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뮤지컬 '서울 1983' 나문희와 박인환

임온유 2015. 10.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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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두 연기 베테랑이 만나니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은 무대 장치 없이도 1950년 6.25의 생지옥으로 변했다. 전쟁포로가 돼 인민군에 끌려가는 남편 양백천(박인환)을 보며 한 살배기 막내아들을 업은 돌산댁(나문희)은 절규했다. "줄줄이 자식들은 어떡하라고."

배우 나문희(74) 씨와 박인환(70) 씨가 창작뮤지컬 '서울 1983'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부부를 연기한다. 두 사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역할로 호흡을 맞췄다. 1990년 MBC 드라마 '몽실언니'에서 처음 만나 1998년 코믹 스릴러 영화 '조용한 가족'에서 부부를 연기했다. 2006년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는 장모와 사위 역을 맡았고 지난해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는 아가씨와 마당쇠로 만났다.

둘이 함께 공연 무대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씨는 "나문희 씨는 연기 폭이 넓어서 할머니에서부터 어머니까지 다 소화할 수 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배우"라고 했다. 나 씨는 "박인환 씨는 지나침이 없는 사람"이라며 "믿고 일할 수 있는 배우"라고 했다.

희곡작가 김태수 씨가 쓴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원작이다. 분단의 고통과 이산의 아픔을 지고 살아가는 가족의 일생을 그린다. 나 씨는 "시대와 환경에 떠밀려 억세질 수밖에 없는 장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며 "그분들을 대표해서 잘해보겠다"고 했다. 박 씨는 "나문희 씨와 찍었던 이전 작품들이 재미와 밝은 웃음을 줬다면 이번 작품은 전쟁으로 아픔을 겪은 수많은 이들의 아픔을 그린다"고 했다.

뮤지컬에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983년 'KBS 특별생방송-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등장한다. 돌산댁은 남편을 찾으려 며느리, 손주와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배우들은 당시 많은 사람들을 울린 노래 '누가 이 사람 모르시나요'를 부르며 보는 이들을 서글프게 한다. 이밖에도 추억의 노래 '상록수', '꽃마차', '울릉도 트위스트 ' 등이 무대를 채운다. '나 항상 그대를'을 만든 싱어송라이터 송시현(50) 씨의 창작곡도 함께 어우러진다.

나 씨는 "뮤지컬이 아니라 다큐 같다"며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가 나오면 굳이 감정을 만들지 않아도 내 가슴에 가득하다"고 했다.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진 소리는 아니다. 곳곳이 거칠다. 나 씨는 "자신이 없어서 못 하겠다 했더니 연출가 김덕남(64) 씨가 내가 아니면 접겠다 해서 출연하게 됐다"며 "송 작곡가의 노래는 정말 입도 떼기 힘들 만큼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20일 동안 죽음하고 싸웠다"고 했다. 김덕남 씨는 "노래보다는 연기에 방점이 찍힌 캐스팅"이라며 애정 어린 시선을 부탁했다. 그러자 나 씨는 "뮤지컬인데 노래가 중요하다"며 "죽음과 싸우고 있는데 이렇게 나오시면 섭섭하다"고 볼멘소리를 해 웃음을 샀다.

박 씨는 돌산댁과 헤어지는 처음 장면과 신의주에서 상봉하는 마지막 장면에 출연한다. 그는 "보여주는 게 많이 없다"며 "분량이 적어서 갈등을 느꼈지만 작품이 의미가 있어 선택했고 설렌다"고 했다. 박 씨는 "조만간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것으로 안다"며 "시대를 비추는 시의적절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나 씨는 "'서울 1983' 구경 오시는 모든 관객은 한 마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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