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한국인은 어쩌다 '스팸'에 푹 빠졌나

성유진 기자 2015. 10.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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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보다 3배나 더 먹는다는데

"가공 돈육 제품인 스팸은 현재 한국 수퍼마켓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기상품이다. 한국 인구는 미국의 6분의 1에 불과한데 소비량은 미국의 절반에 달한다."(올해 4월 미국 NPR방송)

외신이 한국인의 스팸 사랑을 보도할 정도로 스팸의 국내 인기는 유별나다. 스팸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올 추석 스팸 판매액이 8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지난해 추석(677억원)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실제 스팸 판매액은 2000년 440억원에서 2010년 1898억원, 2015년 3000억원(예상)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판매량도 2000년 2200만캔 수준에서 지난해 7500만캔까지 증가했다. 원조 생산국인 미국에서는 정크 푸드로 취급되는 스팸이 한국에서는 밥에 싸먹는 고급 음식처럼 광고되고 그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스팸과 쌀밥의 결합

스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7년이다. 미국의 가공품 생산 업체 호멜사가 햄을 만들고 남은 돼지고기 어깨 살의 활용법을 고민하다 고기에 소금과 전분을 섞어 스팸을 만들었다. 스팸(Spam)이란 이름도 '돼지의 어깨 살과 햄(Shoulders of pork and ham)'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후 오래 두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며 미군과 연합군의 배급 식품이 됐다. 미군이 가는 전장에는 언제나 스팸이 따라다녔다. 우리나라에도 6·25전쟁 당시 미군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쌀밥 문화는 스팸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손은영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연구원은 "영국 등 유럽만 해도 현재는 냉장 햄을 더 선호한다"며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 먹기 편하고 햄의 신선도를 따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쌀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짭조름하고 기름진 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스팸의 인기가 유독 높다. 채민수 CJ제일제당 홍보팀 과장은 "한국에서 스팸의 마케팅 포인트는 김치, 계란프라이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밥반찬"이라며 "광고도 갓 지은 쌀밥 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스팸을 내세우는 등 밥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스팸 인기가 한국 특유의 선물 문화와 결부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정숙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교수는 "명절에 과일·햄 등 음식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외국에는 거의 없다"며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 부담 없이 선물하기 편하고 가격대도 3만~5만원대로 선물로 적절해 명절에 소비되는 수량이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스팸과는 다른 맛

현재 국내 스팸 생산은 국내에서 이뤄진다. 처음 들여올 당시에는 호멜사의 제조 공정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이후 식감을 위해 고기의 혈관과 힘줄을 제거하고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게 짠맛을 줄이는 등 변화를 겪었다. 호멜사와는 달리 뒷다리 살과 앞다리 살을 섞어 만드는 점도 다르다. 앞다리 살을 거의 먹지 않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찌개·수육 등에 쓰는 앞다리 살이 비싸기 때문이다.

스팸으로 대표되는 캔 햄은 CJ뿐 아니라 청정원, 동원 등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팸의 시장점유율이 2012년 기준 47.7%로 압도적이긴 하지만 캔 햄 시장이 전체 식육 가공품 시장의 33.6%에 이를 만큼 커서 각 가공식품 업체들도 리챔·우리팜 등 고유의 브랜드를 갖고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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