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중의 지성 키운 펭귄북스 80돌

박소영 2015. 10. 1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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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북스 로고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와 책 표지에 그려진 펭귄 그림으로 전세계인에게 친숙한 영국 출판사 펭귄북스(Penguin books)가 올해로 설립 80주년을 맞았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1일 펭귄북스의 80년을 돌아보며 전후 영국의 진보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친 이들의 발자취를 조명했다.

펭귄북스는 고가의 양장본이 주류를 이루던 도서 시장에 ‘보급판 문고(paperback) 혁명’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담배 한 갑 가격인 6펜스라는 싼 가격으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자”는 알렌 레인의 아이디어는 기존 출판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당시 출판 시장에서 책은 두껍고도 비쌌고,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기 보다는 고전을 판매하는 소극적 마케팅에 그쳤다.

저명 작가 조지 오웰조차 펭귄북스의 첫 번째 책에 대한 리뷰에서 ‘책 값이 싸져도 5실링을 가진 고객은 책은 한 권만 사고 남은 돈은 영화 티켓 등으로 낭비할 것’이라고 냉소했다. 하지만 펭귄북스는 첫 해 약 300만권을 팔아 치우며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펭귄북스가 지금의 자리로 도약하는 데는 2차 세계대전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펭귄북스는 열악한 전쟁 상황에서도 십자말 풀이에서부터 예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600권에 가까운 책들을 펴냈다. 펭귄 시리즈보다 좀 더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비소설 인문서‘펠리컨’시리즈 역시 큰 성공을 거뒀다.

싸고 계몽적인 펭귄북스 시리즈는 특히 교육이 단절된 전쟁 세대와 군인들에게는 최신 사회ㆍ역사 습득의 필수품이었다. 육군 전투복에서 무릎높이의 주머니가 펭귄북스를 담아두는‘펭귄 포켓’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리처드 호가트의 ‘읽고 쓰는 능력의 효용’(1957)과 같은 펭귄북스의 인문학 시리즈는 저렴한 가격으로 지적 자극을 받기를 갈망하는 젊은 세대들을 크게 고양시켜 1945년 노동당의 선거 승리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 받는다.

펭귄북스는 ‘초식동물(Herbivore)’이라고 불린 급진적이며 자유주의적인 친노동자 성향의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펭귄북스 문고판은 영국의 패션 ‘스윙잉 런던’과 미니스커트처럼 1960년대 사회 혁명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펭귄북스의 명성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진다. 청소년시리즈인 ‘퍼핀’은 1960년대와 1970년대 10대들의 필수도서였다.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동화 무민 시리즈 등이 퍼핀을 통해 소개됐다. 인디펜던트는 “펭귄북스는 영국의 급진적인 양심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며 의미를 기렸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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