 수단으로 해당 이미지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고. 브로는 단칼에 "절대 아니다"고 답했다.

브로는 그간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같이 밥 먹었잖아. 같이 잡쉈잖아. 근데 왜 돈 안 내. 이 그지 여인아' '니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아 몰랑 사귈 수가 없어' 등의 자극적인 가사의 곡을 발매, '김치녀 혐오 가수'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김치녀'란 남성에게 지나치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거나 허영심이 많은 여성을 비하는 말이다.

또한 '그런 남자'가 히트를 치고 특히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해당 곡이 인기를 얻자, 브로는 '일베'에 감사글까지 게재해 논란에 휩싸였다. 덩달아 브로가 '일베 이용자'라는 소식까지 전해져 '일베 가수'라는 낙인이 제대로 찍혔다.

그러나 최근 브로는 이 모든 것은 전 소속사 돌직구 뮤직이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베'마케팅을 펼친 것이며, '그런 남자' 음원수익금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브로는 전 소속사를 상대로 부당이익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브로는 "돈벌이는 거의 없어서 현재 굶지는 않을 정도의 수익만으로 지내고 있다. 가끔 외식할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가장 미안한 건 집에 손을 벌리는 거다. 정말 스트레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일베'에 관해 자신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그냥 솔직히 말하면, '일베' 얘기만 들어도 현기증이 난다. 뭐 만하면 일베…"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예 '극혐'(심하게 혐오스럽다)으로 싫어하더라. 가수 데뷔 후 저를 자랑하고 다녔던 친구들도 이제 내 이름만 말하면 주위에서 '걔 일베라며?'라고 그런다더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부모님께서도 많이 걱정을 하신다. 하지만 '계속해서 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사람들도 알아줄 것'이라고 위로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다 보니 지금은 해탈을 한 것 같아요. 소송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어요. 어찌 됐든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 것 같아요. 전 소속사 대표와는 연락 자체가 안 돼요. 완전 '먹튀'죠. 그래도 몇 년 정도 알고 지낸 사람이었는데 이러한 관계가 돼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욕심을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쉽지 않았던 거죠. 돈은 또 벌면 되고, 저 역시 노력하면 더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일베 논란'이 쉽게 가시지 않는 건 데뷔 전 그가 부른 '폭동기억'이라는 곡이 한몫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브로가 부른 폭동기억'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노래와 가사가 게재된 바 있다.

나얼의 '바람기억'을 개사한 '폭동기억'은 '내 안에 숨 쉬는 푹 삭힌 홍어 뱃살들이 날 흥분시킬 때 계엄군 눈 찌르리라' '우덜의 슨상 우덜의 정일 그 영원한 폭동들을 나 추억한다면 힘차게 운지하리라' '우리의 총기 우리의 폭동 그 바래진 기억에 나 전우 만나면 통수를 때리리라' 등의 전라도와 광주 민주화운동, 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브로는 '폭동기억'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몸서리치게 반응했다. 그는 "당시에는 무슨 단어인지도 몰랐고, 제가 쓴 곡도 아니다. 언제 불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나중에 논란이 돼 올라와서 알았다"면서 "그 역시도 전 소속사 대표가 나에게 설명 없이 '녹음만 받아놓겠다'고 해서 한 것이다. 분명한 건 그분은 '일베'다. 나는 '일베'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나로 인해 수익금만 가로챈 그분만 생각하면 화나면서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부터 힘든 길을 걷고 있는 브로에게 가수란 어떤 의미일까. 브로는 중학교 때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했다. 펜싱도 했었다. 하지만 왼쪽 발목 부상으로 고등학교 수술을 하게 됐고, 결국 운동을 접었다. 이후 선택한 길이 바로 가수의 길이다. 브로의 재능을 알아본 친구이자 가수인 애성의 추천으로 브로는 19살에 처음 마이크를 잡았고, 각종 가요제에 참가하면서 실력을 다졌다. 특히 무언가 이루고 가고 싶은 마음에 군대 역시 또래보다는 늦게 갔다.

"군대를 24살에 다녀왔어요. 비록 발목 수술 때문에 인천의 한 구청에서 공익으로 근무를 했지만요. 당시에는 현역으로 가고 싶어서 군의관에게 '어떻게 안 되겠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죠. 강한 남자를 대변하는 노래를 하는 제가 공익은 좀 그렇죠?"

브로는 진지함 속 재치 있는 가사를 부르는 점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찌 됐든 저만 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재미있는 게 있으면 또 새로운 곡으로 찾아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래를 들었을 때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서 노래를 들었을 때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해줄 때 제일 기분이 좋다. 감정이입이 잘 된다"면서 '공감 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꾸준한 노래 연습으로 반드시 보컬 영역을 넓혀 가수로서 역량을 키우겠다고 두 손을 모아 다짐했다.

"팬들이 반드시 '나 브로팬이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가수가 될게요."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Ground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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