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국사편찬위, 집필진 구성작업에 착수했는데.. '집필 불참' 도미노
정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각 대학 교수진의 ‘집필 불참’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사 관련 학회도 불참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균형 잡힌 집필진을 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집필진 구성에 착수한 국사편찬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고려대 역사계열 교수들은 14일 국정 교과서 연구·개발·집필·수정·검토 등의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사학과·사학과·역사교육과 교수 전원과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4명 등 2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국정화를 강행했다. 최고 권력자와 정부·여당이 기준을 제시하는 편향된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은 성명을 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감시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퇴행”이라며 집필 불참을 밝혔다. 이화여대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화여대 사학과 김영미 교수는 “집필 불참을 결정하고 성명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사학과는 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역사교육과 등과 집필 불참 여부를 의논하기로 했다. 서강대 사학과 교수들도 불참 성명 발표를 논의 중이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들은 지난 13일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집필 거부 움직임은 한국사 관련 학회로 번지고 있다. 이날 한국근현대사학회 전·현직 회장단을 비롯한 소속 학자 500여명 전원이 국정 교과서 집필에 불참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집필 거부를 포함해 국정 역사 교과서 대응 방안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고대사학회는 16일 열리는 학회에서 불참 의견을 모을 방침이다.
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사편찬위는 내부적으로 집필진 구성에 나섰다.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두 종류 교과서를 개발해야 하는 만큼 두 그룹의 집필진이 짜일 가능성도 있다.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학부 교수 등이 유력한 필진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사편찬위는 집필에 필요한 자료 수집, 집필 원고 검토 등의 지원업무 및 행정절차를 담당할 전담팀도 만든다. 역사 관련 박사학위를 소지한 국사편찬위 소속 연구관·연구사 44명 가운데 중·고교팀 4명씩 8명으로 꾸릴 예정이다.
국사편찬위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최근 만든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은 유지된다. 검정 교과서 집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지만 국정이라고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교육계는 역사학계가 연달아 불참 의지를 밝히고 있어 국사편찬위의 집필진 공모가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보수 성향 학자로만 필진이 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좌편향’을 고치려다 ‘우편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수민 김판 홍석호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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