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진여행은 '가우도'에서 시작된다
[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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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 도암만 풍경. 바닷가 들녘이 누렇게 물들었다. 그 길을 따라 주민이 갯일을 나가고 있다. |
ⓒ 이돈삼 |
작은 섬 가우도지만 매력 덩어리다. 뭍에서 출렁다리를 건너서 들어갈 수 있다. 바다와 숲이 빚어낸 풍광도 으뜸이다. 여행객은 물론 손맛을 즐기려는 바다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찾고 있다.
가우도는 요즘 강진여행의 시작지점이 됐다. 1990년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다산초당과 영랑생가를 찾던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그 섬을 찾아간다. 지난 10월 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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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렁다리에서 본 저두마을 풍경. 차진 갯벌과 도암만을 앞마당으로 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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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물이 빠진 도암만 갯벌에서 주민이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저두마을 앞 갯벌에서 난 바지락은 '저두것'으로 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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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는 대구면 저두선착장에서 출렁다리를 건너서 만난다. 선착장은 저두마을 사람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가던 포구다. 썰물 때가 되면 차진 갯벌이 드러난다. 펄 좋기로 소문난 저두갯벌이다. 여름엔 바지락, 겨울엔 굴이 지천이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갯벌에서 마을주민이 바지락을 캐고 있다.
"저두 것이오. 저두 것이라고 아요?" 저두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영심씨의 말이다. 읍내에서 '저두 것'이라면 서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도회지에선 다른 데서 갖고 온 바지락을 '저두 것'이라고 속이기도 한단다.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는 지점이어서 갯것의 맛이 더 좋단다.
정씨는 '저두 것' 바지락을 무쳐서 손님들에 내놓는다. 갯벌 너머 바다에서는 낚싯배에 탄 강태공들이 손맛을 즐기고 있다. 돔과 황가오리가 많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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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두마을 한 음식점의 바지락회무침. 가우도를 품은 도암만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을 무쳐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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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두마을에서 가우도로 이어지는 출렁다리.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도보교로 만들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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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오른편으로 도암만 구강포가 펼쳐진다. 강진을 '남도답사 일번지'로 만들어 준 공신인 다산초당과 백련사도 희미하게 보인다. 왼편으로는 고바우공원과 강진청자박물관이 있는 대구면이다. 그 너머로 마량항과 고금도가 자리하고 있다.
가우도(駕牛島)는 보은산을 소의 머리로 여기고, 섬의 모양이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었다. 저두마을에서 출렁다리를 건너 가우도로 들어가니 두 갈래의 길이 나 있다. 왼편으로는 해안을 따라 나무데크로 이어진다. 오른편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가우마을에서 만난다. 길의 둘레가 2400m에 이른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함께海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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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나무데크 길. 싸목싸목 걸으면서 가우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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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도의 해안에서 만나는 영랑나루 쉼터.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알려진 시인 영랑 김윤식의 동상이 반겨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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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데크의 한편에서 의자에 앉아 인자하게 웃음 짓고 있는 동상이 보인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이다. 동상 옆으로 영랑의 시도 여러 편 걸려 있다. '영랑나루 쉼터'다.
강진에서 나고 자란 영랑은 강진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휘문의숙에 들어갔다. 1919년 기미독립운동 때 강진으로 내려와 독립운동(강진 4·4운동)을 이끌었다. 일본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1930년 창간한 〈시문학〉지를 중심으로 우리 현대시의 새 장을 열었다. 1934년 〈문학〉지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내내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삭발령을 거부하며 의롭게 살았다. 한국전쟁 때 부상을 당해 47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며 87편의 시를 남긴 민족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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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도와 망호마을을 이어주는 출렁다리. 도암만의 섬 가우도를 양쪽의 뭍으로 연결해주는 다리 가운데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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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도와 망호마을을 이어주는 출렁다리에서 내려다 본 가우마을 풍경. 14가구 30여 명이 사는 작은 섬마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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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에 올라서니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품은 만덕산이 가까이 보인다. 저만치 주작산의 품새도 멋스럽다. 가우마을은 출렁다리 아래 포구에 자리하고 있다. 주민 14가구가 여기에 모여 살고 있다. 김용현(65)씨가 이장을 맡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금은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인다'는 전어를 주로 잡는다. 인근 바다와 마량, 완도바다까지 나간다. 전어철이 지나면 낙지를 잡으며 생활한다. 농토라고는 텃밭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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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공들이 가우도의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은 강진군 도암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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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도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돔. 가우도는 배를 타고 나가지 않고도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어 강태공들이 많이 찾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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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해안 데크를 지나 숲길로 들어간다. 후박나무와 곰솔, 엄나무, 사스레피 우거진 숲이다. 성긴 숲 사이로 도암만 풍경이 동행한다. 숲길도 단아하다.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불을 밝히는 출렁다리의 야경도 환상적이다.
가우도의 미래도 독특하다. 섬의 산정에서 청자 모양의 전망탑 설치가 한창이다. 바다 건너 저두마을로 떨어지는 공중하강 체험시설도 설치한다. 후박나무 군락지에 당집을 복원하고, 어부의 빈 집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한다. 섬 개방에 따른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줄 목적으로 입장료 징수도 모색하고 있다. 감성 넘치는 섬 가우도의 변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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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숲길. 한편은 나무데크로, 다른 한편은 숲길로 이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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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도 출렁다리의 밤풍경. 도암만에 해가 지면 출렁다리가 불을 밝혀 황홀경을 연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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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 다산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트릭아트전.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을 부담없이 만나게 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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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가우도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나들목에서 순천 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강진무위사 나들목으로 나간다. 강진읍에서 마량 방면으로 23번 국도를 타고 칠량면 소재지를 지나면 오른편으로 저두마을과 가우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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