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그리는 송지연 작가, 선화랑에서 '그곳을 바라보다' 전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나는 뭘까?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세월 그리고 사회적 역할에 따라 변화한다. 삶의 터전인 '도시'가 내게 중요한 이유다. 도시는 내가 살았고 살고 있고 살아갈 곳이다. 내 작업은 자아를 도시에 투영하고 성찰하는 과정이다."
도시와 일상을 그리는 작가 송지연(34)이 오는 1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전시 '그곳을 바라보다'를 연다. 선화랑 38년 역사상 가장 젊은 초대작가다. 원혜경 대표는 "작품이 서정적이면서도 힘이 넘친다. 남자 같은 투박함과 거친 면도 있는데 오래 보고 있으면 그 안에 깊은 메타포(은유)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두툼하고 거친 화면이 특징이다. 독특한 질감을 내는 재료를 사용해 수없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작품마다 통일된 색과 분위기가 연출되며 층층이 쌓아 올린 안료에서 작품의 깊이가 느껴진다. 송 작가는 "작품만 보고서 40대 중반 남자 작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작품 초기에는 작업실 주변과 지나친 길 등 작가의 생활과 밀접한 주변 환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구상미술이 주목받던 시기라 큰 관심을 얻진 못했다.
2006년 인사동에 있는 아카서울갤러리를 직접 대관해 개인전 '중독&일상'을 열었다. 송 작가는 "지하철과 쇼핑몰 속 사람들이 뒤엉킨 듯한 모습을 표현하며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두 번째 개인전부터 좀 더 확장된 공간인 '도시'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빌딩과 도로로 작품이 채워졌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개인전을 열며 많은 이들에게 작품의 가치를 알렸다. 2014년에는 선화랑이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선보이는 '예감'전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는 출품한 네 작품을 모두 팔며 해외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송 작가와 함께한 원 대표는 "그렇게 거만하게 작품을 팔아본 적은 처음이었다"며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송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해 5개월간 유럽에서 머물며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한국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파리국제예술공동체에서 창작 활동을 했다. 작업실 창문 밖으로 본 프랑스 파리의 풍경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내려다 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정경을 그렸다. 그는 "활동 장소가 바뀌는 것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일 뿐, 특별하거나 대단한 목적을 갖고 간 것이 아니어서 보이는 대로의 공간을 느끼고 그리는 데 충실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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